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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7.05.17 여자친구 넘나 소중한 것
  6. 2017.05.15 선택
  7. 2017.05.12 말하지 않는 것의 무게 4
  8. 2017.05.10 동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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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7.04.25 영어 4
2017. 5. 20. 06:46

어제 늦은 밤에 잠이 오질 않아 텔레비젼을 켰는데, 그러다가 영화 [사랑과 영혼]을 중간부터 다시 보게 됐다. 벌써 한 세번째 보는 것 같다.  샘(패트릭 스웨이지)이 데이트 도중 길에서 살해 당하는데, 그게 알고보니 직장동료이자 절친인 '칼'이 시킨 거였고, 이걸 알게 된 영혼'샘'은 칼에게 복수하며 위험에 빠진 자신의 애인  '몰리'(데미 무어)를 구하려고 한다. 억울해서 아직 천국에 올라갈 수 없었던 것. 이 과정에서 영매인 오다메(우피 골드버그)를 만나게 되는데, 오다메는 영혼인 샘과 현실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이다. 

중간에 그런 장면이 나온다. 샘이 칼의 돈(물론 본래는 칼의 돈이 아니다) $4,000,000.00 을  오다메를 통해 인출하는 것. 당연히 이 돈을 잃은 칼은 눈이 뒤집히게 되는데, 오다메는 그 돈을 가지고 뭘 해야하나, 여동생 먼저 단식원에 보낼까, 같은 행복한 고민을 한다. 이 큰 돈이 내 손에 들어왔어! 하고, 너무나 큰 액수에 믿지 못해하며 여러갈래의 꿈을 꾸는 것. 이에 샘은 말한다. 그 돈은 네 돈이 아니다, 그 돈을 가지면 네가 큰 위험에 처한다, 그 돈을 놓아야 니가 살 수 있다, 고. 그러면서 길에서 모금하고 있는 수녀에게 그 돈을 줄 것을 요구한다. 


오다메는 당연히 싫어한다. 이렇게 큰 돈인데, 자기가 평생 살면서 만져본 적이 없는 큰 액수인데, 뭐라고? 이걸 전부 다 기부하라고? 말이돼? 미쳤어? 그러나 그 돈을 가지고 있으면 곧 샘을 죽였던 자들이 자신을 죽일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기부하기로 결심한다. 결심하고, 수표에 이서를 하고, 그렇게 수녀에게 내미는데, 수녀가 감사하다며 그걸 받아들려 하지만, 오다메는 그 손을 쉽게 놓지 못하는 거다. 아, 4백만불이 내 손에서 빠져나간다, 놓아야 한다, 그런데 놓기 싫다..... 하는 내적갈등이 오다메의 얼굴 표정과 손짓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b 와의 관계에서 4백만불을 손에 쥔 오다메 같은 입장이었다. 어제 그 장면을 보면서, '어, 나네' 했던 거다. 놓아야 하는 걸 알지만 놓고 싶지 않은.


b를 10년간 한결같이 사랑하면서 이번만큼 화나는 적이 없었다. 나도 내 화가 감당이 안될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이 그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다만, 내가 이 포지션의 나를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이 포지션에 있으면서 상대가 다른 남자였다면, 나는 진작에 이 관계를 끝냈을 거다.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나랑 사귈 수는 없다고 말하는 남자를 사랑하면서 사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내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도 알고 있고, 그러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우리 둘이 맺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와 내가 바라보는 방향도 같지 않았고. 애초에 다시 연락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그러므로 친구가 되기로 했었다. 서로 너무 좋아하고 또 대화도 잘 통화니까 이렇게 친구로 오래 가기로. 나는 그동안 사귄 남자와 친구로 만나는 일은 잘 못해왔는데, 상대가 희망과 절망을 왔다갔다 하는 게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반대의 입장이 되었다. 내 사랑을 알고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큰지도 잘 알고 있었고, 또 자신의 사랑을 속삭이는 남자였고, 그렇게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면서, 그러나 우리가 사귀면 끝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남자는, 그러므로 번번이 나를 아프게 했다. 나는 이 포지션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나랑 연락하는 동안 다른 연애를 한 것도 아니었고, 또 내가 호주에 가기까지 다른 연애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언제나 연애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걸 견디는 게 몹시 힘들었다. 그가 모임에 나가고, 여자사람 친구가 생기고 하는 것들이 매순간 내게 '내일은 이 관계가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심어줬고, 이런 일이 계속될텐데, 내가 이걸 견딜 수 있을까, 를 생각하면 답은 '아니'였던 거다.


사실 헤어짐은 몇 개월 전부터 생각하고 잇었다. 충분히 사랑했으니, 이제 그만두자, 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면서도, 이제 헤어질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야 할 것 같아, 라는 얘기를 여러번 했다. 5월 초에는 '아, 이런 포지션에 나를 두지 말자, 이런 포지션에 있는 거 내가 스스로 진짜 못할 짓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밤새 깊은 고민을 하고 결론을 내렷는데, 다음날 아침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 조금만 더하자..' 했던 거다. 이 사람을 어떻게 놓고 사나, 그게 더 힘들지 않을까 했던 것. 그러니까 나는 그의 옆에 있으면서 힘든 것과, 그가 내 삶에서 빠져나간 후에 힘든 것 중에서 뭐가 더 힘들까를 고민했고, 항상 후자가 더 힘들다고 나왔으므로 '그만두자'는 말을 꺼내지 못했던 거다. 


이번에는 그의 말대로 '터질 게 터진'거였다. 지난 10년간 그가 나를 서운하게 한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화나게 한 적은 없었고, 화가 난 건 나로서도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는데, 내가 더 힘든건, 내가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는 거였다. 만약 똑같은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 있었다면, 전혀 화낼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해나 프라이'가 그랬듯이, 사랑에는 공식을 넣고 답이 딱딱 나오는 게 불가능하지 않은가. 엄연히 내 포지션이란 게 있고 감정이란 게 있으니, 머리로 '화낼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해도 이미 가슴 속에는 화가 너무 나는 거다. 어떻게, 내가 사랑한다는 걸 알고 또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나를 이렇게 괴롭게 해? 했던 것.


그에게 시간을 갖자고 말하고 그 시간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나는 내 화가 풀리길 바랐다. 그러나 풀리지 않았다. 여전히 그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내 감정이 받아들이지 못해서였고, 내 감정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나의 이 어정쩡한 포지션 때문이었다. 일전에 여자1이 나에게 '너는 왜 꼭 관계를 규정지어야만 한다고 생각해?'라고 물었던 적이 있는데, 나는, 그런 사람인 거다. 어쩔 수 없다. 그의 '연인'이라는 포지션에서는 한없이 안정적이었는데, 이런 어정쩡한 포지션에서의 나는 질투와 시기가 생겼고, 질투와 시기는 나를 힘들게 했다. 내가 갖고 싶지 않은 감정인데 생겨나는 게 내 스스로도 몹시 못마땅했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이런 위치에 놓아두는 거, 그게 나에게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결론은 '이 관계는 그만두자'는 거였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화가 많이 나있는 상태였고, 그렇게 화난 상태로 그만두자는 말을 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이 관계는 결국엔 끝날 것이고, 그렇게 될 때는 웃으면서 안녕하고 싶다, 는 것이 나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어제, 그가 먼저 내게 이 관계를 그만두자고 말했다. 번번이 내가 결심하고 말하지 못했던 것을 그가 대신 했다. 이유는 내가 생각한 것과 같았다. 


나는 어떻게든 내 화를 죽이려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보았고, 내 스스로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그만두는 게 맞다는 것을 몇 개월전부터 알고 잇었으면서도, 이 사람의 손을 놓으면 앞으로 평생을 후회할까봐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 손을 놓는 것 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런데 번번이 힘들고, 화나고, 왜 내가 이 포지션에 있어야 하는지 또 원망스럽고..... 그래서 막상 그가 그만두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고 말을 했을 때, 내가 내린 결론도 역시 그거였으면서, 쉽게 '그러자'고 말을 못했다. 앞으로 내가 후회할 게 뻔히 보여서. 이랬어도 저랬어도 후회는 됐겠지만, 아, 이 손을 놓으면 또 나는 얼마나 힘들까, 그렇지만 이 손을 잡고 있으면 나는 또 얼마나 힘들까, 나는 이런 포지션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왜 내가 좋다면서 인생의 중심으로 끌어당길 노력을 하지 않지?, 물론 우리에겐 아주 큰 차이와 방해물들이 있지만, 그건 서로 조율해갈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만큼 나를 좋아하진 않는건가, 그런데 내가 너무 좋네, 역시 이런 포지션에 있을 수 없어, 그건 내가 나를 너무 고문하는 거야, 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차마 놓지 못했던 건 그를 잃기 싫은 마음이 있었던 거고, 매일매일 그와의 대화가 내겐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나의 질투와 시기 때문에 본인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일에 자꾸 미안해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게 싫다고 했다. 나 역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만, 자기가 나한테 한 게 있는데, '미안할 일 아니다' 라는 건, 스스로가 나쁘지 않다는 걸 드러내기 위한 합리화에 가깝다고 보인다.  할 거 다하면서, 그렇지만 우리 관계는 애초부터 그런 게 아니었잖아,  내가 미안하지 않아도 될 일이야, 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자기도 그것이 합리화라는 거 알지 않나.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라는 건 자기 스스로가 자기에게 하는 말이고, 그러나 미안한 감정이 든다는 것이, 이 관계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어쨌든 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씨발 느꼈는데 티를 안내는 거 진짜 못하겠고, 애시당초 이런 포지션이 아니었다면 내가 느끼지 않았어도 될 감정이었단 말이다. 어쨌든간 우리는 여기서 그만두는 게 답인데, 아아, 친구로 지내고 싶었지만 친구로 지낸다는 거, 사랑하면서는 너무 힘이 드는구나. 그는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는 내게 다이어트도 열심히하고 더 예뻐지고 잘생긴 남자 만나서 자기한테 연락해 보란듯이 자기를 뻥차라고 얘기했는데, 아아, 그를 십년간 사랑하면서, 그리고 그렇게나 내가 페미니즘 페미니즘 주입시켜놨는데, 그를 알아온 시간 전부를 다 합쳐서도 정말 가장 빻은 발언이었다. 저게 말이야 방구야... 내가 무슨 실연당한 못생긴 여자냐..... 뭘 다이어트도 하고 뭘 더 예뻐져서 보란 듯이 차란 거야, 왜 그렇게 하고 뻥 차, 차기는.... 왜 이 문제를 그렇게 농담해. 아, 너무 빻았어. 남자가 페미니스트 되는 거 너무 어려운건가... 내가 지금 못나서 너랑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또 내가 더 잘나지기 위해서 예뻐지고 날씬해져야 되는 게아니야, 내가 선택한 '더 나은', '더 잘난' 나는, 더 날씬해진 나가 아니야, 더 날씬해야 더 잘났다고 생각하는 건 빻은 한남 생각이고요.. 지금보다 더 성숙하고 더 똑똑해지는 내가 멋있지. 저게 무슨 고딩 첫연애실패 후의 결심같은 거냐.... 아아, 어째서 그런 발언을 해? 아 또 한남의 빻음 같은 거 생각되어서 갑자기 분노가... 나랑 그동안 그렇게나 얘기를 많이 하고서 어째서 그래.......아, 나의 의식의 흐름이여...


어쨌든 나는 그간 사백만불을 손에 쥔 오다메가 되어서, 수녀 앞에 서 그것을 줘야된다고 생각하면서 주지 못하고 있었더랬다. 내적갈등과 자아분열의 꼭대기까지 올라간거다.  그리고 연애에서 자꾸 자아분열과 내적갈등에 놓이는 일이 건강한 일은 아니다. 나는 나를 위해서 이 관계를 정리하는 게 맞았다. 그렇지만 붙잡고 싶어서, 이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나 고민했고, 결국 사랑을 공부하는 건 어떨까 에까지 이르렀던 거다. 사랑이라는 거, 공부하면, 그러면 내가 좀 덜 힘들어하면서 이 관계를 끌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것. 그렇게 나는 머릿속에서 이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거라고 몇 개월전부터 결심해놓고,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던 거다. 그렇지만 그가 선택한 건,  정리였다. 그의 결심은 명쾌했지만, 인간적으로 내가 좀 더 멋지고 성숙했던 것 같다. 처음 그를 알던 시절에는 내가 그에게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졌었고, 그래서 이런 내가 이 사람과 감히 사귈 수도 없겠지, 생각햇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여기까지 오니, 그 사이에 내가 폭풍성장해서, 정신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그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어 잇었던 것 같다. 진심이다 ㅋㅋㅋㅋ 내가 그랑 함께하면서 성장한 것도 있지만, 그 역시 나랑 함께 하면서 성장했다. 내 눈에는 그가 성장하는 게 보였고, 그게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바람직했으며, 연애한다고 모두가 다 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서로를 성장시키는 데 맞춤한 사람이었다. 앞으로 그는 예쁘고 날씬한 여자를 만날 수는 있겠지만, 나처럼 자신을 성장시키는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의 선택이었다.


이 포지션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감정들을 갖지 않았을테고, 그랬다면 우리는 서로를 더 성장시키면서 계속 함께 했을 수도 있다. 나는 그 느낌, 성장하는 그 느낌을 몹시 좋아했던 것 같다. 하나를 또 배우고, 하나가 더 보이고 하는 것들. 그걸 스스로 깨달을 때마다 어찌나 짜릿했던지. 나는 앞으로도 그 느낌을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므로 나는 계속 성장하겠다. 더 예뻐지고 더 날씬해지는 나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이게 무슨 성장이냐...), 지금처럼 내가 옳다고 믿는 쪽으로 성장하겠다. 사고를 확장하고 시야를 넓혀야지. 그의 성장도 더불어 지켜보고 싶었는데, 그게 나의 큰 기쁨이었는데, 이제 앞으로 볼 수 없겠구나. 

당신이 나의 사백만불 이었던 것처럼, 나 역시 당신의 사백만불이었다.


아 배가 너무 고프네. 뭣 좀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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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19. 14:09

이 분, 넘나 귀여우신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blog.aladin.co.kr/clavis/9346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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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18. 20:12

연애할 때 애인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하는데, 정말 손에 꼽는데, 동생들과 조카들에게는 정말이지 잘도 나온다. 그리고 동생들도 잘 해준다. 하하핫. 

생각난 김에 그동안 연인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해봤나 세어보려다가, 아아, 오늘 너무 생각 많이 해서 뇌가 좀 쉬어줘야 해. 오늘치생각의 한계치를 벗어났다. 오늘은 생각을 그만하기로 한다.
생각한다고 셀 수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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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18. 06:46

불쌍하다:

오늘 a 의 블로그를 구경하다가 '이번 대선에서 유승민을 찍고 싶었다, 불쌍하잖아' 란 워딩을 봤다. 물론 정말 찍었을 때는 다른 지지자를 찍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불쌍하다'는 거, 뭐지? 왜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이유중에 '불쌍하다'는 게 있어야 하지? 우리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을 때 그 바탕이 되는 정서가 '불쌍하다' 아니었나? 불쌍하다는 감정, 되게 건방지고 쓸모없다는 생각이 든다. 불쌍하다고 대통령 만들어? 그거 진짜 이상하지 않나? 불쌍하다고 연애하고 불쌍하다고 대통령 만들면, 그 다음은? 불쌍하다는 감정을 되게 쓸데없이 소비한다는 느낌이 든다. '불쌍하다'는 것이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함에 있어서 중요 요인이 되면 안되는 거 아닌가? 특히나 대통령 같은 거라든가 애인 같은 거라든가... 그러다 함께 폭망해....


여자친구:

역시 a 의 블로그에서 한 남자 블로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댓글들을 보다가 알게 됐다. 그로 말하자면 ㅁㄱ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써왔고, 그러는 과정에서 댓글로 사람들과 다투기도 했었다. 나 역시 그 댓글러들중 1인이었고, 그는 내게 많이 화가 나있고 여전히 감정이 남아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그 뒤에 비난 글들을 올리면서는 공개적으로 나를 거론하며 저격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니, 나는 그 글을 보자마자, '그 여자는 이 남자가 써온 글을 읽어봤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ㅁㄱ에 대해 쓴 글과, 거기에 달린 댓글에 대한 답글들...봤을까? 라는 생각이 든거다. 그거 읽었는데도 사귈 수 있었을까? 아, 보여주고 싶다, 한남, 여자 못사귀게 하고 싶다...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아서라, 모든 여자가 다 나 같은 것도 아니고 나처럼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또 여자가 뭔가 남자를 좀 바꿔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남의 연애, 내버려둬야지, 내가 무슨 참견이야. 나나 잘하자...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세상 쓸데없는 게 남의 연애 걱정이지. 내 앞길이나 걱정하자.



남편:

어제는 세상남자가 다 싫었던 날인데, 공교롭게도 세상 아름다운 남자들에 대한 글을 두 편이나 읽었다. 하나는 a 블로그에서 읽은 글이고 하나는 네이버에서 읽은 글인데, 네이버의 글은 친구가 쓴거고, 내가 정확한 워딩을 옮겨오겠다.


"남편이 될 사람은 저를 상담하게 만들지 않는 법이죠."


사연인즉슨, 직장 동료에게 연애중에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과거의 그 이야기를 꺼내며 상대가 '그 사람이 지금 남편이냐' 물었던 것. 친구는 그렇지 않다며, 저렇게 말했다는 거였다. 와, 정말 명답이네. 어제 하루종일 저 문장이 머리에 맴돌았다. 그러면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의 문장도 더불어 생각났다. '울면서 잠들게 하는 사람을 친구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 



빨간립스틱:

지난번 호치민에 갈 때 면세점에서 빨간립스틱을 샀더랬다. 너무 갖고싶었던 거라 면세점에서 구입했는데, 아아, 이로써 내가 가진 빨간 립스틱만 몇 개인 거냐 ㅠㅠ 나 빨간 립스틱 너무 많아 ㅠㅠ 그렇지만 이번에 산 게 제일 마음에 든다. 발랐을 때의 느낌도 너무 좋은데, 입술에 촥- 달라붙는 느낌이랄까. 

어제는 점심을 먹고난 후에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려고 하는데 빌딩 청소하시는 분과 마주쳤다. 인사를 드리니 오랜만이라고 하시면서, 빨간 립스틱 너무 잘어울린다, 라고 하시길래 고맙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내, '보기보다 과감하시네요' 라고 하는 거다. 빨간 립스틱을 어떻게 바르고 다니냐며.......

이거......칭찬인가?????????욕인가??????????무시인가????????

헷갈리네...

빨간 립스틱을 사고 또 바르는 과정에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빨간 립스틱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걸 알게 됐는데, 나야 어릴 때부터 진한 립스틱 잘도 바르고 다녀서 별 생각 없었건만, 아아, 누군가에겐 이건 힘든, 도전할 수 없는 아이템인가 보다. 그러고보니 대학시절, 새로 나온 진보라 립스틱 바르고 갔다가, 뱀파이어냐고 엄청 애들이 놀린 경험이 있네. 진한 보라색이었는데 발색은 거의 검정색이었던 거다. 당시에 신은경이 모델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어제 청소아주머니 내게 그렇게 말씀하셨고, 그 아주머니는 나보다 고작 열 살 많으신 분이었다. 아이라인 문신 하셨던데, 빨간 립스틱보다 그게 더 대범한 거 아닌가... 하하하하하.

그러고보면 빨간 립스틱이라든가 빨간 매니큐어 같은, 진한 색의 화장품은 그 나름의 상징성을 갖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상징성 때문에 누군가에겐 부담스럽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좋기도 하고 그런 듯. 구남친중 한 명은 내가 진한 매니큐어를 바르고 사진을 보내주자 몹시 좋아하며, 이런 거 너무 좋다 또 보내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고, 봄씨의 경우엔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만나자 나 유혹하려고 빨간 립스틱 바르고 왔냐, 미치겠다 면서 앞에서 몸을 한참이나 베베 꼬았더랬다. 그것들이 내게 더 특별하게 잘 어울렸다기 보다는, 그냥 그런 '쎈'상징성을 좋아했던 남자들이 아닌가 싶다. 




Sm:

어제 여자1과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sm 으로 넘어갔는데, 자기에겐 약간의 M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하는 거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는, '어? 나는 전혀 없는 것 같아' 했는데, 여자1이 말하길, 젊은시절 섹스를 하다가 남자가 도중에 가슴을 아주 세게 깨물었는데, 그게 너무 짜릿했다는 거다. 그래서 자기에게 약간의 M 성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오... 그러자 갑자기 나의 과거 소환. 그러고보니 나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이십대 중반 연애를 할 때, 남자들을 새로 만나거나 술자리에서 함께하게 되면, 나는 처음부터 '나는 남자친구 있다'는 걸 밝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애인 있고 니네가 꼬셔봤자 안넘어가'라는 뜻을 담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럼에도불구하고 당시의 애인은 뭔가 불안했는지, 어느날엔가 섹스를 하다가 가슴 윗부분을 아주 세게 깨무는 거다. 게다가 아주 크게. 너무 아파서 그만하라고 막 때렸었는데, 그러고나서 하는 말이 '너 여기 이제 멍들거고, 다른 남자 못만날거야' 였다. 아니나다를까, 진짜 젖가슴과 목 사이에, 그러니까 젖가슴 약간 윗쪽 부분에 주먹만하게 시퍼렇고 빨간 멍이 들었던 거다. 공교롭게도 그 멍이 있는 채로 여동생과 대중목용탕을 함께 가게 됐었고, 여동생은 그걸 보고 기겁하며 이거 뭐냐, 왜이러냐 물었었는데, 핑계 대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멍을 달고 다녔던 그 며칠이, 당혹스러웠지만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 거다. 그래서 이 얘기를 여자1에게 하며, '나 맞는 거는 진짜 싫은데, 이런 거 보면 M 인가?' 했더랬다. 좀 갸웃해지는 부분이네... 

어쨌든 진짜 졸라 아파가지고 .. 아 씨발 생각하니까 빡치네... 그러니까 멍 달고 다닐 때 싫었던 건 아닌데, 아파 죽겠는데 깨물었던 거 생각하니까 딥빡이 온다.... 십오년 전의 나여..... 릴렉스.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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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17. 09:43

- 며칠전에 오랜만에 여자1과 왓츠앱으로 대화를 나눴다. 나는 전후사정을 아직 설명하지 않은채로 일단 키워드만을 던졌는데, 상대는 내 키워드만을 듣고도,


"빡치네?"


하고 순간 내가 되어주었다. 아, 그때의 안도감이란... 듣자마자 바로 내가 되어주려고 하고 공감해주려는 게 너무나 고마워서 마음이 너무나 좋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수다가 솔직하며 함께 빡치고 함께 웃었음이야 말할 것도 없고. 아아, 여자친구의 존재 진짜 너무나 소중하다. 새삼, 나중에 여자친구들하고 공동체를 이뤄 함께 살면 매일이 즐겁겠다, 라는 환상을 품게 됐다. 아, 그렇지만 이 친구는 나랑 사는 것 보다는 남자랑 함께 살고 싶어할 확률이 100프로... ㅎㅎ


어제 만난 여행친구 D 도 그랬다. 내가 지금 술을 마시지 못하는 상황에서 너무나 술안주로 좋은 육개장과 수육을 앞에 두고, 소주 마시고 싶으면 나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마셔라, 했더니 조금만 마시겠다며 친구는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이 친구로 말하자면 술을 나처럼 막 좋아하지도 않고 자주 마시지도 않아서, 친구도 나도 이 한 병에서 두 세잔정도 마시고 나머지는 남길것이라고 당연히 짐작했는데, 이어지는 폭풍수다에 친구는 홀짝홀짝 자기가 따라서 잘도 마셨고, 중간에 내가 빡쳤던 일들에 대해 부르르 떨며 얘기하자, '내가 대신 마셔줄게요' 하더니 또 홀짝홀짝...그래서 결국 한 잔쯤을 남기고 친구 혼자서 소주 한 병을 다 비운 것이다. 뭔가 친구는 기분도 좋아져 있었어. 내가 함께 마시는 게 아니어도 친구가 혼자서 맛있게 먹고 마시는 걸 보노라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 아아, 신난다. 역시 여자친구의 존재 너무나 소중해...



- 여름에 호주에 갈 계획이 있고, 아직 확정이 아닌지라 그냥 날짜 넣고 비행기표를 검색해보았다. 나는 진짜 미친건지, 맨날 어디를 이렇게 막 가고 싶고 그래..어디 가면 또 집에 가고 싶어하고 쉬고 싶어하면서, 어디 가는 거 왜이렇게 좋아할까...어쨌든 저가 비행기 타는 거 아니면 이정도의 돈을 들여야 되는구나, 흐음, 저가 안탈래, 국적기 탈래 하면서, 오늘쯤 예약할까, 이따 밤에 B 랑 통화할 때 '나 예약할까?' 물어봐야지, 생각했더랬다. 마침 저녁에 만난 친구 D 도 가라고 자꾸 뽐뿌질도 해주었고, 아아, 그래그래, 그러는거야, 했는데, 하하하하하, 밤에 통화하다가 비행기 표 예약할까, 라는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그간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그 포지션인줄도 새까맣게 몰랐던 다른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느라.... 


사람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보니, 언제나 내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모든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수시로 툭툭 튀어나와 나를 기분 좋게도 만들고 나를 기분 나쁘게도 만드는데, 어제는 정말이지 순식간에 기분이 완전 바닥이 되었고, 기분이 바닥이 된 나 스스로가 너무 짜증나고, 나는 뭔가... 내 존재에 대해, 내가 나를 이렇게 두어도 되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렇게 화가 났는데도 나는 상대를 이해해보려고 졸라게 애를 쓰는 거다. 계속해서 그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는거겠지, 자꾸 생각하는 거다. 이 미친 사랑하는 능력...하아- 왜 내 화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해?


'민해연'의 [커튼콜]이었나, 그 책에 보면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고백은 하지만 '영원히'라는 전제를 붙이지 않는 이유가 나온다. 사람이 1분 후에 1초 후에 일어날 일을 알지 못하는데 영원을 약속하는 건 부질없다는 거였다. 어제는 새삼 실감했다. 앞 일, 정말 모르는구나. 나에게 어떤 일이 닥쳐올지, 내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1분 후에 내 기분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가 없는 거야. 하하. 인생....



남자 졸라 싫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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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15. 09:17

- 토요일에는 남동생의 여자친구가 집에 잠깐 들렀더랬다. 우리 아빠엄마와 밖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는, 선물을 집에 두기 위해 잠깐 들른거였는데, 나는 몸이 아파 꼴이 엉망이었고, 그렇지만 그렇게 엉망인채로 같이 앉아서 여자친구 가 사온 화과자를 먹었다. 엄마는 두번째 보니 지난번보다 더 좋다고 하셨고, 아빠는 이번에 처음 보는데 좋다고 하셨다. 내가 남동생 여자친구들을(응?)그동안 보면서 느낀 건, 만나기 전보다 만나고난 후가 더 좋다는 거다. 아마도 '내 동생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만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래서인지 내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러면 이뻐...

어쨌든 남동생은 다시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러 나갔다 들어왔고, 토요일 밤이었나 일요일 아침이었나, 나는 남동생에게 '나 뭐해줄거야?' 물었다. 결혼할 사람을 소개해줬으니, 뭔가 해줘야잖아?


- 나 뭐해줄거냐.

- 생각좀 해볼게.

- 그래라.

- j 형 소개시켜줄까.

- 그래. 근데 그 형, 돈은 벌고 있냐?

- 응. 벌지.

- (잠시 생각해본 뒤에) 야, 소개팅 같은 걸로 소개시키는 거 말고, 그냥 동네 술친구로 만나자. 

- 알았다.

- 나 술마실 수 있을 때 날 잡아.


이런 대화를 했는데, 아니 그러니까, 내가, 지금 내 스스로 돈도 잘 벌고 인생을 즐기며 잘 살고 있는데, 굳이 돈 못 버는 남자를 만나서 연애를 할 이유가 1도 없는 거다. 내 삶이 더 피곤해지거나 궁핍해진다면 그게 뭐가 됐든, 뭐하러 한담? 혼자서 지금처럼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마시고, 그러면서 살면 되지. 굳이 뭘로 돈을 버는지, 벌긴 버는지, 뭔가 확 자리잡히지 않은 남자를 소개 받을 이유 같은 게,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거다. 그렇지만 동네 술친구라면... 뭐, 괜찮지. 가끔가다가 동네에서 만나 간단하게 술이나 한 잔 하고 들어가면 되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동네 술친구로 소개시켜줘, 라고 해놓긴 했는데, 이것도 또 생각해보니 굳이 필요가 없네? 나는 혼자 집에서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면서 지구본 놓고 홀짝홀짝 와인 마시는 게 세상 즐거운데, 굳이 나가서 늙은 남자랑 마주 앉아 소주잔 기울일 일이 뭐가 있으랴.... 가만 보니, 지금의 나, 뭔가 돈 잘 벌고(꼬박꼬박 월급 들어온다는 뜻이다), 생활에 이미 부족한 게 없는 내가, 지금 여기에서 어떤 남자를 만나 뭘 해도 딱히 지금보다 '더' 즐거울 확률이 없네??????????????? 덜하면 덜했지, 더하진 않을 것 같은 이 느낌적 느낌???????????? 내 나이 또래의 싱글 남자가 나보다 더 잘 자리잡고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지가 않고, 그렇다면 굳이 만날 필요가 뭐가 있나 싶고...... 역시 혼자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면서 와인이나 홀짝이는 게 만만세야..




- 알라딘에 내가 쓴 리뷰가 이달의 당선작이 되면서, 그 리뷰에 댓글이 달렸는데, 댓글이 참 인상적이다. 요즘 느끼는건데, 확실히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쪽은 여성 쪽에 더 많은 것 같다. 남자들은 마치 이성이 자기들의 것이고 열등한 감성이(당연히 감성은 열등하지 않다) 여자들의 것인양 하지만, 내 보기엔 더 냉정하고 똑똑한 쪽도 여자들쪽인 것 같고.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나을 게 없는데 더 낫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건, 그냥 허세가 대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쓰다보니까 깨달았는데, 남자를 좋아하지만 싫어해.... 어쨌든, 댓글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 리뷰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내 선택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간의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당장 내일, 혹은 3년 뒤에,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고 싶다고 발을 동동 구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는 하고 싶다고 해도 이미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도 아주 멀어져버리고 말았지만. 그 때 되서 후회해봤자 갑자기 뿅하고 임신이 되고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될 리가 없다. 출산과 육아는 나이들수록 멀어져버리는 게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그런 순간이 혹여 온다고 해서, 주저앉아 후회하고 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범위 내에서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야 하겠지.

아, 한 번뿐인 인생인데 벌써 40년이나 지나버렸다.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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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12. 08:03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영화 [나는 부정한다]에서 여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채로 묵묵히 변호사들의 변호만 허락해야 한다는 것에 수시로 답답함을 느낀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재판인데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기막혀하고. 그러나 영국 변호사들은 생존자들이 증언을 할 경우에 외려 더 모욕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을거라는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며 증언대에 세우지 않기로 한다. 이 모든 일에 있어서 여자도 나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재판이 진행되어감에 따라서 또 재판을 마침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더 나은 판단을 했다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뚫린 입이라고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표현의 자유가 있다한들 거짓으로 사람을 선동하는 것 역시 해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게 되고, 그것들과 함께 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보다는 오늘 아침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들은 말하지 않는 쪽이 더 낫다는 것. 나는 나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말을 하는데, 말을 하면 할수록 수렁으로 빠지는 느낌에 들 때가 있다. 내가 바라는 효과가 아닌, 전혀 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말을 할수록 내가 더 돋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말을 할수록 내가 더 못나보일 때가 있다. 말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오늘 너무 뼈저리게 느껴져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자, 라고. 


이렇게 추상적으로만 써놓으면 나중에 읽었을 때 내가 왜때문에 이런 걸 썼는지 알 수가 없겠지.... 


오늘은 어쨌거나 내가 다 잘못한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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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5. 10. 12:13

여러가지로 기분이 안좋다. (내가 지지한 후보를 제외하면)그중 가장 나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세월호 리본을 가슴에 꽂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홍이 2위를 했다는 것은 내 예상보다 더 기분 나쁜 일이다. 기분 나쁜 걸 넘어서 슬프기까지 하다. 게다가 내가 지지한 후보 역시 내 예상보다 더 낮은 지지율을 보였고. 마지막 순간에 5번 대신 1번을 뽑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 역시도 갈등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까. 막연하게, 1번이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서 되었지만, 그전의 대통령들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별로 기쁘지가 않다. 내겐 기쁨보다 화나고 슬픈 것들이 더 눈에 보인다. 그게 더 크게 다가온다.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기분이 나쁜 건, 슬픈 건, 이 때문만은 아니다. 호프 자런이 자신의 책에서 그랬던가. 계속해도 계속 실수를 한다고. 나는 내가 내리는 결정의 대부분에 대해서 잘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믿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매번 그렇지는 못하다.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게 맞는걸까, 이게 최선인걸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기어코 답을 얻어내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답을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나는 자기객관화가 가능한 사람이고, 나를 계속 들여다보면서 감정의 원인과 또 해결방법을 찾으려 하는 사람이지만, 이 모든 것들을 하기 싫어질 때가 있고, 정말이지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을 때가 있으며, 한없이 스스로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 자존감은 그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도, 때때로 바닥으로 떨어져버린다. 나는 못나고 못나고 못났다는 생각에 휩싸이면, 정말이지 답이 없다. [랩 걸]에서 '빌'이 그랬던 것처럼, 땅을 파고 그 안에 혼자 쏙 들어가있고 싶다. 고개도 내밀지 않은 채로.


둥굴 앞에 서있다.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티고 서있기 보다는 들어갔다 나오는 쪽이 낫지 않을까. 오늘은 내 자신이 너무 밉고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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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28. 10:11

- 책을 내고난 후에 글에 대해 여러차례 생각했다. 그 전에도 계속 글에 대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책을 내고나면 책을 훑어보면서 또 읽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내 글은 내가 좋자고 쓰는 글이지만, 나 혼자만 좋고 끝날수는 없다. 이미 읽으라고 썼는데 어디 내 만족만 챙기게 되겠는가. 다수는 내 글을 읽고 재미있어할 수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는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내 글의 어딘가로부터 싫은 감정, 슬픈 감정, 짜증나는 감정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 의도가 어찌됐든간에 나는 내 글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누군가의 글을 읽고 상처받았던 경험들이 종종 있었으니까. 그것이 나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었어도, 읽다가 그냥 내가 상처를 받는 것. 그래서 조금 더 신중하게 쓰자고 여러차례 결심, 또 결심했다. 그것이 책으로 나올 거라면 더더욱이나. 이번 책을 내고나서 엄마랑 너무 안좋았어서... 결과적으로는 다시 좋아졌고, 사실 그전보다 더 좋아진 것도 있다. 오히려 마음이 후련해진 느낌이랄까. 


첫번째 책에서는 알라딘에 쓰지 않았던 글을 열 편정도 추가했었다. 이번 책에는 두 편쯤. 그런데 책을 내고 글에 대해 생각하면서 세번째 책은 블로그 글의 비중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새롭게 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반이상은 새로운 글을 쓰자, 라는 생각이 든거다. 한 권의 책에 대해 얘기하면서 새로운 글을 또 새롭게 쓰자, 라는 생각. 출판사는 내 생각을 반겼다. 거듭 글을 쓰고 거듭 생각하면서 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최근에 내가 모아둔 돈이 얼마인가 전자계산기를 두드려봤다. 내가 직장생활을 15년이상 해왔는데, 왜 고작 이것밖에 모으지 못했는가...생각했는데, 주변엔 이만큼도 모으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엄마아빠랑 함께 살고, 생활비를 드리고 엄마 용돈을 따로 드리고, 핸드폰 요금 내드리고, 인터넷과 텔레비젼 요금을 내고 가끔 식비를 계산하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사긴하지만, 분명 혼자 독립해 사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현저히 적은 생활비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안다. 만약 내가 혼자산다면 용돈이나 생활비 드리는 것 다 합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게 되겠지. 모을 수 있는 금액도 확 적어질 것이다. 내가 술 마시고 싶을 때 술을 마시고 책을 사고 싶을 때 책을 사고 또 여행가고 싶을 때 여행을 갈 수 있는 건, 부모님과 함께 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내가 모은 돈의 금액을 확인하다가, 15년 이상 직장생활 한 사람은 어느 정도의 돈을 모아놨어야 할까...혼자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그런 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부질없다, 내가 모은 게 이만큼이고, 앞으로도 나는 이정도 패턴으로만 모을 수 있겠구나 싶다. 괜찮다. 뭐, 괜찮아.


3년후쯤이면 독립하지 않을까 나름 생각하고 있는데, 그 경우에도 내가 직장을 다닌다면, 밥이며 반찬이며 다 사먹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질높은 식사일 지는 잘 모르겠다. 내 성격을 보면 겁나 잘 챙겨먹고 다니겠지만, 그래도 엄마찬스를 아주 많이 쓰게 되지 않을까. 김치라든가 밑반찬 같은 것들. 그래서 이번에 엄마가 해준 삼계탕을 먹으면서, 엄마, 내가 독립하면 내 반찬 맡아 해줘, 내가 돈 넉넉히 줄게, 했다. 어차피 반찬 사는데 돈 드는 거, 엄마 반찬 먹고 엄마한테 충분한 재료비와 노동비를 주는 거지! 그래서 내가 주는 돈으로 엄마도 용돈 써, 했다. ㅋㅋㅋㅋㅋ 삼계탕은 진짜 돈 많이 쳐줄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남동생은 서울이 아닌 곳에 집을 사두었었다. 지금은 전세를 주고 거기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나중에 결혼하면 자신이 사둔 집에 살고자 해도 상대가 별로 안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왜 서울이 아니냐, 서울에서 살고싶다, 서울에 살아야 회사 다니기 편하다, 하는 등의 이유로 여기를 안좋아하지 않을까, 하고 남동생도 나도 엄마도 생각했던 거다. 집으로 남동생의 애인이 인사를 왔고 또 남동생도 그 집에 인사를 갔었는데, 이곳에 집이 있다는 말을 했을 때 그 집 식구들도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고, 오, 어떻게 집을 사뒀냐, 라는 식의 반응을 했으며, 애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떻게 출퇴근할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처음엔 남동생 차 타고 지하철 역에 내려 지하철 타고 출근하자는 의견을 냈었다가, 결국은 애인이 운전을 배우기로 했단다. 출근시간이 차이가 나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다닐 수는 없을거고, 운전을 배워서 출퇴근 하는 걸로 .. 그래서 운전을 배우기로 했다는데, 오, 좋네, 싶었다. 이미 갖추어진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 보다는 '어,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것인가' 라고 생각하는 거? 만약 나였으면 나는 별로 안좋아했을 것 같은 거다. 일단 운전 하기 싫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나는 서울에서 살고 싶은데... 이 말 당연히 했을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생각하지만, 누가 어디에서 살자고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 하하하하하. 어쨌든 그 집 전세계약이 내년 중순까지이므로 결혼은 그 후에 하는 걸로 하자...고 대략적인 의견이 나왔다. 


나는, 그리고 내 남동생은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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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25. 15:21

​여동생이 타미 영어학원에 타미 델러 갔다가 원어민 쌤을 만났는데, 그 쌤이 타미맘이냐며 궁금한 게 있다고, 외국에서 살다 왔냐 혹은 유학 다녀왔냐 물었단다. 영어 잘한다, 훌륭하다고.




아 오늘도 우리는 각자 너무나 자기 잘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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