2015. 3. 2. 14:37

- 가끔 알라딘과 네이버에 내 책을 검색해본다. 검색하는 의도는 내 책을 읽고 쓴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읽고자 함인데,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유명작가의 책도 아닌 터라 사실 업데이트 되는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지만, 검색할때마다 하나씩 뭔가 다른 글들이 눈에 띄기는 한다. 폭발적으로 읽는 책은 아니어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조용히 읽고 있다고나 할까..여튼 나는 많이 읽히는지가 궁금한게 아니라 읽은 사람이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궁금해서 검색해본다. 나는 블로그의 글들을 책으로 옮겼을 때 독자에게 식상함을 주고 실망감을 주는 게 싫어서, 내가 그런 책을 너무 싫어하고 욕하기 때문에, 혹여라도 누가 그런 느낌을 받진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다행히도 올라오는 글들이 다 좋은 평들이다. 정말 다행이다. 어떤 감상들은 극찬을 하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이런 글은 블로그에나 써라'라는 감상을 아직까지 보질 못해 다행이다 싶다. 글을 못쓴다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걸 블로그에나 써라'라는 반응을 보면 뭔가 좀 휘청일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뭐, 아직까지는 그런 감상이 없고, 올라오는 평들이 나쁘지 않아서 볼때마다 다행이다 싶다.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채로 내 책을 접하는 사람들의 감상은 늘 궁금하다.

내가 간혹 내 책에 대한 감상을 네이버에서 검색한다고 했더니 정식이가 한 번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김훈도 자기 책에 대한 감상 검색할까요?


그러자 아, 내가 얼마나 아마추어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김훈이, 공지영이, 신경숙이 그런 걸 검색할 리 없잖아... 나도 조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조낸 유명작가가 되면 네이버 검색창에 내 책 넣고 검색하는 일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될까?


여튼, 알라딘에서는 아무래도 나랑 친분이 있거나 이미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감상들이기 때문에 나는 네이버 검색을 더 선호한다. 아예 나를 모르는 채로 내 책을 만나는 사람들의 감상이 궁금해서. 그래도 알라딘의 이 페이퍼는 좋았다. 

☞ ​http://blog.aladin.co.kr/721010125/7185071


히히히히히.


- 지난 주말은 오랜만에 스케쥴 없는 주말이어서 좋았는데, 그래도 뭔가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일요일도 마찬가지. 일자산에 오르다가 아, 나 설 지나고나서부터 원고 .. 쓰기로 했지.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여름 전에 책 나오도록 하자, 라고 쇼부를 치고 '내가 원고 다 다시 손봐서 보완할게요' 라고 했는데...그게 일요일 오후에 생각나더라. 음... 작업 좀 해야겠는걸? 

다이어리 보니 이번주 금요일엔 심규선 콘서트를 가고 다음주 토요일엔 약속이 있다. 그러면 이번주 주말이 고요한 주말이 될텐데...뭔가, 그 있어보이는 작가들 처럼, 호텔 룸 하나 잡고 나도 글쓰러 콕 들어갈까, 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봤자 낮엔 낮잠 자고 저녁에 조금 보다가 밤에는 혼자 홀짝홀짝 술마시겠지, 하고 생각하게 되네? 뭐 어때? 홀짝홀짝 술마시면. 내 맘이지. 뭔가..갈까..어쩔까..나 가나? 돈지랄인것 같은데 왜 돈지랄을 하고 싶냐, 나... 지금 해봤자 돈지랄은 못하고 신용지랄 해야할텐데... 아 뭔가 호텔방 잡고 들어가서 원고 쓰는 후까시 잡고 싶다...아 뽀대나... 멋져... 



- 금요일 밤, 조낸 피곤해서 일찍 자려다가, 그래도 불금인데 싶어서 와인 한잔 따라두고 못읽은 책 펼쳐두었다. 안주는 간단하게, 나는 다이어트 중이니까, 싶어서 육포랑 건망고, 파프리카, 치즈 등을 준비해 두었는데, 으윽- 괌에서 사온 육포는 맛이 없더라. 일전에 턴님에게 받은 육포에 비하면 이건 뭐 .. ㅠㅠ 딱딱하고 짜 ㅠㅠ 에비... (측근님, 제 사진은 이것.)



예정보다 일찍 들어온 남동생은 내 방문을 노크하고 뭐하냐, 묻더니 내 안주들을 본다. 그리고는 말했다. 

야..칼로리 덩어리구나 칼로리 덩어리야.

으응? 완전 심플초간단 안주인데? 이거..칼로리 덩어리야? 그러자 남동생이 손으로 치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어쩔거냐 이거.. 으응? 치즈 두장인데? 밸큐브 두개인데? 

여튼 '나는 맥주 마실거다 나는 자연인이다 보면서' 라고 말하길래 응, 하고 잽싸게 책은 버려두고 안주와 와인 들고 거실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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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3. 1. 19:39

 

 

- 금요일부터 미친듯이 졸렸다. 아, 또 이렇게 졸린 때가 왔구나 했는데 어제는 진짜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꼼짝도 하기 싫고 따뜻한 데 누워있고만 싶은 거다. 저녁에 가족들 모두와 함께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엄마가 암이 아니라는 축하 파티-, 그러면 이것저것 먹을 터, 조금이라도 운동해야 하지 않나 싶어 굳이 일자산엘 갔다. 그렇지만 가면서도 너무 가기 싫었어. 정말 추웠고, 몸에 닿는 모든 것들이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갔다와서 아픈 거 아니야? 라는 생각도 들어 계속 가지말까, 하다가 안가면 내내 불안할 것 같으니 갔다오자, 하고 억지로 억지로 갔다왔다.

집에 돌아와 씻고 책을 좀 읽으려고 했는데 아아, 도무지 버틸 수가 없어 잠을 자버렸다. 깰 수가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졌는데, 다음날 아침까지 내처 자고 싶은 육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녁에 굳이 일어났다.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계속잘순 없잖아. 엄마는 소주잔을 부딪치더니 그러면 계속 자지 왜 일어났냐고 했다. 파티를 놓칠 수가 없어... 아, 진짜 하루종일 잠과 싸운 하루였다. 그나마 오늘은 좀 낫더라. 아, 생리전에 내 호르몬의 변화를 내 육체는 진짜 민감하게 캐치하는구나. 호르몬 앞에 굴복하는 나..

 

- 평일에는 B 와 자기전에 통화를 하지만, 주말에는 오전에도 통화를 하게 된다. 그에 비해 나는 늦게 일어나는 편인데, 그러다보면 대부분의 경우 나는 잠에서 막 깼다가 혹은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깨면서 전화를 받게 되곤 한다. 자기 전에 통화하는 것도 좋지만, 주말 오전 통화는 되게 좋은데, 이건 뭐랄까, 음, 되게 여유롭게 느껴지는 거다. 간질간질 하기도 하고. 이래서 주말이 좋다니까, 하는 생각 때문에 가슴속이 꽉 채워지는 기분도 든다. 어제도 오전에 통화를 하고 끊고나서는, 육체의 컨디션이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아, 이거, 주말 오전 통화, 진짜 좋아, 하고 혼자 생각했다.

내일부터 나는 내 일들로 또 그는 그의 일들로 바쁘겠지만, 기다리면 어김없이 주말은 또 오니까, 그런 기대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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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2. 23. 14:14

엄마는 암 보험을 들어놨다고 했고, 보험금 받을 금액이 실제 수술 비용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그래서 차라리 암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아빠가 실직한지 반년이 지난 마당에 그렇게라도 돈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그 말을 듣고 나 역시 오, 그거 좋은데? 했다. 이거 어쩐지 속물같지만, 사람 아픈걸로 돈 벌려고 하는거 그게 결코 옳은 게 아니지만, 어떤 마음인지 알겠는데? 하면서.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얘기한 거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자, 이러면서 엄마랑 나는 깔깔대고 웃었었다. 그러니 암이 아니면 좋지만, 암이어도 괜찮다는. 수술도 간단하고 사흘정도면 퇴근한다하니, 뭐 암이어도 크게 걱정할 건 아니고 보험비 받아 생활하자, 이런 마인드로 우리는 어떤 결과에든 낙담하지 않기로 했던 거다. 크- 그래도 암인데 우리가 이러는 건 너무하지, 했다가 보험금액을 현실화 시켜보면 수술해도 괜찮지 뭐, 했던 거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담담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전 10:57

나는 외근중이었고 택시 안이었다. 아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 이 전화는 분명 검사 결과 전화겠구나. 여보세요, 받았다. 아빠 목소리가 딱히 좋은 것 같질 않아 불안불안한 마당에


암이래


라고 해서 나는 "암이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아빠는


아니, 암이 아니래.


라고 한거다. '아니래'를 '암이래'로 들었던 것.


암이 아니라고? 암 아니래? 그럼 뭐래?


라고 되물으니 암이 아니고 혹이며, 그게 커지는지 안커지는지만 확인하면 되는거라 6개월뒤 다시 검사하러 오라고 했다는 거다. 약 먹을 필요도 없고 걱정할 게 없는 거라고. 순간 택시 안에서 울음이 터져버렸다. 내가 울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나는 암이면 수술하고 보험료 받지, 라고 생각했었고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걸까. 암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 순간 흑흑 거린거다. 택시 안에서. 


울음을 그치지 못한 채 남동생에게 전화해 이 소식을 알렸고, 마침 엄마에게 전화온다며 남동생은 내 전화를 끊었다. 이내 다시 전화해서는 그런데 왜 울먹였냐, 고 묻는거다. 그래서 몰라 암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데 막 눈물이 나잖아, 했다. 아..쓰면서도 또 눈물나네 ㅠㅠ 회산데 ㅠㅠ


남동생과 통화를 끊고 다시 아빠한테 전화했다.


아빠 옆에서 같이 들었어? 확실해? 다른 병원가서 다시 검사해봐야 하고 이런거 아냐? 


아빠는 아니라고, 안심해도 된다고, 아빠도 옆에서 같이 들었다고 했다. 자꾸 눈물이 났다. 


그리고 은행에 들어가 업무를 보던중, B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결과 좋기를 기도한다는 메세지였다. 얼른 소식을 전하고 싶었는데, 문자메세지로 알리고 싶진 않았다. 은행 업무가 끝나기만을 기다려 전화를 할 생각인데, 오늘따라 은행 직원이 자꾸 말을 걸고 농담을 한다. 하아- 내가 웃는게 웃는 게 아니야. 나 빨리 은행에서 나가고 싶어, 업무 처리나 빨리 해줘! 하는 마음이었지만 그 농담에 또다른 농담으로 대꾸해주었다. 


업무가 끝나고 나오자마자 B 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렸고, 사무실에 돌아와서 점심시간 전에 같이 먹는 직원에게 


언니가 커피 사줄게 텀블러 들고 가자


했다. 평소에는 언니라는 말 하지도 않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식당으로 가면서 언니 오늘 좋은일 있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양도 언니란 말에 웃으며 뭔데요? 물었고, 우리 엄마 암 아니래, 했다. 그러자 e 양이 등을 두드려 주었다. 고생했다고.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데 뭔가 내가 많이 먹는 느낌이 들어 얼른 생리어플을 틀어보았다. 생리가 9일 후였다. 오, 앞으로 신경 좀 쓰자고 생각했다. 갈 길이 머니까. 막 먹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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