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니 쉴드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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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치하는 사람들 두 명에 관한 배우자 인터뷰를 읽었다. 둘다 대학시절에 인연이 닿았고 같은 가치를 추구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다 연인이 되어 부부가 되었는데, 그래서 자신들의 배우자가 걷고자 하는 정치인의 길을 응원하는 게 되게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 과정에서 여자 배우자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양육과 가사노동에 전념해야했고, 자신의 커리어까지 포기해야 했던 것은 남자 배우자와 같지만, 남자 정치인의 경우 남편이나 아빠로서 딱히 다정하고 충실한 느낌은 아니더라. 그냥 전형적인 한국남자... 인터뷰 만으로 보면 두 정치인 모두 다 좋은 배우자를 만난 것 같았다. 지향하는 바가 같고 또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응원해주는 짝을 만난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은 아닐테니 말이다. 사실, 남자 정치인보다 남자 정치인의 배우자쪽이 훨씬 더 멋진 것 같아.....
계속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장점을 찾아내고 그걸 인식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함께 보고 그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진짜 근사한 일일 것 같다. 함께산다는 건 이런게 담보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내가 잘한다는 것을 상대가 믿고 상대가 잘할것이라는 것을 내가 믿는 것. 자꾸만 상대로부터 실망감만 갖게 되고, 상대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할까봐 불안하다면, 그런 관계로 계속 함께해간다는 건 그만둬야 되는 게 아닐까. 나라는 인간은 여기까지 내 의지대로 또 내 생각대로 왔고 또 상대는 상대의 의지와 생각대로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일테니, 그런 둘이 만나 앞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사람은 잘해온 사람이야'라는 신뢰가 필요한 거 같다. 저 두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나라면 정치를 하고자 하는 나의 배우자를 지원할 든든한 짝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택도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그렇다면 만약 내가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나의 배우자가 나의 든든한 짝이 되어줄 수 있을까?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 든든히 잘 맞는 사람을 고르는 것은 진짜 어렵고 어렵고 또 어려울 것 같다. 혼자 가는 게 나을듯...
그런 한편, 똑똑한 여자가 똑똑한 남자를 만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물론 저건 반대로도 당연히 성립하는 거고, 동성으로 봐도 마찬가지인데, 똑똑한 사람이 똑똑한 사람을 선택해 함께하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것. 물론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이 만나 좋은 관계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이 만나야 좋은 관계가 될 확률이 높은 것 같다. 나와 바라보는 방향이 같은 사람. 저 두 정치인이 힘껏 지원해주는 배우자와 함께 계속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건, 바라보는 방향이 같고 그 방향으로 갈 거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표가 될 순 없겠지만(뭐 누군가에겐 그럴 수도 있을거고), 좋은 배우자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행운임에 틀림없다.
엊그제 여동생이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아빠는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셨는데, 여동생과 아빠는 한참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었고, 나도 간혹 껴들었다. '이거 스피커폰이야, 너에게 프라이버시는 없어! '라면서. 깔깔 웃으며 통화하다가, 여동생은 아빠한테 참 다정하네, 하는 생각이들었다. 여동생은 가끔 아빠 보고싶다고 전화를 자주 드리는데, 내 경우엔 아빠에게 전화하는 일이 별로 없어... 외국으로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전화는 엄마에게만 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그 사람이 설사 가족일지라도) 다정하기 위해서라면 애를 써야 한다. 본성이 다정해서 저절로 다정다정 말투가 나오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다정하고 싶은, 다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정모드 버튼을 누르는거다. 그 버튼은 내 상태가 괜찮을 때 잘 눌리는데, 내 컨디션이 엉망이면 그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아서 본래의 성격이나 말투가 나와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누구나 '저절로', '아주 자연스럽게' 다정모드 버튼이 눌리는 상대가 있기 마련인데, 내 경우엔 나의 조카들이 그렇다. 조카들에 대해서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다정모드로 전환된다. 여동생의 경우엔 우리 아빠에게 그런 것 같다. 같은 아빠인데 여동생과 내가 인식하는 아빠는 왜이렇게 다른가..
나의 아빠는,
친구들과 대화하다보면 세상 좋은 아빠다. 이런 아빠가 없다고 할 정도로 다정하고 사랑이 넘친다. 감정 표현도 엄청 잘하고, 한 친구는 내게 '네가 아빠 닮아서 감정 표현을 잘하는 것 같다'고 한 적도 있다. 또 한 친구는 내게 '대체적으로 아빠들이 한남이라 여자들이 페미니스트가 되는것 같은데, 너는 다정한 아빠 밑에서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됐네' 라고 하기도 했다. 왜 나에게 아빠는 다정모드 버튼이 저절로 눌려지는 사람이 아닌걸까? 신기하다...... 우리 아빠 다정하고 감정 표현 잘하고 자식과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한남이여..... 전형적 한남이여.........다정모드가 안눌려...........
일전에 구남친중에 한 명이 '우리 엄마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아빠랑 이혼했으면 좋겠어' 라는 나의 말에 '너는 너네 엄마를 엄마로 보기보다는 한 사람의 여자로 생각하네' 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아빠에 대해서도 한 사람의 남자, 인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아빠'보다 먼저 이 '인간', '남자'로 떨어뜨려놓기 때문에 막 사랑하게 되질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것 같어....
꿈을 꿨다. 내가 데이트했던 남자가 나왔다. 나는 그와 만나지 않는 사이인데 가족들과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거다. 나는 싫었다. 그를 오랜만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 반가운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서 오랜만이네 잘 지내죠, 하고는 잠깐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꿈속에서 나는 혹여 우리가 인사 나누는 것을 누가 볼까 두려웠다. 내 가족이 보게 될까 두려웠다. 나는 내가 이 남자랑 데이트했다는 사실을 내 가족들이 알지 않기를 바랐다. 다행히 엄마랑 여동생은 저쪽에서 다른 책을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내가 누군가와 알은척 하는 것을 보지 못했고, 나는 그에게 그럼 안녕, 하고는 돌아서서 서점 바깥으로 나가 다른 가족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여동생이 곧이어 나왔는데, 여동생은 내게 '언니가 만났던 남자 봤어' 라고 하는게 아닌가. 어? 그럴 리가 없는데? 니가 어떻게 알고 봤다는 거야? 놀라는 내게, 그가 먼저 인사를 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키크고 잘생겼더라' 하는 거다. 어?? 너 잘못본 것 같은데?? 나는 키크고 잘생긴 남자랑 데이트한 적이 없는데?? 했는데 그 뒤에 이어진 그에 대한 설명(그에겐 동행이 있었다)으로 여동생이 내가 데이트했던 바로 그남자랑 마주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랬구나, 만났구나. 그런데...잘생겼다고?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잘생긴 남자일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근사한 남자일 수도 있겠어. 그렇지만 내게는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도 아니다. 그를 멋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나중에야, 아주 나중에야, 내가 사랑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드러내기가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어디에서 마주쳐도 좋을 거라는, 그것이 부끄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나는 연애를 하는 동안 내 연애에 대해 글로든 말로든 감춰오는 편이었는데, 그것은 나의 성격이 내 연애를 떠벌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대중교통이나 길을 걸으면서 손을 잡는 게, 그걸 누가 안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나는 그저 내 성격 탓인줄로만 알았던 거다. 그러나 나는 돌이켜보면, 내 연인들을 그다지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게 연애는 심심풀이 같은 것이었나...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은 연인이기에 으레 해야하는 것이지, '이 남자랑 손잡고 다니는 나'를 내가 아는 사람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이 모든게 내 성격 탓이기도 했지만, 내가 딱히 상대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이 자랑스럽지 않음은 상대가 못나서가 아니라, 역시 내 문제인데, 나는 그들에게 '반해서' 사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대체적으로, '나를 좋아하는 그리고 대화가 통화는' 사람하고 사귀어왔던 거다. 내가 그들에게 원하는 건 그게 전부였던 것 같다. 그거면 됐던 것 같고, 그렇게 연애를 하다보니 그 연애가 나의 일상이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엇이 될 순 없었다. 어쩌면 그게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연애를 가장 중심에 두지 않는 것. 연애가 딱히 중요하지 않아서 연애 상대에 대해 어떤 큰 기준이라든가 제약 같은 게 없이, 그저 날 좋아하고 대화가 통하면 진행시켰던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방금 전에 실장님이 교정지를 주고 가셨다. 꺅 >.<
주말에 내가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펼쳐봤는데, 우앙, 머리말도 너무 좋고(내가 썼다 당연히), 첫꼭지 읽어봤는데 넘나 재미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 수 있겠어!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이 재미있어서(응?) 기분이가 좋아지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금 잡지를 한 권 훑었는데, 내가 관심있어하는 칼럼을 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관심글이 1도 없더라. 아아, 나는 이걸 읽자고 이 잡지를 샀나 자괴감이 들고..
그 중에 요즘 젊은 리더인지 뭔지를 다룬 기사를 보게 됐는데, 젤 앞에 실린 사람이 젊은 나이에 뭔가 어떤 기업의 이사인가 대표인가 그랬고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으며 중국 회사에서 일한 경력도 있고 해서 한국어까지 5개국어를 한다는 거였다. 사진이 두 컷 실려있었는데 잘생겼더라. 어쨌든 대충 그 사람에 대한 기사를 보고 사진을 보면서, '아 잘생겼는데 싫다' 하는 느낌을 가졌다. 이 느낌은 뭐지. ㅋㅋㅋㅋ 아, 참 싫게 잘생겼네 하는 그런건데, 아아, 나는 역시 얼굴로 남자 좋아하는 사람 아니구나 싶으면서, 누군가는 이 잡지를 보고 이 사람을 알게 되면서(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멋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아아, 나는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딱 소름 돋게 싫은 거다. 이잉 알고 지내기도 싫어. 참 이상하지. 왜 잘생겼고 5개국어를 한다는데 으으 소름돋는거지? ㅎㅎㅎㅎㅎ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취향은 지극히 소박한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도 혹여 날 보면 '뭐 이런 여자가 다있나' 하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넘 싫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기사 하나 읽자고 잡지 사는 일 따위 이제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어제 교정본이 나오는 날이어서 어제까지 제목을 결정하기로 했었는데 교정본이 어제 도착을 안했다고 해서 제목을 오늘까지로 미뤘더랬다. <당신의 안부>는 내가 제안한 제목인긴 한데, 여러 명이 이 제목이 좋다고 하기도 했고,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이게 책 성격에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질 않는거다. 책의 성격에 맞으려면 <당신의 안부> 보다는,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가 더 적절할 것 같았고, 여기에 대표님도 동의했다. 그렇지만 뭔가 '이거다!'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아아 역시 <다정한 참견>이 좋았어...로 의견이 모아져서, 이미 다정한 편견을 낸 출판사에 혹 우리가 이런 제목으로 책을 내도 너희 괜찮겠니, 물으니 그쪽에서는 '상관없다'는 답이 왔다고 한다. 어차피 자기네가 먼저이니 설사 욕을 먹어도 우리는 아니겠지, 라고 했다는 거다. 대표님과 나는 이미 있어서 민망한 것도 있지만 우리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라면서 여기에 끌렸지만 잠시 보류하고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한 게 어젯밤이었다. 그리고 오늘, 역시 다정한 참견인건가...하다가, 좀전에 본 댓글에서, w 님의 '당신을 빼고' <잘 지내나요?> 제안에, 갑자기 너무 좋아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오 ㅋㅋㅋㅋㅋㅋㅋㅋ 얼른 대표님께 말씀드리니, 본인도 이게 더 좋다고 하시는 거다. 처음에 <잘 지내나요?>로 하고 싶었는데 이미 이런 제목으로(물음표 빼고) 책이 있어서 굳이 앞에 당신도를 넣었던거라 하시는데, 아아, 있는 제목 피해갈라니 너무 거시기하고, 이 제목만큼 책을 더 잘 나타내주는 게 없는 것 같단 생각에, 그래, 우리 이렇게 가자, 이게 좋다! 하고 방금 제목을 확정지었다. 검색해보니 '잘 지내나요' 가 들어가는 제목이 이렇게나 많아...
그래도 가자, 고고씽!
제목 채택된 w 님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의견 주신 여러분들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__)
다정한 관심
명랑한 참견
여러분 안녕?
당신의 안녕
당신의 안부
우리, 어디쯤에 있을까
우린 어디쯤일까
사이 생각
나의 친밀한 이웃
아주 소박한 연대
당신도 잘 지내나요?
당신도 안녕하신가요?
너의 안부를 묻는다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 출판사에서는 [당신도 안녕하신가요?] 와, [너의 안부를 묻는다]가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어 준다고 생각한다 했다. 나는 고대 대자보 생각나지 않느냐 물었고, 그건 책 많이 읽는 사람들의 오류인 것 같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저 안녕하냐고 묻는걸 떠올릴 것이다, 라는 대답을 들었다. 제목을 짓다보면 좋은 제목으로 집중되는데, 그보다는 책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까지 제목을 고르기로 했는데,
여러분, 어떤 게 좋은지 의견 주세요.
어렵다 ㅠㅠ
영화 《라라랜드》에 나오는 대사중에, 이 일기의 제목처럼,
where are we?
가 있다. 여자가 오디션을 보고 프랑스로 가야할 상황이었고, 남자는 그런 여자의 꿈을 응원해주는 장면이었는데, 그때까지 그들은 다정한 연인이었다가 좀 소원해졌더랬다. 여자가 고향으로 내려갔고 남자는 여자가 오디션을 봐야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여자의 고향에 내려가 여자를 태우고 오디션장에 데려다준다. 그리고 그 오디션에서 여자는 합격을 한거다. 그렇게 합격 후에 잠시 대화를 나누는데 그 때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다.
where are we?
남자는 아마도, 흘러가는 대로 두자고 했을 거다. 이 말은 내가 늘 하는 말과 맥락을 같이하는데, 나 역시 '시간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다 놓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그 말을 종종 하는 편이라서, 남자의 저 말이 이해되었다. 그리고 뭐가 됐든, 어쨌든, 나는 저 대사가 모든 것을 다 설명하는, 함축하는 대사라 봤다.
나는 저 대사를 내 책의 제목으로 쓰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다. 저 대사는 연인 사이에서도 그리고 시국에 놓고 봐도 다 들어맞는 대사인 것 같은 거다. 그런데 책의 제목을 영어로 할 수 없으니 저걸 번역해야 할텐데, 번역하면 뉘앙스가 저대로 나오질 않는 거다. 아 ... 문장을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봐도 내가 딱 원하는 그 문장이 되질 않아. 대표님께도 말씀드리니, 라라랜드를 세 번 본 큰 딸에게 물으니, 번역하면 역시 의미가 축소되는 것 같단다. 크- 저거 쓰고 싶은데... 안타까워...
다가오는 주말엔 중국 청도가 예약되어 있었다. 비행기도, 호텔도, 비자도 다 완료된 상태였는데... 주말에 뉴스를 보던 식구들이 내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 같이 가는 동행은 외국 여행이 처음이라 기대가 클텐데, 차마 안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하기가 저어되는 거다. 토요일 오전에 일단 '지금 중국하고 우리 상황이 안좋다네..'라고 운을 뗐는데, 동행은 그래도 가고 싶어하는 눈치라, 그래 그냥 가자, 짧게 가는데 휙 갔다오지, 하고 가기로 굳혔는데, 아아 우리 식구들이 너무 다 반대해. 마침 일요일 오후에 동행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안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본인의 엄마도 너무 걱정하시며 안갔으면 좋겠다 하셨다는 거다. 우리는 비행기 취소수수료를 내야 하고, 비자 발급은 그냥 돈을 날린 거지만... 그래 그냥 돈 날리고, 그걸로 안전을 샀다고 생각하자며 서로를 다독였다. 사실 나는 여행을 그냥 갔어도 됐을 것 같고, 나 혼자라면 그러든말든 갔을테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고 식구들과 함께 있는 사람인데, 내가 여행가 있는 동안 식구들이 걱정하고 있을 걸 생각하니 그러면서 갈 필요가 뭐가 있나 싶은 거다. 나야 나지만, 동행은 외국으로 나가는 게 처음이라 몹시 기대가 컸는데 너무 아쉬워하면서, 그렇지만 안가는 게 맞는 것 같다, 라고 하더니 국내라도 어디든 가고 싶다는 거다. 가기로 했으니까 갔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우리는 주말에 중국 청도 대신 대전에 가서 신나게 먹고 마시기로 했다. 인생... 하아. 동행은 많이 기대해서 옷도 사고 그랬는데... 인생 역시 알 수 없구나.....
책 제목도 제목이지만, 요즘 저 문장 생각 많이 한다.
where are we?
아니, we 가 아니라 I 다.
두 번째 책이 출판사 교정 중에 있고 저희는 제목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첫번째 책 독서공감과는 좀 성격을 달리해서, 책을 읽은 제 생각이 들어가는 것은 같지만, 인간과 관계, 사랑이 키포인트가 될텐데요. 여기에 적합한 제목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제목 좀 추천해주세요. 촌스럽지 않고, 그렇지만 책의 성격을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요. 그간 제가 알라딘 블로그에 썼던 글들인만큼 여기 오시는 분들은 다들 글의 느낌을 아실텐데요. 좋은 제목으로 추천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제발 ㅠㅠ
출판사랑 저랑 아이디어 너무 1도 없음요 ㅠㅠ
제목.. ㅠㅠㅠ
(회계감사중이라 바쁜데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음)
생리전 증후군의 증상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남들 다 있는 유방통, 우울증 등은 물론이고 내 경우에는 엄청난 졸음 쏟아짐과 함께 다리가 심하게 괴로운 증상이 있다. 다리가 괴로운건 생리전에 한 이틀쯤 그러다가 말긴 하는데, 이 순간이 진짜 괴롭다. 아픈 것도 아니고 쑤시는 것도 아니고, 뭐라고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는데 진짜 괴롭다. 어떻게 설명할 말을 찾을 수가 없고, 그때 드는 생각이라고는, '아주 손이 크고 힘센 남자한테 안마받고 싶다'는 거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생리전에 다리가 고통스러울 때 남자로부터 안마를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애인이든 혹은 안마 받으러 가든, 이럴 때 안마를 받아본 적이 전혀 없는 거다. 내가 내 손으로 안마를 해보지만 정말이지 소용이 1도 없다. 곧 지나갈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앓고 있는 동안엔 정말 너무나 괴로워.. ㅠㅠ 완경까지 아마도 얼마 안남았겠지만(이래도 슬프구나 ㅠㅠ), 남아 있는 생리 동안이라도 힘센 안마를 받기 위해 세븐라이너를 사볼까... 고민중이다.
여동생은 아주 오래전부터 세븐라이너를 쓰고 있고, 이것이 본인에겐 많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교사생활을 하다보면 집에 돌아와 종아리가 너무 아픈데, 이게 아주 도움이 된다고. 나는 어쩌다 동생 집에 갔을 때만 해보는 거라서 이게 내 삶에 크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으음, 그래도 안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그리고 내 손으로 하는 것보다는 이천배쯤 낫지 않을까....매번 힘센 손으로 안마 받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별로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돈 주고 사서 안마 받으면....좋지 않은가...그런데 왜 이십만원도 안되는 돈이 내게는 이렇게나 크게 느껴진단 말이냐...더 비싼 항공권은 고민 없이 팡팡 끊으면서....와인 먹으러 두세번만 안가도 살 수 있는 돈인데....내 다리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잖아.. 그런데 왜 한 번에 팡팡 결제하지 못하는거지? 왜 때문이냐... 질러라 질러라 질러버려랏!!! 아아, 나는 어떤 인간이야 대체 ㅠㅠ 왜 술과 책과 여행에만 후한 것이냐, 안마기를 사, 사, 사라고!!!
생리전에 몸이 고통스러운 건 익히 아는 바인데, 이럴 때 근육통을 함께 앓으면 진짜 쓰러질 지경이 된다. 워낙에 생리전에 꼼짝도 하기 싫고 못하겠기도 하지만, 운동했다가 근육통과 함께 생리전증후군이 오면 진짜 기절직전임. 하아- 인생... 그냥 막 앉아서 울고 싶음. 나야 워낙에 근육통 좋아해서 뭔가 희열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게 생리전증후군과 같이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냥 앉아서 훌쩍훌쩍 괴로워, 고통이야, 울고 싶다. 이럴 땐 고통이 아니라 진짜 곶통 이라고 써야 돼 ㅠㅠ
이러면서도 멀지 않은 때에 생리가 끝나겠지...그때 나는 "완경축" 하고 또 술을 마시겠지만, 아아, 어쩐지 또 슬플 것 같다. 앓고 있는 것도 고통스럽고 아예 앓을 수 없다는 것도 슬플 것 같은 이 느낌 뭐지...아아, 얼마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수지 노래가 생각난다. 가지도 못하고 안가지도 못하고..뭐 이런 뉘앙스의 가사였던 것 같은데...
그런데 볼 수도 없어
뭐 어쨌거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일전에 보쓰는 술에 잔뜩 취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는 말을, 수행비서님으로부터 들었다. 보쓰는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고 필름이 뭉텅 끊겨버린 것 같은데, 자신이 너무나 취했었다는 사실만큼은 잘 알고 있었는지, 그 다음날 수행비서님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앞으로 너는 나 술마실 때마다 옆에 있어야 해."
아놔 씨발 .. 저게 말이야 방구야. 수행비서님은 아예 포기한듯 하다. 그러면서 내게 말하길, '주말만이라도 술 안마셨으면 좋겠어요' 한다. 아, 보쓰여... 이 사람아...... 사람이 좋을 때, 잘해줄 때, 더 잘해줘야 하는 거야. 그렇게 막 부리면 안돼. 니가 술마시면 니 몸은 니가 가눠야지, 어디서 누구한테 옆에 있으라 마라야. 그렇게 몸 가눌 수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마시지마, 왜 다른 사람한테 민폐야. 아, 너무 딥빡침이 온다... 세상은 왜이렇게 구질구질할까.
- 보쓰는 모임이 잦다. 다음주에도 여러명이 저녁 예약이 되어있는데, 이들과는 종종 만나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함께 골프를 치러 가기도 한다. 보쓰는 나의 아버지보다 한 살 많은데, 문득 그런 생각이들었다. 내가 저 나이가 되도, 그러니까 앞으로 20년 30년 뒤에도, 마음맞는 누군가와 여전히 만남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그 때 되면 전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을까? 혼자 보내는 많은 시간들 속에서 가끔 누군가와 만나 즐거운 수다를 떨 수 있다면, 그 삶은 그 자체로 완벽할 것 같은데. 내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럴 수 있을까?
- 어제는 잠을 잘 못잔 탓인지, 오늘 아침 컨디션이 진짜 엉망이다. 마침 생리전증후군도 겹쳤는데, 어쩌면 이것 때문에 컨디션이 엉망인지도 모르겠고. 다리도 쑤시고 자꾸 눈물이 나고, 그냥 말을 하기가 너무 힘들고 허리도 뻐근하다. 집에 가고 싶어. 생리전증후군에 시달릴 때면 늘 힘들었지만, 이번엔 다른 때보다 더 힘드네. ㅠㅠ 힘들어 ㅠㅠㅠ 어제도 출근하고 퇴근한 게 전부였는데 집에 가서 진짜 몸이 천근만근 이었다. 움직일 수조차 없을 정도로 힘들었어 ㅠㅠㅠㅠㅠㅠ 오늘은 아침부터 이러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자꾸만 나를 저격하는 글을 쓰는 사람을 보면서, 아 이 사람 대기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뭔가 하나 크게 잘못하기를 바라는 사람 같다. 그러면 바로 그 때 '거봐, 너 이럴 줄 알았어' 하려는 느낌이랄까. 오늘은 그 글을 보고 진짜 몹시 피로했지만, 나는 꾸준히 나의 길을 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