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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31. 11:55

ㅎㅎㅎㅎ

지난번 사주보러 갔을 때, 인세 5월말에 못받는다면서, 아주 못받진 않는다고, '8월에 들어와요' 하셨더랬다. '받을 순 있는거죠?' 했더니, '네, 받아요, 8월달에' 이러셨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사주가 이렇게 용하다. 나는 오늘 대표님으로부터 이런 메일을 받은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8월로 생각했던 터라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고, 실망스런 감도 전혀 없다. 나는 애초에 '8월에 받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터다. 안그래도 오늘이 5월 31일이라서, 내심, 사주가 틀려서 오늘 들어오면 좋겠다, 하면서도, 그러면 다른 것도 틀릴텐데.... 다른 게 맞으려면 이것도 맞는 게 낫겠구나, 싶으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월에 주면 그건 그런대로 좋은 점이 있어, 그렇다면 다른 것도 맞는 거니까,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이런 메일을 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사주 소오름-

같이 사주보러 갔던 친구랑 이 얘기 하면서 대박 대박 그러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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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31. 08:33

- 5월 한달 내내 의욕이 없어서 운동을 거의 못했다. 일자산에 간 횟수도 손에 꼽는다. 내가 매일 운동하는 게 아니어도, 언제나 몸을 움직여주기는 했었는데, 5월엔 거의 못한 거다. 정말이지 의욕이 1도 없어서, 간혹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해주던 스쿼트도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근육운동을 해야겠다...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는데 정말 몸을 움직일 의지가 진짜 너무 없는 거다. 그래서 지난주초쯤에, 아아, 이대로는 몸이 너무 망가지겠다, 흐물흐물 약해지겠다 싶어서, 뭔가 운동을 다시 해야지...해야지... 스스로 꼼짝도 못하겠고 컨디션 너무 엉망이고..그래서 내일, 내일 하다보니 한 달이 다 지나가고...아아, 이대로는 안되겠다, 혼자 하는 거 지금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남의 도움을 받자,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남의 도움을 받는담? 하고 제일 처음 생각한 건, 헬스장에 등록하고 개인 피티를 받는 거였다. 그래, 그거 알아보자, 생각하고 헬스장 검색해서 다다닥 전화까지 해서 요금 물어봤지만(와서 상담 받아보면 알려준단다), 아무리 피티가 강제로 시켜도, 내가 움직이질 못하겠는 거다. 도무지 움직일 자신과 의욕이 너무 없어. 바닥이야... 흐음..


그러다 퍼뜩 생각난 게 요가였다. 사실 요가를 언젠가부터 '나도 한 번 해볼까' 생각했던 참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렇다면 요가를 다녀볼까, 했던 것. 여동생은 지금 요가 5년차인데, 나의 생각을 듣고는 적극 응원해주었다. 진작부터 내게 요가를 권하기도 했었고. 내심 '요가를 할까' 마음먹고나니, 뭔가 약간 목표의식 같은 것도 생겨서,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도 생겨나고... 그래서 요가 학원에 딱 상담 예약을 해두었는데, 하아- 후두염에 떠억- 걸려버린 거지. 하아...


약속해두었으니 캔슬하기 싫어서 가려고 했지만, 너무 몸이 아파서 갈 수가 없었어 ㅠㅠ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고는 일단 몸을 낫게 하자, 싶었고,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 다시 요가학원에 방문, 접수를 했다. '지금은 몸이 좀 아파 약을 먹고 있고, 다음주부터 갈게요' 하고 등록했는데, 3개월에 40만원이나 하는 거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비싼 금액이긴 했지만, 이왕 하기로 한 거, 쫄지말고 등록해버리자!! 하고는 등록 완료. 그리고 어제가 처음 나가는 날이었다.


막상 등록하고서는 빨리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은 온데간데 없고, 하하하하, 시작해야 하는 어제, 너무 가기 싫은 거다. 아아, 못하겠어, 두려워, 쫄려, 새로 시작하는 건 다 너무 무서워....하고 여동생과 남동생과 엄마한테 징징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자 퇴근무렵 타미가 전화해서 '이모 운동 잘하고와!'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렇게 처음으로 요가를 갔고, 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 미친년 웃음 터지기 시작하는데, 이 미친년 웃음이란 게 뭐냐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차마 화를 낼 수가 없어서 나오는 웃음....같은 거라고 해야할까. 일전에 올림픽공원 갔다가 내 생각보다 더한 땀이 터져가지고,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는데, 어제 요가를 마친 내가 딱 그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졸라 힘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제 강사도 와서 처음인데 괜찮았냐 물었는데, 내가 아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이러고, 다른 수강생이 날 보더니 '오늘 되게 힘든거였어요, 이거 숙련자들도 힘든건데, 처음 와서 놀랐겠어요, 이거 해병대 수준이에요' 이러는 거다. 매일 시간표가 다른데 하필 내가 어제 간 게 힘든 거였나 보다. 빈야사 요가라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오는데 팔다리가 다 후달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일주일에 4회 등록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주일에 두 번 만 나가도 잘 나가겠다 싶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차피 3개월 등록한 건 어쩔 수 없으니, 그 다음 등록은 일주일에 두 번으로 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이런 마음 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샤워하면서 계속 혼자 현웃터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혼자 피식피식 계속 웃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중에 학원 나와서 걷는데 또 혼자 웃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미친 웃음 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할머니가 입원해계신 병원으로 곧장 갔다. 할머니가 허리 골절로 수술을 또 받으셨고 ㅠㅠ 울엄마가 또 거기서 내내 병간호를 하고 ㅠㅠ 어제 수술은 잘 되었다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우리엄마는 진짜 뭔고생인가 싶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삼촌들은 할머니 수술한 것도 모르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모는 천안에 살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엄마가 이럴까봐 엄마 옆으로 모셔온 거긴 한데, 엄마 너무 고생한다 싶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어제 그래가지고 요가를 마치고 몸이 부서지는 상황에서 병원에 찾아갔는데, 엄마는 내게 너 힘든데 왜왔냐 하시면서 도넛츠랑 미에로화이바 주시고, 마침 할머니는 주무시고 계셔서 엄마랑 조금 이야기 나누다가 왔다.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아, 너무 배고파, 세상 모든 음식을 다 먹어치울 것 같고, 고기가 먹고 싶다 고기가!! 했지만, 차마 혼자 그 시간에 고기를 먹을 순 없어서, 뭐든 먹자 생각했는데, 떡볶이집도, 쌀국수집도 죄다 문을 닫았고...아아, 그냥 집으로 가자, 해서 집에 갔다가 김치찌개 퍼서 살짝 밥을 먹고...아아, 나는 기절할 것 같아, 내일 일어나지 못하면 어떡하지...하는 고민을 하면서 잠깐 텔레비젼을 보다가 요가복 빨아 널고 잤다. 흑흑 너무나 고단했어. 근육통이 올거야 분명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가학원에서 인바디 측정을 해주었는데, 체중과 체지방이야 뭐 내가 알고 있었지만,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근육량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내가 보통 이상일 줄 알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내심 내가 근육량이 많아서, 은근 근육돼지일거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때문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게 그러니까, 나는 내 근육을 느끼기도 했고, 일전에 봄씨가 몸에 근육이 많다고 내게 얘기하기도 했고 ㅋㅋㅋㅋㅋㅋㅋ 당근 나는 내가 근육 많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흐음, 그렇지만 최근 한달간 운동을 멈췄으니, 좀 줄긴 했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보통 이상이며 근육돼지 아닐까 기대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씨부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보통의 근육양이네. 보통의 범위 내에서는 높은 편이지만, 그것은 무슨 상관? 그래봤자 보통인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요가 선생님은 근육은 이대로 좋으니 체지방을 빼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대체 왜, 어째서, 내가 근육돼지인줄 알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체지방이 많은 것보다 근육돼지가 아닌 게 더 속상한 나여....... 근육돼지 되야지!!!



처음 강습할 때 선생님은 '처음 하시는 분은 힘드실테니 다 따라하지 마라'고 하셨는데, 나는 또 그건 스스로 용납이 안될 것 같아서 미친듯이 따라하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마지막에 넉다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나는 언제 선생님처럼 저렇게 하나, 전문가 되고 싶다, 막 이런 생각을 요가 강습 첫 날에 하면서, 아아, 나는 어쩌면 이렇게 천천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이렇게 앞서 서두르는 걸까...하고 자기 반성도 하면서...아무튼 고되고 좋은 시간이었다. 일단 3개월 등록했으니, 지켜봐야겠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할건지는. 당장 오늘부터 갈까 말까 고민중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음 터져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요가 학원에 40만원씩이나 주고 등록해버리는 바람에, 아아, 나에게 목걸이를 사주지 못했다. (시무룩)

이걸 갖고 싶은데, 학원비가 너무 비쌌어... (시무룩)

그래서 어쩔까 하다가, 생일에 샹그릴라로부터 선물로 받자! 하는 대답을 찾아냈고, 그렇지만 아직 2개월 넘게 남았네..... 하면서 시무룩... 이 목걸이는 여름에 해야 예쁜데.... 그때면 너무 늦는데....하면서 또 시무룩...하다가, 하아, 그치만, 내가 너무 큰 돈을 그렇게 막 여기저기 질러댈 순 없어, 3개월만 참자....하고 생각하고 있고, 여행친구 D 가 그냥 미리 일단 니가 사고 나중에 샹그릴라한테 돈 받으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아아,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가끔 사이트 들어가서 들여다보는 걸로....

딱 기다려, 8월달에 사줄게!!!!


http://www.jestina.co.kr/Shop/Detail?p_code=JNW4D242-M864TN&dc=naverep&r_url=http%3a%2f%2fwww.jestina.co.kr%2fShop%2fDetail%3fp_code%3dJNW4D242-M864TN&NaPm=ct%3dj3c6djxk%7cci%3dc39be4dc7e727ada52c9c087702a77c13e5eaa51%7ctr%3dligh%7csn%3d316128%7chk%3dd4c9a14fcf353048b63bb3d39b8456a70673a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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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30. 14:50

오늘 구글에 내 책 검색해봤다가 이런 걸 보게 됐다.


http://voko.ca/index.php/2017/05/07/book_20170418/



이게 뭔데 영어랑 한글이 같이 쓰여있지? 하고 봤더니, 몬트리올의 라디오 프로그램이란다.



http://voko.ca/index.php/about-voko/



신기...

출판사도 내가 알려줘서 알았고, 아직 캐나다로 팔린 건 없단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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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29. 09:45

한편 <우리>라는 단어는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한 연구에서는 심부전증 환자들을 배우자와 함께 인터뷰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비롯하여 여러 질문들에 대답했다. ˝두 분이 심장병을 극복해 오시면서 제일 잘한 일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배우자가 이 질문들에 답할 때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 사람일수록 6개월 후 환자의 상태가 더 좋아졌다. 배우자가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환자의 건강 문제를 부부가 함께 전념해야 할 공통의 문제로 보았다는 의미였다. 부부가 병을 극복하려고 함께 노력하는 경우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p.318)




며칠전 퇴근 후에 엄마가 보던 텔레비젼을 잠깐 같이 보게 되었는데, 175kg 의 오십대 여자가 나왔다. 몸이 너무 무거워서 몸을 가눌 수가 없고, 그래서 화장실조차 갈 수가 없어 남편이 수시로 소변과 대변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생활보조비로 나라에서 백만원 정도가 나온다고 했고, 여자는 수시로 소변이 마렵기 때문에 남편은 밤사이 잠도 편하게 잘 수가 없었다. 대변이 보고 싶으면 너무 통증이 와서 남편이 발로 배를 맛사지 해줘야 했다. 자신이 엎드린 자리에서 뒤로 눕거나 옆으로 눕는 것만 간신히 할 수 있었고, 누워서는 가슴이 얼굴로 쏟아져 내릴 정도로 살이 쪄있었다. 그녀에게는 아흔의 노모가 있었는데, 노모가 돌아가셨을 경우 장례식에 참석할 수도 없을 것 같아 그게 너무 걱정되고 속이 상한다고 했다. 여자는 남편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남편은 정말이지 단 하루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쓸 수가 없었다.


그녀가 결혼 초기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결혼한 후에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변으로부터 받았고(왜 임신안하냐 같은 것들), 그걸 폭식으로 풀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지금의 몸무게가 된 것. 남편은 그런 그녀의 옆에 내내 붙어서 그녀의 모든 걸 챙겨주고, 그러다가 화도 나고 짜증도 나서 신경질을 내면서 바깥으로 나갔다가, 잠시후 돌아와서는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거다. 어휴... 


예전에 아파서 병원에 갔었을 때, 그때는 원인을 모르는 병이라고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약 알러지였던 것이 분명한 그때에, 당시 사귀던 남자가, '너에게 별 일이 없고 낫기를 바라지만 혹여 네가 큰 병이라고 하면 내가 평생 간호할게' 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이 남자는 아마도 다정하고 스윗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그가 사랑에 빠진 건 내가 아니라 '사랑'이구나 싶었다. 이 사람은, 사랑과 사랑에 빠져있어...라는 생각. 저 말을 듣고 내가 좋아했어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랬어야겠지? 그런데 저 말이 나는 좋질 않은 거다. 뭔가 '애인을 간호하는 착한 남자'역할을 맡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연애하는 자기가 좋았던 것 같아..  어쨌든 그 프로를 보면서, 아아, 나는 너무 싫다, 저렇게 내 몸을 가눌 수 없어서 나랑 함께 사는 상대에게 24시간 내 옆에 붙어있으라고 하는 것도 싫고, 상대의 옆에 저렇게 있으면서 내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도 싫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물론 그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저 사람도 저러고 싶어서 저런 것이 아니고 또 저럴 줄도 몰랐겠지만, 아아, 저렇게 되지 않게 계속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신경쓰고 최선을 다해야겠다 싶은 거다. 혼자 살면 혼자사는 대로 또 같이 살면 같이 사는 대로, 건강해야 해 ㅠㅠ


그런 한편, 저렇게 남편이 마치 자신의 문제인듯 간호해주니, 저들에겐 희망이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덩달아 들었다. '제임스 W 페니베이커'의 책, 《단어의 사생활》을 읽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거다. 이들에게는 아내와 남편이 '우리'라서 희망이 있겠다, 하고.


두 사람이 서로의 언어 스타일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는 어렵다. 앞서 살펴보았듯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 이 적응은 보통 몇 초 안에 일어난다. 이때 두 사람은 상대방의 형식성, 명확성, 감성적인 정도, 사고방식에 맞추어 즉시 적응한다. 두 사람 모두 어떤 대명사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즉 그녀, 그,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따라간다. 대화라는 공이 계속 굴러가게 하려면 둘 다 주제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사실 둘 중 한 명이나 둘 다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거나 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한다면(거짓말 등) 상대방은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p.312)


아마 우리는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넘치도록 행복하게 하거나, 미친 듯이 화나게 하거나, 깊은 슬픔에 빠지게 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대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그 사람의 이름은 뺀 채 그 사람을 가리키는 다양한 대명사를 넣어 말할 때가 많다. 따라서 말하는 사람이 한 친구에 대해 생각하면서 말하고 있다면 3인칭 단수 대명사를 높은 비율로 사용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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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29. 09:34

한밤중에 잠이 깬 그녀는 침대 위에 자기 혼자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더니 그가 열심히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손으로 턱을 받치고 그를 한동안 바라다보았다. 그는 행복해 보였다. 갑자기 그녀에게도 묘한 느낌이 찾아왔다. 산다는 것이 자못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p.290) 






오늘 친구f 의 블로그 글을 읽었는데, 위의 문장이 생각났다. '옆에는 애인이 있고 배 위에는 고양이가 있는 상황이 너무 행복했다'는 글이었다. 리스베트(맞나..)가, 한밤중에 깨어 자신과 밤을 함께 보낸 남자(이름이 기억안남)가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걸 보고는 삶을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장면. 이 장면은 책을 읽다가도 좋아서 밑줄 그었었고, 그 뒤에도 가끔 생각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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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28. 19:12

목소리:

페미니즘 북토크를 토요일에 다녀왔다. 총 6인의 공저자가 30분씩 강의를 하고 나머지는 그들이 토론하며 또 질의응답 하는 시간이었다. 엄기호는 진짜 강의 잘하더라. 되게 몰입시킨달까. 역시나 나는 정희진쌤 강연이 제일 좋았다. 열심히 얘기하시다가 본인 감정에 휩쓸려서 막 흥분하시는데, 그걸 보는게 난 너무 좋은 거다. 흥분,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이 분도 뭔가 의식의 흐름대로 말씀을 하는 분이셔서 ㅋㅋㅋ 내스타일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여러명의 강의를 듣는데, 어떤 분들 강의는 통 집중이 안되고, 집중이 안되다보니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막 그런 거다. 같이 들은 친구들 중에는 내가 집중 전혀 안되는 강의를 제일 좋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는데 이건 어디에서 온 차이일까, 곰곰 생각하다가, 어쩌면 목소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가 나를 집중시키지 못하는, 나를 끌어당기지 못하는 목소리인 것 같은 거다. 들으면서 '저 목소리 싫다'고 생각한 건 전혀 아니었는데, 물론 '저 목소리 좋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진짜 너무 집중 안되고 붕붕 떠있는 것 같달까. 주변에서만 맴돌다 사라지는 강의인 거다. 이건 저 사람과 나의 목소리 합이 맞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는 알게모르게 되게 중요한 것 같다. 상대의 말에 집중시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러고보면 목소리로 집중 못시키는 사람을 내가 좋아하진 못하는 것 같다.



타미 사진:

강의를 듣고 있는데 여동생이 타미 사진을 연달아 네 장 보내왔다. 제동생 때문에 짜증이 나 있는 타미라는데, 그 표정이 너무 예뻐서 사진 찍어 보냈다는 것. 짜증난 아이의 표정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나는 변태인가.. ㅠㅠ 미안해 타미야. ㅠㅠ 근데 너무 예뻐서 ㅠㅠㅠㅠ 이모가 미치겠어 ㅠㅠㅠㅠㅠ 아무튼 너무 예뻐서, 받자마자 습관적으로 '아 B 가 보면 예쁘다고 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런데 나는 이제 이 사진을 보낼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지. 이거 보내주면 예쁘다고 막 나랑 흥분해서 얘기할텐데. 이 예쁜 사진을 보내줄 수 없어서 안타깝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이 아이의 성장과정을 같이 보고 이야기나누고 그랬는데 이제 그걸 못하겠네 싶었다. 그에게도 조카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타미 얘기를 제일 많이 했더랬다. 우리의 모든 조카들을 통틀어서. 심지어 그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타미를 자랑하기도 했다. 정말 예쁘다고. 이 예쁜 사진을 보여줄 수 없다니 너무 안타깝네. 사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옷:

얼마전에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강의를 들으러 가려는데, 엄마는 야하다고 '절대 회사에는 입고가지 말라'고 했고, 남동생은 '가슴 조심해' 라고 했다. 가슴 부분이 깊게 파여서 골이 보이기도 했지만, 가슴 부분이 레이스여서 ㅋㅋㅋㅋ은근히 야한 거다. 근데 뭔가 나는 씐나가지고 ㅋㅋㅋ 아무튼지간에 그렇게 입고 나가려는데, 남동생이 누나 왜그러냐고 왜 그렇게 야한 옷을 입고 나가느냐고 하는 거다. 


-남자 꼬실라 그런다. 왜.

-누나는 지적인 걸로 남자 꼬신다며.

-지성과 가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성과 가슴이라니. 멋지다 ㅋㅋㅋㅋ아무튼지간에 내가 뭐 이쁘게 하고 가려고 한 건 아닌데 스스로 너무 예쁘게 느껴졌고, 강의실에 도착하니 왜이렇게 이쁘게 하고 왔냐고 친구들도 막 그러고 ㅋㅋㅋㅋ 씐났음. 밤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데, 한 명이 나 오늘 이렇게 입은 거 너무 예쁘다고 하면서 '그런데 내가 입으면 그렇게 야하진 않을거야, 나는 가슴이 없어서' 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은 나에게 '너가 입으니까 참 예쁜데 내 여자친구가 입으면 싫을 옷이야'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그래서 다들 '니 여자친구한테 사람들은 관심없다'고 했는데, 그 친구는 '알지만 신경쓰여' 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나도 그 마음 안다고 했다.

B 는 내게 상반신 누드 사진을 보내기도 했었는데, 몸이 진짜 너무 예뻐가지고, 보면서 내가 막 흥분하고 그랬었는데, 아아 너무 좋다 하고 핸펀 바탕화면에도 하고 그랬었는데 ㅋㅋㅋㅋㅋ 이 멋진 몸을 가지고 돌아다니면 여자들이 얼마나 반할까..막 이런 거 내가 걱정하고 그랬더랬다. 그래서 그도 내게 '너는 내가 내 방 침대에 있을 때 제일 좋아해' 라고 말했었는데, 나는 진짜 그가 마트를 가도, 길거리 걸어도, 모임을 가도, 막 너무 예뻐가지고 여자들이 쑝쑝 갈텐데..이런 고민을 했었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어디 나가지 말고 침대에만 있었으면....막 이랬던 거다. 

이 얘기를 어제 친구가 '내 여자친구가 입으면 싫을 옷' 이라고 할 때 했더니, 다들 야유하면서, '야 니 애인 너나 예쁘지' 막 이러는 거다. ㅋㅋㅋㅋㅋㅋ 그래 알어, 아는데, 그랬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막 어디 나다니면 여자들이 다 반할 것 같았어, 졸라 멋져서 ㅋㅋㅋㅋㅋ막 이랬는데, 그러자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 그사람 말고 그 전 애인들한테도 그런 걱정이 들었었어?


-아니. 전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마시다 빵빵 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술 넘나 좋은 것 같다. 




약:

5월 한달 내내 진짜 축축 쳐졌더랬다. 조금 좋아질려나 싶으면 또 가라앉고, 그 가라앉음이 지속되다보니 아무 의욕도 없었는데, 그래서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하지 못한 일들이 쌓여 있다. 금요일에는 진짜 가만 있어도 눈물이 날만큼 우울해져서, 아, 왜이렇게 한달 내내 축축 쳐지고 기운이 하나도 없지...생각하다가, 어쩌면 이건 약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두염으로 약을 지어 먹었는데, 이 약이 이렇게 만든 게 아닐까... 했던 것. 아무 의욕도 없고 욕망도 안생겼는데, 무엇보다 식욕이 없다는 게 너무 당황스러웠다. 나는 항상 뭔가 먹고 싶고 마시고 싶고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런 생각이 너무 안들어서 우울한거다. 무언가를 욕망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거는 내게 너무 우울했다. 회사 동료는 '식욕이 없으면 그 기회에 다이어트 할 수 있고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나는 식욕이 없는 내 상태가 마치 죽어있는 상태 같아서 너무 싫었다. 머릿속으로 이 음식 저 음식 다 생각해봐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심드렁했는데, 그 심드렁한 상태가 너무 견디기 힘이 든 거다. 다시 욕망으로 가득차고 싶은데 어떡해야 하지.... 마침 금요일 점심때 까지 약 먹으면 지어온 약을 다 먹는 거였고, 그 뒤에 다시 병원을 가지도 말고 약도 짓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뭘 먹어서 내 식욕을 되살려놓을까 고민하다가, 금요일 저녁에 갈비를 먹으러 갔다. 갈비 먹고 싶다!! 라고 했지만 사실 먹고 싶진 않았고, 갈비를 먹으면 그 다음에 뭔가 식욕이 살아나지 않을까 했던 거다. 어쨌든 엄마랑 갈비를 먹고 그 날 밤에 일찍 잤는데, 아무래도 약 때문에 내가 의욕 없고 우울한 상태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이제 그냥 기침을 하면서 버텨봐야겠다 싶었는데, 아 기침이 너무 계속 나니까, 안되겠다 너 병원 가라, 엄마가 그러셨고, 나도 너무 괴로워서 이번엔 동네에 내가 잘 가는, 잘 낫는 이비인후과를 갔다. 엄마랑 남동생은 거기 닥터 불친절하고 사람도 많아 싫다는데, 나는 거기 닥터 불친절함이 이상하게 뭔가 친절하게 느껴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는 나를 언제나 잘 낫게 해줘서(내 비염은 언제나 거기서만 치료가 됐어!) 굳이 오래 기다려서라도 거기를 가곤 했다. 이번에 후두염은 회사에서 눈물나게 아픈 바람에 회사 근처로 갔었고.... 거기서 먹은 약이 나를 미치게 만든 것 같아.... 아무튼지간에 그래서 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데, 후두염은 기침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했고, 너 전에도 이렇게 기침 오래한 적 있지 않냐, 물었다. 그래서 내가 몇 년전에 그런 적이 잇었다 말하니, 알러지라고 했다. 이 기침은 오래가고 잘 낫지 않는다고.. ㅠㅠ 내가 몇 해전에도 두달동안이었나 기침을 해서 내과에 가서 폐 사진까지 다 찍어봤었는데 완전 멀쩡했더랬다. 한약도 먹어보고 엄마가 무슨 약물도 타주고 그랬는데도 통 기침이 떨어지질 않았더랬어. ㅠㅠ 감기나 이런 증상 다른 거 아무것도 없고 그냥 기침만 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그래서 또 약을 지어주는데, 내가 선생님께, '후두염이라고 해서 약을 처방 받아 먹었는데, 저 너무 의욕없고 기운 없고 우울했다, 혹시 이거 약 때문인거냐' 물었더니, '기침을 멎게 하는 약은 그렇다' 라고 하더라. 지금 자기가 지어주는 약도 그렇게 축 쳐지게 할 거라고... 흐음........ 그리고 내게 약에 알러지 있는 거 있냐 해서 있다고 하고 내가 어느 약에 알러지 있는지를 말했는데, 이 계통약을 쓰려고 했는데, 안되겠다며 다른 약을 넣겠다고 했다. 


나는 어떤 약에 대해 알러지가 있고 그래서 약을 먹을 때 쫄리는 경우가 많다. 이미 알고 있는 알러지가 있지만, 혹여 새로운 약을 먹게 될 때 내가 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진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해 두려운 거다. 싫어 ㅠㅠ 닥터는 약 알러지가 있으면 약을 처방하기가 되게 짜증나는데, 그건 그 계통의 약을 다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이레놀은 어떻냐고 묻길래 괜찮다고 했더니 그럼 그 계통으로 약을 처방하겠다 해서 약을 받아왔는데, 토요일 당일엔 술마실거라 약을 안먹었고, 일요일인 오늘 아침 먹고 약을 먹었는데, 아..... 이 약을 먹고 방 청소를 하고 씻으려는데.....그래서 속옷을 챙기고 욕실로 들어가려는데....머리가 핑- 그러는 거다. 심하게는 아닌데 어지러운 것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나 .. 정말 핑- 했던 것. 머리가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라 해야하나...너무 당황스러워서 침대에 누워 잠깐 쉬다가, 일자산 간다고 일어나 옷을 입으려는데 그래도 또 핑..... 하아- 엄마, 머리가 핑- 도네. 이러고는 일자산 갔다올게, 했더니 엄마는 가지말라고 하셨다. 야, 너 그러다 산에서 쓰러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아니야, 이거 쓰러질 정도는 아니야... 그래도 가지마! 이런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핑- 이래가지고...너무 가기 싫어지는 거다. 그래서 일자산 가기를 포기하고 드러누웠다. 아... 아무것도 못하겠다....이러고 드러누웠어..... 휴..... 좀 드러누웠다가 일어나니 괜찮아져서 일어나 씻고 남동생하고 백화점엘 갔다.



백화점:

필요한 게 있어서 사러 갔는데, 무지에 가서 가디건도 싸게 사고 그래서 너무 좋았다. 이것도 좋았는데, 푸드코트에서 남동생하고 쌀국수랑 충무김밥이랑 떡볶이 시켜두고 먹는데, 다 너무 맛있어서 우리 둘이서 싹싹 비운 거다. 이거 맛있게 먹는 것도 너무 좋았다. 남동생이 충무김밥 좋아해서 너무 좋고. 사실 그간 내가 사귀어온 남자들이 나랑 충무김밥을 먹으면 '니가 좋다고 해서 먹긴 하는데, 대체 이걸 왜 먹는건지 무슨 맛으로 먹는건지 모르겠다' 막 이랬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봄씨도 그랬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충무김밥 진짜 너무 맛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랑하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남동생이 같이 맛있게 먹고 좋아하니까, '우리 충무김밥 먹을까?' 이러니까 또 내가 막 씐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시간이었다. 아아, 이런 놈이 내년에 장가를 간다니 ㅠㅠㅠ 너 장가가면 어떡하냐 ㅠㅠㅠㅠㅠㅠㅠㅠ 



5월:

5월 초부터 왜이렇게 기운이 딸리고 축축 쳐지나, 그리고 왜 이게 한 달이나 가나....하, 너무 일상이 지치네...라고 생각하다가 퍼뜩, 년초에 뽑아 놓은 인터넷 사주를 들춰봤다. 거기에 월별운세가 있는데, 뭐라고 써잇나 보자, 했던 것. 헐. 그런데 5월을 찾아 읽는데, 첫 줄에 이렇게 써있었다.


'5월은 답답한 달이다.'


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지간에 지나가고 있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니.... 하아- 기운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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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26. 08:48

피우진의 책을 읽고 있는데, 군생활에 관련된 내용이다. 이미 SNS 상에서도 유명한 일화 부분을 읽었는데, 1군 사령관이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다 불렀는데 안나갔던 것, 또 술마시다가 다른 여군을 찾길래 아프다며 보내지 않은 것, 술마시면서 여군들 보내라고 했는데 전투복 차림으로 보낸 것 등이 나왔다. 이게 모두 1군 사령관이 한 짓인데, 책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이 나중에 '합참의장' 이 됐다고 나온다. 이런 새끼가 위로 위로 진급하는 게 남자들로 가득한 사회의 현실인데, 나는 보쓰의 친구 생각이 났다. 보쓰의 친구 중에도 前합참의장이 있는 거다. 자서전까지 냈던 사람인데, 이 사람은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알기도 전부터 딱 보고 너무 싫었는데, 보쓰의 친구라기 보다는 아는 선배, 혹은 형님 쯤이었는데, 회사에 찾아와서는 귀엽다고 보쓰의 볼을 꼬집었던 거다. 그 때 보쓰의 볼이 빨개졌었는데, 보쓰가 거기다 대고 아무 말도 못하는 거다. 내가 그동안 보아왔던 알아왔던 보쓰는 버럭버럭 소리지르는,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비서들 앞에서 볼 꼬집혀도 그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더라. 이거, 뭐지? 하는 생각을 했었고, 그 뒤로도 그 사람은 너무나 당당하게 사무실에 찾아왔고, 어깨에 힘 뽝 들어 있었는데, 피우진 책을 읽으면서 저 일화에 등장하는 합참의장이 혹시 이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역대 합참의장을 검색해보니, 그 사람이 아니더라. 

보쓰를 찾아오는 그사람을 보면서 진짜 둘다 너무 싫었다. 이미 세상의 모든 권력은 내게 있다는 듯한 그 사람의 태도도 싫었고, 자기보다 아랫 사람에게는 미친 빽빽이 소리를 질러대면서 자기보다 힘이 센 사람에게는 찍 소리도 못하는 게, 너무 진짜 역겨웠다. 

회사를 다니면서 나는 온갖 환멸을 다 느끼게 되는데, 돈 많은 어른 남자가 얼마나 진짜 개같은 짓을 일삼는지, 내 눈으로 다 보고 있다. 혀를 내두를만한 짓을 하도 저질러대서, 나는 주변에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여자든 남자든 나보다 나이가 적든 많든, 나와 친구든 연인이든 그 어떤 관계든, 수시로 그렇게 말하곤 했다. '너는 돈 많아져도 절대 그러면 안돼, 니가 보쓰가 된다고 해도 저렇게 살면 안돼' 라고. 나 역시 반면교사를 얻은 셈이다. '내가 오너가 된다면 저렇게만 안하면 된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아, 진짜 돈 많은 어른 남자는, 이미 거기에 이 사회의 힘이 다 실려 있어서 너무 지멋대로다. 소리지르고, 화내고, 지 맘대로 안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여자란 자기 옆에서 술이나 따르는 존재고... '돈이 많아'도 꼴사나운 짓을 하기 쉽고, '어른'이라는 이유로 역시 개같은 짓을 일삼기 쉽고, '남자'라는 위치도 이미 기득권인데, 이거 세 개를 죄다 합쳐놓으니 진짜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될 유형이 만들어진다.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어.. 진짜 유해한 인간들이다.....


하아- 근데 내가 그런 인간의 밑에서 일하고 있어...수치스럽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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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23. 21:35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오늘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는, 이 모든 게 다 우연일까? 라는 뉘앙스의 얘길 했다. 오늘 5월 23일, 8년전 세상을 등진 대통령과, 그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던 '탄핵된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갔던 게, 그리고 세월호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유해를 발견한 것이. 어쩌면 누군가 다 그려놓은 게 아닐까, 라는 취지로 말을 한 거다. 이것 말고도 많은 것들이 우연적으로 겹치는 것들에 대해 얘기했는데, 가만 듣고 있노라니, 어쩐지 눈물이 고이는 거다. 정말, 이 모든 게 그저 우연이기만 한걸까? 우연히 다 겹치고 겹친걸까? 어쩌면, 정말 누군가 다 그려놓은 그림은 아닐까.


그러자 내 개인의 삶 역시 그렇지 않을까, 이미 그려진 게 아닐까, 다 정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이, 사회적으로 보자면 저런 굵직한 사건들 앞에 그저 하나의 사소한 일에 불과하겠지만, 나 개인으로 놓고 보자면 다 큰 일이 아닌가. 늘 내가 얘기했던 것처럼, 시간이 나를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 놓는 거 아닐까. 나를, 당신을, 우리를. 내가 지금 여기 있다면, 그건 여기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 그리고 3개월 후에, 1년 후에, 10년 후에... 그때도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나에게 지금 벌어진 모든 일들. 이 모든 것들은 다 '그냥'이진 않을 것 같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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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22. 10:34

- 토요일에 여동생집에 갔을 때 여동생이 이마트에서 산 훈제연어를 안주로 주었는데, 넘나 맛있었지만 내가 배가 불러서 두 점인가밖에 먹질 못했었다. 그랬더니 오늘까지 너무 생각나. 그거 그래도 먹을걸...하고. 그래서 조만간 내가 이마트에서 장 봐서 사가지고 와인하고 먹어야겠다고 굳은 결심중!


- 연인간의 이별에도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정희진 쌤이 말했더랬다. 나는 깊은 슬픔에 잠겨있고, 그러므로 나에게 애도를 맞이하는 선물로 진주 목걸이를 선물하도록 하겠다. 어제 백화점에서 바쵸바치, 제이에스티나 에서 해봤는데, 바쵸바치는 10만원대와 20만원대의 목걸이가 있었고, 20만원대가 해보니 더 예뻤더랬다. 그런데 제이에스티나의 30만원대 목걸이가 착용했을 때 제일 예쁨. 아아, 나는 이걸 사고야 말겠어!



그렇지만... 나 너무 알라딘에서 많이 질러버려가지고.... 흐음......... 그래도 사겠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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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21. 20:08

인세:

며칠전에 친구와 함께 사주를 보려고 예약해 두었었다. 예약된 날짜가 토요일이었는데, 가서 보는데, 2016년과 17년은 나에게 굉장히 '쉬고싶은 해' 라고 하셨다.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듣고 또 질문도 하다가 내가 '책을 냈는데 인세를 못받았다'는 얘기를 했더니, 선생님은 그 말을 듣자마자 대뜸 이러셨다.

"못받아요."


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쩐지 못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있었던 터라, 그냥 웃었더니, 곧이어 이렇게 덧붙이셨다.


"거기도 어렵거든. 거기도 지금 작년부터 너무 어려워요." 


라고 하시는 거다. 나한테 인세를 줘야하는데 너무 어려워서 5월 말 까지만 기다려달라고 했었는데, 그래서 내가 '5월 말에 준다고 했는데요...' 했더니, '못줘요' 하시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아 ㅋㅋㅋㅋㅋㅋㅋ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 뭘까 ㅋㅋㅋㅋㅋㅋ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인세 받을 생각하고 지른 게 너무 많은데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사람일 모르는 거구나 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선생님은 아주 못받는 건 아니라고 하셨다. 받긴 받는데, 몇 개월 뒤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아-



아쉬움:

어차피 B 랑 다시 못 볼 사이가 될 거였다면, 애초에 내가 '이렇게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 그만두자고 말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내가 이런 관계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 계속 '할 수 있을거야'라고 나에게 말하며 힘들게 유지시켜온 게, 다 무슨 필요였나, 싶어지는 거다. 그래서 오히려 마지막에 화난 모습만 보여주지 않았나 싶은 거다. 내가 못한다는 거 스스로 잘 알고 있었으면서, 할 수 있다고 자꾸 생각하고, 그렇게 힘들 때마다 '괜찮을거야' 라고 스스로를 다독인 것은, 괜한 짓이었다 싶다. 자꾸 참으려고 하고,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압력을 가하니, 마지막엔 감정이 폭발해버렸던 것 같다. 애시당초 '못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만두었으면, 마지막에 그렇게까지 감정이 폭발할 일은 없었을텐데... 이게 너무 아쉽다. 


그런 한편, 나란 사람이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새롭게 알게되기도 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원하는 포지션에 있지 못할 때, 이렇게나 힘들어하는 사람이구나. 써놓고나니, 이건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간 내가 다른 사람에게 했던 행동들로 벌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포지션에 있지 못할 때, 나란 인간도 별 수 없이  약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든 옆에 있으려고 애를 썼던 내가 결국 나를 무너뜨린 것 같은데, 아, 내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나니 새삼, 진짜 나도 별 수 없네 싶은 거다. 나는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던 것 같다. 강철로 만들어진 인간인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못한다는 경고를 그렇게나 '해보이겠다!'며 맞서 싸워왔던 거다. 거기에는 그와의 관계가 내게 행복을 주었던 이유가 크다. 그 행복을 계속 가지고가고 싶어서 유지한건데, 그 행복 사이로 끼어드는 잠깐의 불안함과 초조함들이, 대부분의 행복한 시간들을 이겨버리고 말았다. 매일행복한 시간들을 물리칠 정도로, 어정쩡한 관계가 주는 불만족이 내게는 컸던가 보다. 규정된 관계속에서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나는 규정되지 못한 관계속에서 불안정하고 초조한 나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또한 감정 역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지 말아야지, 백 번 생각해봤자 이러지 않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생겨난 감정에 대해서 이러면 안된다고 아무리 타일러봤자, 그 이미 생겨난 감정이 알았다며 자신의 존재를 지우지도 않는데, '이러지마' 자꾸 말했더니 결국 감정도 나중에는 '왜 자꾸 나한테 이러지 말라고 하는거야!' 라면서 존재를 크게 드러내버린 것 같다. 계속 감정에 솔직했던 사람이고, 표현했던 사람이라, 있는 감정 없는듯이 행동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거다, 나는. 

이별이란 건, '자, 너는 이런 사람이라니까' 하고 확인시켜주는 수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희진 쌤 강연중에, '연인과 이별 후에도 애도가 필요하다(몸에도 기억이 남아있으니까)'는 내용이 있었는데, 오늘 안산에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샤갈의 그림을 생각하다가도 그가 생각났고,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으며 '알밥'이라는 메뉴를 보면서도 그가 생각났다. 나눈 이야기가 워낙에나 많아놓으니 어딜 어떻게 봐도 그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는데, 어차피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그걸 또 '안돼'라고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고, 정희진 쌤 말대로 이별에도 애도가 필요한 법인데, 오늘 쌀국수를 먹으면서, '뭘 애써 잊으려고 하냐, 언젠가는 저절로 지워지겠지, 그냥 지금은 생각나면 생각나는대로 두자' 하게 되었다. 그래, 뭐, 될대로 되라지. 



지침:

어제 연애중인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친구는 지금 자신의 연애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미래가 없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일전에 친구는 내게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얘기한 적 있는데, 친구는 자신의 연인과 함께 아주 많은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만나는 시간도 많고 서로의 집에 가서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은 거다. 아주 많은 걸 함께 하고 있는 사이었는데, 상대의 어떤 점들이 친구를 몹시 힘들게 했고, 그래서 '헤어지자'고 말을 해서 헤어져 봤는데, 헤어짐은 또 너무 힘들어서 다시 만나게 됐고,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만드는 지점들에 대해 바꿔나가자라는 약속을 했는데,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바뀐 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지쳤다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삼 연인들에게는 아주 많은 힘든 지점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유 또한 아주 많다는 것도. 나의 경우에는  그와의 물리적 거리가 먼 것이 그렇게 방해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큰 조건이었던 것 같다. 그런 한편 우리는 세상 어느 연인들보다 다정해서 매일매일의 대화가 웃음으로 이어졌었다. 게다가 우리는 서로에게 그다지 큰 단점을 발견하지도 못했었다. 어떻게 너는 이렇게 잘할까, 라는 말을 수시로 서로에게 해왔던 거다. 그도 내게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 잘하지?' 했었고, 나 역시 그에게 '당신은 너무 잘하네' 했었던 거였는데, 그 물리적 거리는 그로 하여금 우리가 어떻게도 될 수 없는, 미래가 없는 사이라는 느낌을 주었던 거다.

그런데 내 친구에게는 그런 물리적 거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나 시간을 내서 만날 수 있었고, 함께 낮과 밤을, 새벽을 보내는 것이 언제나 가능한 사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가까운 물리적 거리, 함께하는 일상을 겪으면서도 어떤 점들 때문에 '미래가 없는 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개인으로서 각자의 문제를 가지고 있듯이, 연인들은 연인들로서 또 저마다의 문제를 가지고 있구나. 새삼, 다정하고 단단하게 짝을 이뤄 사는 모든 연인들이, 아주 드물고 귀한 사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가 얼마나 대단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그들에게도 문제가 없지는 않았을 터, 그걸 극복해서 지금에 이른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일전에 무슨 통계표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지구 상에 집이 있는 사람은 몇 프로, 하는 식으로 나오면서 '지구상에 연인이 있는 사람은 2%'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적다고?' 했더랬는데, 2%로라는 숫자가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 연인이 없는 사람이 진짜 많아. 우리 회사만 해도 싱글인 남녀가 엄청 많은 거다. 싱글이 아닌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비율로.... 

다정하게 짝을 이뤄 오래 함께하는 사람들아, 소중하게 지켜나가세요... 그게 누구에게나,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닌 겁니다.



가족:

토요일에 친구를 만나고난 후 곧바로 엄마가 가 계시는 안산으로 갔다. 내가 간다는 소식에 여동생은 뛸듯이 기뻐하며 술과 안주를 준비해 놓겠다고 햇는데, 나 역시 여동생이 보고싶었던 바, 기쁜 마음으로 안산엘 갔다. 여동생 집에 가니 이미 안주와 술을 꺼내 상을 차려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친구와 저녁을 먹은 뒤라 안주를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아, 동생의 존재, 나를 언제나 환영해주는 존재, 너무 소중하다. 조카들은 이모 오는 거 보고 잔다고 기다리다가 결국 잠들어버리고 말았다는데, 누구에게 언제나 환영받는 존재라는 거, 너무 감사한 일이구나. 그러면서 엄마랑 여동생이랑 나랑 셋이 도란도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동생 흉을 보고, 아빠 흉을 보는데, 내가 어릴 적의 기억들을 아주 많이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여동생과 엄마는 속상해 했다. 큰 집과 아빠에 대한 안좋은 기억들은, 나로 하여금 부정적 인식을 갖게 했고, 내가 말하는 점들은 여동생으로서는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들이었다. 나는 대체적으로 집의 장녀가 아버지랑 사이가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우리 아버지랑 지금은 사이가 좋고, 아버지가 얼마나 사랑을 잘 표현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늘 감탄한다. 내 친구도 내 아버지 이야기를 듣다가 '니가 아버지 닮아서 감정 표현을 잘하는 것 같아' 라는 얘기를 했었더랬다. 아버지는 예전부터 지금까지(내 나이가 마흔인데!) 사랑한다고 잘 말씀하신다. 

사랑을 받는 다는 거, 알게 모르게 그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에는 그 의미와 영향에 대해 당연히 잘 알지 못했는데, 지금도 우리 엄마는 나를 끌어안아 주시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냐고 나를 안아주시는데, 엄마가 먼저 안거나 내가 먼저 안거나 하면서 그 포옹이 참 좋다. 이게, 이 포옹이, 나는 몰랐는데, 나를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일전에 회사 동료중 한 명이 '언니는 사랑받고 산 티가 확 나요' 햇었더랬는데, 그때는 뭔가 머릿속에 물음표 천 개 떠다녔었지만, 이제는 아, 내가 사랑을 받고 자랐고, 그것은 어떻게든 나에게 영향을 미친거구나, 하게 된거다. 

그래서 술을 마시다가 엄마에게도 말했다. 엄마,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엄마가 우리를 얼마나 사랑해줬는지 알겠고, 그리고 그게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알겠어, 라고 얘기했다. 


타미 화니도 보면 축복받은 아이들이란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또 사랑을 표현해주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주변에서도 이 아이들이 너무 밝고 말도 예쁘게 한다고 신기해한다는데, 그건 아빠 엄마를 비롯한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으로부터 격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B 는 종종 내게 '니가 나에게 준 애정은 그간 받아본 애정중에 최고야'라고 말을 했었는데, 나는 진짜 감정을 속일 수 없는 사람이라서인지, 사랑이 들끓어오르면 뭘 어쩔 수가 없어 ㅋㅋㅋㅋ폭발해 폭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표현하지 않고 살 수가 없는 사람이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심규선 콘서트를 예매해놨다. (응?)

심규선 너무 내 과의 사람 같아. 사실 심규선의 겉모습은, 완전 내 스타일 아닌데, 막 하늘하늘하고 그런 거.. ㅋㅋ 그리고 사진 찍는 거 보면 너무 어... 혼자 유우~ 하는 표정 같은 거 있어서 ㅋㅋㅋㅋ난 좀 오글거리긴 하는데, 노래 부를 때 진짜 감정에 막 젖어버리고, 그러다 듣는 사람들 반응 좋으면 막 또 감동하고 고마워하고 그러는 거 완전 진짜 나랑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사람도 자기 감정 표현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사람인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어트:

B 와 헤어졌다는 걸 남동생에게 말하고 나서, 나는 남동생에게 다이어트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제 폭식하고 폭음할거야.

-그러지 말고 하던대로 해.

-싫어. 다이어트 진짜 싫어. 다 먹을거야.

-누나, 앞일은 모르는 건데, 그 사람이 돌아올지 다른 남자가 다가올지 어떻게 알고 그래. 다이어트 해야 좋은 남자 만날 확률도 있지.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날거야.

-그건 힘들어 누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또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주 가서 다 보고 나오기 전에 선생님께, '선생님 이건 진짜 쓸데없는 질문인 거 아는데요, 저 다이어트 할 수 있나요?' 하고 물어봤더랬다. ㅋㅋㅋㅋ물어보면서도 쪽팔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랬더니 선생님은 사주에 쓰여진 글자들을 보시고는, 

'한 번 시도 했었네요? 효과도 좀 봤었고' 하시는 거다. 오오, 용하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네, 했었고 효과 보긴 했었는데, 다시 돌아왔고, 사실 다이어트 하기 너무 싫고 필요도 못느끼거든요, 라고 했더랬다. 그러자 선생님은 '지난번에 효과 본 방법으로 시도하면 이번엔 효과를 볼 수 없어요, 그 방법은 안돼요' 라고 하셨다.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이번에 내가 다이어트 하려고 하면서 지난번 방법은 진짜 너무 하기 싫다고 생각해서 다른 방법으로 해야지 생각했었는데, 오오, 사람은 역시 자기 살 길 자기가 찾아가기 마련인가 보다.

친구와 나에 대한 상담을 받다가 문득 선생님께, 

선생님, 선생님 말씀 이렇게 듣고 있다보니, 사람이 자기 살 길 자기가 찾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친구(내 친구를 가리키며)가 그것이 자기한테 좋다고 해서 한 건 아니었지만, 스스로 좋아하기 때문에 한 거였는데, 그걸 좋아하는 이유가 살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생님 역시 정말 그렇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종교를 갖고 취미생활을 갖고 하는 것처럼, 이렇게 사주를 보러 오는 것 역시, 그 사람이 선택한 자기치료방법이라고.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말씀드렸다. 사실 여기 온다고 어떤 해결 방법이 있진 않은 것 같은데요, 그런데 되게 카운셀링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답답하면 여기 오고 싶어지더라고요, 라고 했더니, 선생님 역시 본인도 천주교라는 종교를 가지고 있고, 전공은 화학이라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이걸 하고 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화학이 전공인데 사주를 봐주신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인생 모르는 것 같다.



그나저나 인세 어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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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