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465건

  1. 2016.12.14 미래
  2. 2016.12.14 여행 2
  3. 2016.12.13 가방
  4. 2016.12.12 2016년
  5. 2016.12.10 와인과 프로포즈
  6. 2016.12.09 소설과 나 2
  7. 2016.12.07 생리 그리고 여성학 2
  8. 2016.12.05 설레임과 익숙함
  9. 2016.12.04 돌잔치 그리고 반지 9
  10. 2016.12.01 20161201 2
2016. 12. 14. 09:57

오늘 ㅇㄹㄷ 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http://blog.aladin.co.kr/769431145/8975200


이 긴 글 속에서 유독 이 단락이 눈에 띄었는데,




이 단락을 보노라니 자연스럽게, 《곰스크로 가는 기차》 생각이 났다. 이건 내가 일전에 알라딘에 페이퍼를 쓴 적이 있었더랬다.


http://blog.aladin.co.kr/fallen77/4381632




남자가 늘 가고 싶었던 곰스크에 가고자 하지만 결국 가지 못하는 얘기인데, 그에게 마을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해준다.


"나 역시 한때는 멀리 떠나려고 했소.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중략)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 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중략)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
(pp.59-61) 



저 위에 글쓴이는 자신은 사회적 이름을 갖고 싶었고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순간순간의 선택이 자신이 생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른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놨을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고 그러다보니 그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그 사람을 선택하고 살았더니 아이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내가 원하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모습이 되어있었다는 건데, 그렇지만 곰스크의 인용문이 말해주듯이, 그게 바로 글쓴이가 원했던 것일 거다. 순간순간 '더' 원했던 것,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것이 지금의 나로 만들어놨을 거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 일은 정말 알 수 없다고.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이라는데, 나 역시 아주 많은 것들을 알지 못했다. 조카에 대한 사랑만해도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조카를 사랑한다고 했을 때,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아이에게 관심 자체가 없었으므로 내가 조카를 사랑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런데 나는 조카를 지극히 사랑하는 이모가 되어 있다. 연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한 번도 상상한 적 없었던 모습으로 연애를 하기도 했다. 돌이켜봐도 생경한 모습이었다. 내가 어떻게 별할지 나조차 알 수가 없으니 아무것도 확신할 수가 없고, 또 앞으로의 순간순간 선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사람이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게 된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바라는대로의 삶. 내가 바라는 그대로의 삶과 정확히 일치하게 살게 되지는 않지만, 근접하게는 살게 되는 것 같다고. 내 힘으로 돈을 벌고 밥을 먹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그렇게 살게는 되는 것 같다, 비록 적게 번다고 해도. 농담처럼 얘기하긴 하지만, 무조건 예쁜 여자랑 연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예쁜 여자랑 연애하게 된다. 똑똑한 남자랑 살고 싶다고 정말 그걸 원한다면, 역시 그렇게 되기도 한다. 물론 그러나 그 후의 삶이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 삶인 것은 아니겠지만, 근접해지기는 한다는 거다. 그렇지만 돌이켜봤을 때, 완전히 다른 삶이 펼쳐져 있기도 할 것이다.


어? 이거랑 이거? 이거 선택해야지.

어? 이거랑 이거? 이거 선택해야지.


이렇게 선택하다가 지금에 이르렀을 때, 그것은 내가 오래전에 꿈꾸던, 생각했던 나와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삶이 잘못되거나, 틀리거나, 후회되는 삶은 아닐 것이다. 순간순간 '내'가 선택한 대로 여기에 이르게 된 것일테니. 



나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길 좋아한다. 앞으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 하고. 과거에 대해 추억하는 것도 즐겁지만, 앞으로 이렇게 살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것도 즐겁다. 물론 앞으로 내가 살고자 하는 모습이 지금과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싶다. 별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 미래가 너무 궁금하고 기대된다. 


아,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일은 얼마나 즐거운지! 이렇게 아침부터 생각이 많아진다.

요즘에는 뉴스를 볼 때마다 너무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어져.....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나를 사랑해  (0) 2016.12.19
저녁식사  (0) 2016.12.16
여행  (2) 2016.12.14
가방  (0) 2016.12.13
2016년  (0) 2016.12.12
Posted by ssabine
2016. 12. 14. 09:17

추석 비행기 티켓을 할부로 예매해 놨는데, 나에겐 아직 여름 휴가가 남았다! 멀리 간다고 해도 일주일은 자고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라랜드 보고나니 엘에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져서... 원래도 미국으로 잠정적 생각하고 있었지만, 미국 중 어디로 갈까 여기저기 고민하던 찰나, 아아, 엘에이 어떤가, 하고 지금 검색해봤다.



대한항공 직항으로 선택하면 1,640,000원 정도인데, 아아, 너무 떨린다. 예매할까, 말까. 미국이라면 내가 혼자 가는 거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숙박비가 무리이긴 하겠지만, 아, 어떡하지...두근거려. 일단 1월초에 회사의 워크캘린더 나오는 거 보고, 그 후에 결정해야겠다. 아 가고싶다... 오늘 알라딘에서 누군가가 엘에이 다녀왔는데 걷기에도 좋다고 했어. 이번에 가면 혼자서 슬렁슬렁 걸어다녀야지. 아 가고싶다 ㅠㅠ



아, 근데 나 보쓰한테 보고 들어가야 되는데, 보쓰한테 보고 할 거 보다말고 이러고 있었어..나란 여자...Orz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식사  (0) 2016.12.16
미래  (0) 2016.12.14
가방  (0) 2016.12.13
2016년  (0) 2016.12.12
와인과 프로포즈  (0) 2016.12.10
Posted by ssabine
2016. 12. 13. 10:58



졸리가 들고 있는 저 가방이 너무 예뻐서 도대체 저 가방은 뭘까, 하고 검색해보다 한계를 느껴 포기했는데, 회사동료 K 가 찾아줬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라는데, 홈페이지 들어가니까 이 제품은 없더라. 아마도 오래된 가방이라 그럴지도. 중요한 건, 저 가방을 찾기 위해 찾아낸 블로그인데, 바로 아래 주소이다.


http://blog.naver.com/myburung/220002347489



저기 들어갔다가 확실히 알았는데, 하하하하하, 저 가방 예쁘다고 내가 사봤자 아무 소용이 없겠구나, 하는 것이다. 아니, 대략 300만원 가량 하는 것 같은데, 저 가방을 사면 뭐해, 내가 졸리가 아닌데. 위에 링크한 포스팅 보니까, 졸리는 그냥 어떤 가방을 들어도 너무 예쁜 거다. 졸리니까 예쁜 거였어. 아하하하하. 위에 사진으로 올린 가방도, 구두랑 깔맞춤하고 저렇게 예쁜 코트 입은 졸리니까 예쁘지, 그냥 내가 들면...그냥 도시락 들어있고 책 들어있는..에코백 같은 거지, 뭐.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졸리가 가방 든 사진을 여러개 좌르륵 보고나니까, 포기가 빨라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그래도 오랜만에(응?) 가방 물욕 돋아서 1월달에 가방 구경하러 백화점 가자고, 여행친구와 말해놨다 ㅋㅋㅋㅋ마음에 들면 면세점에서 사자, 이러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내가 몇십만원 정도는 예상했지만, 아니 그래도 그렇지, 몇백만원은...좀 곤란하잖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멘붕 오네. 



내가 몇 달 전에 가방 산다고 백화점 돌아다니면서 확실히 가죽 가방이 무겁다는 걸 알게됐는데, 가방 자체의 무게도 무겁고 거기에 책이랑 지갑이랑 넣으면 엄청 무거워지는 거다. 나는 그 무거운 가방을 매일 들고 다니는데, 그래서 가방을 작은 거 사고 싶었던 이유가, 크면 큰대로 내가 너무 막 다 넣어서였다. 그래서 더 무거워지는 악순환...그런데 작은 거 갖고 다녔더니 답답해서 미치겠음. 그래서 다시 큰 걸로 바꾸고 또 쑤셔넣고 쑤셔넣고... 아,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게 아니고,


저 가방 자체의 무게도 무거워서 저렇게 힐 신고 들으면 정말 힘든데, 저 큰 가방 안에, 졸리는 뭘 넣고 다닐까? 핸드폰과 지갑은 일단 들어있을 거고, 그거 말고는 뭘 넣고 다닐까? 아, 너무 궁금하다. 졸리 가방 안을 구경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가방 안도..사적인 영역...이겠지? 궁금하다. 가스총 같은 거 들어있으려나? 아니면 후추 스프레이??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래  (0) 2016.12.14
여행  (2) 2016.12.14
2016년  (0) 2016.12.12
와인과 프로포즈  (0) 2016.12.10
소설과 나  (2) 2016.12.09
Posted by ssabine
2016. 12. 12. 00:52

영화 [라라랜드]에서 여자와 남자는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당연하게 서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된다. 서로의 꿈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그래서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는지를 보면서 '너가 원하는 거 그거 아니잖아' 하고 알려주기도 한다. 그걸 상대에게 들키는 게 싫었던 입장에서 '나한테 뭘 어쩌라고' 하며 서로 싸우게 되기도 하는데, 익숙해진다는 것은 가장 편한 것이면서 동시에 가장 불편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 B를 좋아했고, 너무 좋아해서 그랑 연애하는 건 어떻게든 안하고 싶었었다. 연애를 하면 헤어지게 될테니까. 그러나 연애를 하게 됐고, 연애를 하면서도, 나는 이사람을 어떻게든 잃고 싶지 않으니까, 혹여 헤어짐이 오게 된다면 그건 그가 말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내 생각대로 헤어짐은 그가 말해서 찾아왔고, 그렇게 나는 이별의 시간을 힘들게 겪어냈다. 울고 술을 마시고 그 시간들을 견뎌내면서,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이제 그만하고 돌아오자, 하고는 회복도 되었다. 여전히 그를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서 다른 남자랑 데이트를 하기도 했고, 어느 날엔 그가 돌아온다면 좋겠다라고 바라기도 했으며 또 어느 날에는 그가 돌아온다 해도 나는 그를 받아들일 순 없겠다, 라고도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그와 다시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다시 연락하고 처음엔 너무 좋았는데, 순간순간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가 나랑 다르다는 게, 연애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너무 확연히 드러나는 걸로 느껴졌달까. 그러다가 어느 순간 비참함이 느껴지기도 해서, 연락하는 걸 그만두자고 내가 말했다. 기본적으로 그를 잃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에게 '그만 연락하자'고 말하는 것이 몹시도 힘들었다. 많이 고민했고, 많이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으며, 이 결정을 내 스스로 내려놓고서도 너무 아팠다. 그렇지만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그를 잃고 싶지 않은데, 라는 마음이 여전히 있으면서 그만 연락자하고 말하는 것은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야 했다. 그리고 그날, 그에게 그만 연락하자고 말한 그 날, 집에 돌아와 엉엉 소리내서 울었다.  언젠가는 그와 다시 연락하겠지만 그 날을 알 수 없는 채로 그와 멀어져버렸다는 것이 아파서 엉엉 울었다.


내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그는 말했지만, 일주일 후 연락을 해왔다. 우리는 일주일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고, 밀린 이야기를 죄다 터뜨렸다. 자주 연락하고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랑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좋지만, 가장 좋은 건, 내가 이 관계를 끝낼 수도 있다는 걸 알게됐다는 사실이다. 내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었어도, 내가 비참하게 느껴지거나 아프게 느껴지면 나는 그걸 끝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걸 알게됐다. 이 사실이 내게는 몹시 위안이 된다. 그간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면서, 힘들게 하면 그 관계는 끝내는 게 맞아, 라고 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이별을 말하고 또 상대에게도 나에게 이별을 말하라 얘기햇었지만, 나는 내가 B한테만큼은 그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니만큼 최상의 행복을 그와 함께할 때 느꼈었지만, 같은 이유로 가장 큰 아픔도 그로부터 받았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나를 행복하게 해줬던 사람이지만, 나를 아프게도 했던 사람이다. 그에 대한 많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나를 아프게 했던 기억도 갖고 있다. 우리는 지금은 그저 친구 사이로 지내면서 별 거 아닌 것들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좋아하지만, 서로에게 서로와의 대화가 필요하지만,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해 얘기나누는 건 우리만 할 수 있는 거지만, 이제는 거기에 '나를 아프게 하면 그만둘 것이다' 라는 생각도 있다. 


토요일에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데, 친구1이 친구2에게 '만날 때마다 더 자리를 잡아간다'고 얘기 했더랬다. 친구 2는 2016년이 좋은 해였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나에겐 아픈 해로 기억되는데...'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다. 그런 한 편, 내가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된 해이기도 하다. 나는 내 스스로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고, 또한 나를 아픔으로 몰아넣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선택1과 선택2가 있을 때, 그것이 행복과 불행을 가리키고 있다면 선택은 쉽다. 당연히 행복을 선택할 테니까. 그러나 그 두 개가 고통과 고통이라면, 그 중에 '덜한' 고통을 선택해야 한다. 나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덜한 고통을 택할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걸 알게된 건 확실히 아팠던 이 해의 수확이다.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은 내게는 틀리지 않은 것 같다.


그가 내게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 별 말없이 내가 받아들였던 것, 그리고 그가 다시 연락을 해왔을 때에도 역시 별 말 없이 받아들였던 것은, 내가 그를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가 굉장히 똑똑하며 자신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나랑 헤어지자고 결정 했을 때는, 그것이 그때의 그에게 최선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헤어져 있는 동안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그가 잘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을 거라고. 마찬가지로 그가 지금 나와 다시 연락하기로 했던 것도 그가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다. 다시 연락하고 있는 지금의 나의 포지션은 가만히 그를 들어주는 것인데, 라라랜드의 주인공들이었다면, 중간에 끼어들어 뭐라 말했겠지만, 나는 그들이 아니고 우리 관계 역시 그 관계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나는 그를 들어준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들은 물론 주고받고로 이어져있지만, 크게 놓고 보면 나는 그를 지켜보고 있다. 들으면서 지켜보는 것이 지금의 내가 스스로 맡은 역할인데, 거기에는 그가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자신을 위한 것을 잘 선택할 것이라고, 원하는 방향으로 갈 거라고 확신하는 그에 대한 신뢰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 모든 과정과 선택을 내내 지켜보고 싶다는 게 내 바람인데, 그 과정에서 혹여라도 내가 다칠 것 같으면 그만두자고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나는 언제나 그게 되는 사람이었고,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됐다. 


2016년이 이제 고작 스무날 쯤 남았을 뿐이다.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2) 2016.12.14
가방  (0) 2016.12.13
와인과 프로포즈  (0) 2016.12.10
소설과 나  (2) 2016.12.09
생리 그리고 여성학  (2) 2016.12.07
Posted by ssabine
2016. 12. 10. 00:05

- 탄핵이 가결되면 마냥 좋아서 웃을 줄 알았는데 눈물부터 나왔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가결됐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아, 저기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 보고 있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흐느낌이 새어나오려고 했다. 임원회의가 있는 날인데, 자꾸 눈물이 나서, 혼자 훌쩍 거리며 크리넥스 뽑아서 눈물을 닦았다. 트위터에, 왓츠앱 단톡방에, 이것에 대해 이야기나눌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같이 얘기할 수 있다니, 너무 좋아 ㅠㅠ


- B랑 통화하면서 얘기했는데, 기본적으로 그는 내 기분을 좋게 하려고 대화를 하긴 하지만, 그런 의도와 상관없이 그냥 무심결에 던지는 말들에서 내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그러니까 말하는 그의 의도는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언가를 잡아내 버린달까. 그래서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무 뜻도 없는 말에 히죽히죽 웃는다. 아,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그는 내가 서운해하는 걸 싫어해서, 내가 서운해할 것 같은 걸 생각하고, 알아채서 그 말을 안하려고 하지만, 전혀 엉뚱한 부분에서 내가 서운해지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 그런다. 우리가 다르다는 거 너무나 잘 알지만, 그 다름이 드러날 때 내가 서운해져 버리는 거다. 사소한 부분에서 행복을 잘도 찾아내는 나는, 사소한 부분에서 서운함도 잘도 찾아낸다. 


- 혼자 술을 마시려고 준비 다 해놨더니 남동생이 들어 왔다. 그래서 함께 술을 마셧다. 남동생이 리모콘을 들고 채널을 여기저기로 돌리다가 한 개그프로그램에 맞췄다. 그 프로에서는 박스에서 풍선이 나오는 장면을 연출하며 프로포즈 박스라고 말하더라. 이걸 보다가 남동생과 대화.


누나, 꼭 저렇게 해야 하냐?

아니, 안그래도 되지.

꼭 저렇게 이벤트 해야 해?

아니, 나는 저런 이벤트 너무 싫어. 그런데 저걸 너무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아.

풍선 같은 거 저렇게 불어야 되나?

너무 싫지.

무릎은 꿇어야 되나?

난 이왕이면 무릎 꿇고 했으면 좋겠는데,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좋은 스테이크랑 좋은 와인 먹으면서 좋은 반지 줬으면 좋겠어.

스테이크에 반지를 숨기면 어때?

절대 안되지, 반지에 음식 묻잖아, 왜그래? 그리고 왜 음식 가지고 장난쳐? 난 음식에 반지 넣어서 장난 치는 거 진짜 세상에서 제일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 빵 터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겁나 흥분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 반지에서 육즙 씻어내야 되잖아...왜 스테이크에 반지를 숨겨. 아이스크림, 케익, 그게 뭐든 거기다 반지 숨기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드러워 죽겠네 ㅋㅋㅋ그냥 줘 ㅋㅋㅋㅋㅋㅋㅋㅋ 



-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야. 나 자야 된다. 자러 가자.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방  (0) 2016.12.13
2016년  (0) 2016.12.12
소설과 나  (2) 2016.12.09
생리 그리고 여성학  (2) 2016.12.07
설레임과 익숙함  (0) 2016.12.05
Posted by ssabine
2016. 12. 9. 08:07

- 전자책은 하나도 안팔리고 있다. 출판사와 만나 얘기를 하면서 '안 팔릴 거다' 라고 각오는 했었는데, 정말 안팔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쌍욕 나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거대 인세가 들어올 줄 알았는데, 전자책 한 권 팔릴 때마다 정산 되어서 들어온다고...그러니까 한 달에 한 번씩이랬나, 여튼, 다섯 권 팔려야 5천원 들어올까 말까인데, 아하하하하하 몇 십만원 거액의 인세를 생각했다가 읭???????????????? 했다. 아아, 무지함이여...

그래, 얼마나 들어오나 보자, 하고 인세만 받을 계좌번호를 따로 알려줬는데, 10원도 안들어오고.... 앞으로도 천 원 들어올 일이 없을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 사람은 이미 다 샀고 읽을 사람도 이미 다 읽었는데, 대체 누가 산단 말인가...아하하하하. 전자책으로도 나왔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걸로...


-  소설을 쓰겠다고 해서 너무 벼락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다다다다닥 쓰다가 '일단멈춤' 상태인데,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해서 진도를 안빼고 있고, 에라이 말자, 이러고 있다가, 아아, 나는 오늘 이런 리뷰를 읽은 것이다.


http://blog.naver.com/shs7123/220879690332


소설을 써야겠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다시 생각해보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보고, 또 생각해봐야지. 아아, 나는 얼마나 초보 작가인지, 아직까지 내 책 리뷰 검색해보고 읽어보고 그러는데, 공지영이나 김훈은 이제 자기책 리뷰 검색 안해보겠지.........인생........Orz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년  (0) 2016.12.12
와인과 프로포즈  (0) 2016.12.10
생리 그리고 여성학  (2) 2016.12.07
설레임과 익숙함  (0) 2016.12.05
돌잔치 그리고 반지  (9) 2016.12.04
Posted by ssabine
2016. 12. 7. 09:17

- 생리주기가 비슷한 여자1과 밥을 먹으면서 생리전증후군에 대한 얘길 했다. 그 친구도 나도 생리전에 가스가 너무 찬다는 얘기를 했는데, 자기는 연애할 때 애인과 방구를 트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더라. 남자는 튼다고 하더라도 자기는 못하겠다고. 방구를 튼 채로 남자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나 역시 궁극적으로 오래 가려면 다 트고 편하게 지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지만, 뭔가, 어, 안그러고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다보니 우리 둘다 결혼하면 낭패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생리전증후군으로 가스가 차서 하루종일 힘든데, 이럴 때 어떻게 방구를 트지 않을 수 있냐, 근데 트기 싫다, 이런 얘기를 하다보니, 자기 결혼하면 남편하고 이럴 때 어떡하느냐는 거다. 그래서 내가 나도 그래, 라고 했다. 나는 결혼이든 동거든 함께 산다고 해도 방 여러개 있는 집에서 가끔은 각방 쓰면서 지내고 싶어, 생리전증후군 왔을 때 하루종일 가스 차있으니까, 그때는 그냥 따로 자고 싶어,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피곤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생리전에 진짜 폭풍 잠이 쏟아지는데, 어제는 아침과 오후에 우먼스타이레놀을 먹었는데도 잠이 쏟아져서 사무실에서 너무 힘들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ㅠㅠ 어제도 집에 무슨 정신으로 갔는지 모르겠고, 열한시경 잠들었는데 네시까지 깨지않고 딥슬립 했다. 보통 깊은 잠을 잘 못자는편인데, 생리즈음에는 잠이 깊게 들어버린다. 그마저도 오래 자진 못하지만...어휴, 여자로 사는 게 진짜 더럽게 피곤하네. 한 달에 한 번씩 꼭 이렇게 가스도 차고, 잠도 쏟아져서 정신 못차리겠고...게다가 그 전에는 신체 부위가 아프기도 한데, 하아- 힘들다 진짜. 인생 피곤해.....



- 페미니즘 공부를 계속 책을 읽으면서 하고 있는데, 뭔가 좀 더 깊이있게 해보고 싶은 거다. 교양수준이 아니라 전공에 가까운 수준으로. 그래서 방통대를 알아봤더니 여성학이란 학문은 없고, 강의 자체에도 딱히 끌리는 게 없더라. 그리고 방통대 다니는 친구가 말해주길, 너는 방통대 강의 듣지 말고 차라리 대학원 강의를 듣는 게 나을 것 같다, 라고 한다. 그래서 대학원도 생각해보긴 했는데, 대학원 다녔던 내 친구 말에 의하면 등록금이 한두푼이 아니야... 히융. 게다가 그렇게까지 몰두하긴 싫고, 시간날 때 공부하고 싶은건데, 그래서 인터넷으로 강의를 좀 찾아보려고 했는데, 내가 그동안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거다. 하는수없이 친구들과 여동생에게 '내가 여성학 강의를 좀 더 깊이있게 공부하고 싶은데 혹시 강의 사이트 추천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다들 아는 곳을 링크를 보내주고 그랬는데, 들어가봐도 페미니즘이나 여성학에 대한 강의가 없다. 여동생이 추천해준 건 교사들 연수 싸이트였는데, 강의 종류 겁나 많은데 페미니즘은 없어..여성학은 전공 분야인건가. 그렇다면 전문대학을 갈까 싶은데 전문대에는 여성학이 없겠지, 그렇다면 사이버대학을 갈까 했는데, 사이버대학에도 여성학은 눈에 띄질 않는다. 이화여대는 있겠다 싶어서 이화여대 사이버대학 사이트를 가보니, 재학생에게만 커리큘럼이 보여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전화해서 '혹시 원하는 강의만 유료로 들을 수 있냐' 라고 했더니, 그건 안되고 반드시 입학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그건.... 내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알겠다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각 대학에서 연합해서 강의를 무료로 풀어놓은 사이트가 있다며 알려준다. 그래서 오 고맙다고 받아적고 들어가봤더니, 하하하하, 역시 여성학은 없어. -_-

여성학은..전문 영역인건가.

하는수없이 나는 그냥 지금 내가 하던대로 하기로 했다. 어딘가에(대학교나 대학원) 다닌다고 하면 내가 또 얼마나 피곤하고 돈이 들까 .. 싶어서, 지금처럼 계속 닥치는대로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은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기획하고 정희진이 엮은 『성폭력을 다시 쓴다』 읽고 있는데, 아아- 딥빡침이 찾아와서 미쳐버릴 것 같다. 형광펜으로 줄 그어가면서 읽고 있다.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인과 프로포즈  (0) 2016.12.10
소설과 나  (2) 2016.12.09
설레임과 익숙함  (0) 2016.12.05
돌잔치 그리고 반지  (9) 2016.12.04
20161201  (2) 2016.12.01
Posted by ssabine
2016. 12. 5. 11:34



지난 금요일 아침, 출근 준비하다가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었다. 예전에도 들어본 적 있던 노래였는데, 이 날 노래를 듣는데 유독 가사중에 

<언제나 넌 사랑이 설레임이니
내겐 사랑은 익숙함이야>

하는 부분이 쏙 들어오더라.

그래서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생각해봤다. 나에게 사랑은 설레임인가, 익숙함인가, 하고.


그날 저녁 남동생과 남동생 여친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중국집에서 요리 세 개를 시켜두고 술을 마셨는데, 2차로 옮겨서는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나, 남동생 여친에게 물었다. 너에게 사랑은 설레임이니, 익숙함이니?

그녀는 자신에겐 사랑이 익숙함 이라고 했다. 자신은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게 좀 싫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내 남동생)에게는 아직 설레임이 있어서, 이게 어서 빨리 익숙함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익숙해져서, 그냥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음... 그렇군.


나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설레임인 것 같다. 나 역시 남동생의 여자친구가 말한것처럼, 생활에 어떤 극적인 변화가 생기는 걸 별로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그건 내가 나를 잘못 파악한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미래에 대한 기대에 차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여행도 좋아하는 게 아닐까. 그간 연애가 길게 가지 못했던 것도, 설레임이 사라져버린 걸 견딜 수 없어서가 아닐까 싶은 거다.

사실 편한 상대를 만나는 것은, 편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편하다는 게 그렇게 쉽게 얻을 순 없는거니까. 상대가 편해져서 아무때나 만나고 아무때나 불러내고 아무 얘기나 다 할 수 있는 건 좋지만, 나는 그런 사람의 포지션을 계속 애인에 둘 수가 없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난 늘 설레이고 싶고 늘 긴장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게 사라지면 관계가 편하지만 재미가 없달까. 그러니 이 노래 가사처럼, 내가 설레이고 있는데 상대가 나를 너무 익숙해하기만 하면, 상대가 변했다고 생각하고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다. 글쎄. 그렇지만, 내 설레임이 계속 유지된다면, 괜찮지 않을까? 물론 언제까지 내 설레임이 유지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나는 사랑이 설레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상 예순에도, 일흔에도 연애하고 살겠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늘상 연애는 짧게 치고 끝나고 또 찾아와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만 설레임이 천년만년 이어지는 것도 좀 문제가 있을 것 같긴 하다. 아니, 일년 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도 계속 가슴이 콩닥콩닥하면, 그 사람 어떻게 만나고 사냐, 피곤하게... Orz

종국엔 익숙함이 되어야 하는걸까?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과 나  (2) 2016.12.09
생리 그리고 여성학  (2) 2016.12.07
돌잔치 그리고 반지  (9) 2016.12.04
20161201  (2) 2016.12.01
20161126  (0) 2016.11.26
Posted by ssabine
2016. 12. 4. 10:31

-토요일에는 여동생과 돌잔치를 다녀왔다. 여동생 베프의 아기 돌잔치였는데, 그 베프로 말하자면 국민학생일 때부터 친구였나 그래서, 지난번 그 친구의 결혼식에 여동생이 참석할 수가 없어, 나와 우리 엄마가 대신 참석해주기도 했더랬다. 언니, j결혼식에좀 가줘, 라고 해서 응, 했던 것. 이번 돌잔치에는 가족들 대신 혼자 와서는 나와 함께 했는데,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동생 친구를 만나 인사하고 뷔페에서 배불리 먹었다. 뷔페 음식은 보는 순간 흥분되고 참 좋은데, 왜 맛은 없을까.. 먹으면 다 좀 실망하게 돼... 


식사를 하다보니 아이 돌잡이 순서가 왔다. 돌잡이를 하기에 앞서 아이의 지난 1년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또 아빠와 엄마가 입장하는데, 이벤트이다보니 아빠 엄마에게 손으로 하트도 그리게 시키고 뿌잉뿌잉도 시키고... 역시 나는 이런 게 너무 싫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이의 영상을 보고 있는 아이 부모를 보노라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돌잔치를 크게 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함께 보내온 시간들과 그래서 순간순간 힘들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이렇게 함께 본다면, 그날의 기억들도 떠오르고 그 시간 내내 함께했다는 것에 대해서 당연히 울컥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삶의 지루함과 고단함을 이겨내기 위해서, 그동안의 시간을 잘 보내왔다는 이런 이벤트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에겐, 이것이 그 다음 삶을 살아가는 활력이 되기도 하겠구나, 하고.


결혼식도 마찬가지. 내가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면, 나는 결혼식을 선택하진 않을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드레스를 차려입고 걷는 일, 사람들 앞에서 내가 이 사람과 살아가겠다 모두에게 알리는 일 같은 것, 그렇게 하는 일에 많은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영 내게는 불합리해보이는데, 누군가에게는 이런 의식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거, 같이 사는 거 세상에 알리고 싶어, 모두에게 축복받고 싶어, 이런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잔치 하면서 뿌잉뿌잉 하는 아이 아빠를 보고, 이건 그러나, 부부가 뜻이 맞아야 가능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한 쪽은 원하고 한 쪽은 원하지 않으면 정말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사랑하는 마음으로 원하지 않았던 것을 견디는 시간들도 분명 필요하겠지만, 이런 이벤트는 뜻이 맞는 게 좋지 않을까... 역시 내 타입은 아니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여동생도 나의 조카들에게 레스토랑을 빌려 돌잔치 해주는 걸 하지 않았더랬다. 이런 걸 원하지 않는 집안 내력인가...하다가, 그러나 여동생은 결혼식이란 이벤트를 얼마나 좋아했던가가 떠올랐다. 여동생은 웨딩촬영을 너무 신나했고 너무 좋아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촬영만 또 하고 싶어한다 ㅋㅋㅋㅋㅋㅋㅋ 웃김 ㅋㅋㅋㅋㅋㅋ



- 돌잔치에서 나와 여동생과 나는 잠실 롯데백화점엘 갔다. 둘이 오랜만에 걸으니 좋았다. 여동생은 스와로브스키 매장에 가서 검정색 귀걸이를 사고 싶다고 했다. 연두색 니트가 있는데 검정색 귀걸이가 너무 예쁘고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보러 간다는 거다. 그 다음 약속이 있던 나는 약속장소로 가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동생과 함께 백화점에 가 그동안 사려고 생각했지만 디자인을 고르지 않았던 반지를 껴보기로 했다. 그래서 스와로브스키 매장에 가, 여동생은 귀걸이를 구경하고 나는 반지를 구경했다. 제일 처음 눈에 띄는 반지를 끼워봤는데, 와, 너무 잘맞고 예쁜 거다. 그 다음에 껴본 것들은 처음 것처럼 어울리지가 않아. 매장 직원분도 이게 제일 잘어울린다고 해줬는데, 크- 나는 모든 반지를 다 소화할 순 없지만, 어떤 반지는 예쁘게 소화하다!! 이러고 또 혼자 잘난 마음이 되어가지고 ㅋㅋㅋㅋ 이걸로 결정을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이 귀걸이 봐달라고 해서 마음속에 반지를 결정을 내리고 여동생 귀걸이 봐준 다음에 약속장소로 향했다.


가만있자, 내가 1월달에 국제선을 탈 것이니, 면세점에서 사면 조금 더 저렴하다. 백화점에서 21만원이던데 면세점에서는 17만원 정도면 되네. 어차피 급하지 않으니 그때 사자 하다가, 이왕 껴보고 예쁘니 좀 더 빨리 사고 싶은데....하고 4만원 차액에서 갈등을 하다가, 아앗, 벼락같은 깨달음!! 나 12월에 제주도 가지!!! ㅋㅋㅋㅋ 제주도에 면세점 있지!!!!!! 하고는 급검색하니 앗싸~ 있다!! 나는 제주면세점에서 이것을 살것이다!! ㅋㅋㅋㅋㅋㅋ





- 여동생에게 쇼핑하고 가~ 하고는 나는 지하철을 타러 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갔는데, 아아, 와인 이벤트 중인 상품이 있다. 아아, 그냥 갈 수가 없어...나는 나와 내 친구에게 줄 것까지 두 병을 충동적으로 산다. 그렇게 명동까지 들고 가서 영화를 보고, 종로까지 걸어가면서, 아아, 나는 정말 바보야, 나는 정말 한심해, 나는 진짜 구제불능이야, 이걸 왜 잠실에서부터 사가지고 들고다녀 ㅠㅠ 이러고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고, 음식점에 도착해서 친구에게 주면서는, 아아, 친구에게 무거운 짐을 늘렸다 ㅠㅠ 하고 또 바보 같은 기분이 되어서 ㅠㅠㅠㅠ 무겁게 해서 미안해 ㅠㅠㅠㅠ 이러고 막 ㅠㅠㅠㅠㅠㅠ 왜 그냥 지나치질 못했니, 왜!!


친구랑 밥과 술을 먹고는 2차로 갈까 했는데, 종로까지 와서 집회를 안가자니 마음이 너무 거시기한거다. 그래서 집회 가자 하고 집회를 참석하는데, 아아, 낮에는 따뜻하더니 걷는 내내 춥다. 그러고 집에 돌아왔더니 뜨거운 물로 아무리 샤워를 해도 추위가 가시질 않아. 엄마랑 술을 마시려고 했지만 엄마 나 자야겠어, 하고 들어와 온수매트를 켜고 자는데, 온수매트가 뜨뜻해져도 계속 몸이 으슬으슬한 거다. 아, 이러다 아프면 어떡하지 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괜찮았다. 나보다 더 오래 있어서 나보다 훨씬 더 추위에 떨었던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이 나라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가 싶다.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리 그리고 여성학  (2) 2016.12.07
설레임과 익숙함  (0) 2016.12.05
20161201  (2) 2016.12.01
20161126  (0) 2016.11.26
20161125  (0) 2016.11.25
Posted by ssabine
2016. 12. 1. 12:19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게 너무 싫다. 물론 잘못을 했으면 사과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아니, 한 번 잘못해서 사과했으면 그 다음부터는 안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왜 번번이 미안할 짓을 하고 번번이 미안하다고 하지? 실상 그렇게 미안해할 것도 아닌데, 또 뭐가 그렇게 계속 미안해? 진짜 그 심리를 모르겠네. 이래놓으니까 내가 '괜찮아' 라고 할 수가 없잖아. 그냥 듣는 척도 안하게 되잖아. 왜 그러는거지? 아 진짜 정떨어지네.


애인이든 친구든, 부정적 감정이 들게 하는 사람이라면 안만나는 게 장땡이다. 내가 이렇게나 괜찮은 사람이지, 라는 게 아니라 '어? 나 좀 못나보이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라면 안만나야 하고, '내가 이렇게 못됐었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 역시 안만나야 된다. 인생 졸 짧어..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레임과 익숙함  (0) 2016.12.05
돌잔치 그리고 반지  (9) 2016.12.04
20161126  (0) 2016.11.26
20161125  (0) 2016.11.25
전자책  (4) 2016.11.25
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