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465건

  1. 2017.09.06 갈비와 요가
  2. 2017.09.05 유입경로 4
  3. 2017.09.01 2
  4. 2017.08.28 거절할 수 없는 제안 2
  5. 2017.08.24 푼수 6
  6. 2017.08.22 신사와 유리구두 30
  7. 2017.08.21 요가와 다이어트 254
  8. 2017.08.21 이야기 상대 4
  9. 2017.08.18 독서공감
  10. 2017.08.17 기억과 기록 4
2017. 9. 6. 08:53

어제는 왜때문인지 양념갈비가 너무 먹고 싶었다. 점심 때부터 먹고 싶었는데 퇴근 무렵까지 그 욕망이 사라지질 않아. 아니 이것은 그저 식탐이라 불러도 좋겠지... 어쨌든 너무 갈비가 먹고 싶은데, 나는 요가를 가기 위해 요가복을 넣은 가방을 가져왔고....그래서 얌전하게 요가를 가자, 하고는 저녁을 간단하게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햄버거를 먹자.... 결론 내리고 있었는데, 아아, 머릿속에 너무 갈비갈비 한것이야... 안되겠다, 갈비를 함께 먹을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갈비를 먹고 요가를 포기하겠어! 하는 마음이 되었는데, 꼭  그만큼의 크기와 강도로 요가를 가고 싶기도 했다. 8월달엔 스케쥴상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p 쌤의 수업인지라, 너무 듣고 싶었던 거다. 게다가 수업도 테라피였어..p 쌤에 테라피... 듣고 싶다...그런데 갈비 먹고 싶다..... 좋다, 갈비 먹기에 도전했다가 성공하면 요가를 포기하고, 갈비가 실패하면 요가를 가자, 뭐가 됐든 내가 하고 싶은 건 하는 것이다!! 하고는, 급작스러운 갈비욕망이니만큼 메신저 창을 켰는데, 이미 여섯시가 넘은 시간이라, 남아 있는 사람이 e 뿐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e 만 남아있는 게 아니었어도 e 랑 먹으려고 생각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e 에게 물었다. 나랑 오늘 갈비 먹을래? 라고. 그렇게 묻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안된다고해)

(안된다고해)

(안된다고해)


요가를 가고 싶은 마음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데, 그러니까 만약에 또 안된다고 했으면 히잉 갈비... 하고는 시무룩해했을 것이다. 어쨌든 e 는 좋다고 했고, 그렇게 나는 갈비를 선택하고 요가를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사이좋게 갈비집에 가서 갈비를 먹고 소주를 마시는데, 중간에 너무 화장실이 가고 싶은거다. 그런데 이 식당에서 한 번 화장실을 이용해본 적이 있던 e 는, '차라리 회사 화장실 다녀와라, 여기 한 번 가봤더니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화장실이다' 하는 게 아닌가. 마침 회사에서 가까운 고깃집이었던 터라, 알겠다 그렇다면 기다려라, 하고는 다다다닥 뛰어서 회사 화장실을 갔는데, 이왕 이용할 거 내 사무실이 있는 층을 이용하자, 하고는 불꺼진 복도에서 내 사무실이 있는 층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으음, 그런데 술이 끝나는 분위기이고, 시간이 어쩌면... 요가를.... 마지막타임을..... 갈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는 마음에, 사무실에 두었던 요가가방을 다시 챙겨가지고 고깆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조금 더 얘기하면서 속으로 '술 마셨으니 가지마, 술 먹고 동작 잘못해서 몸 망가질 수 있어, 가지마, 깨끗이 포기하고 오늘은 그냥 고기 먹고 쉬는 날로 정해' 라고 했는데, 끝나고 집에 가는데 시간이...뭔가...간당간당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그래, 그렇다면, 지하철역에 딱 도착했는데 옷갈아입고 세수할 시간이 있다면..그렇다면 요가센터로 올라가고, 너무 빠듯하다면 얌전히 집에 가자, 갈등하지 말고 집에가자!! 하고 스스로 마음을 정했는데, 아니... 오금에서 5호선을 타려고 했더니......12분을 기다리라는거야? 


12분?


12분이면 망한다. 12분을 기다렸다 열차를 타면 백퍼 요가를 못간다. 아아, 머릿속에서 시간 계산했더니 오, 절대 안돼! 그렇다면 포기하자, 그냥 열차 타고 얌전히 집에 가자, 라고 2분간 지하철 기다리고 서있다가, 


가고싶어

가고싶어


하는 마음이 되어서 계단을 다다다닥 올라가 지하철역 바깥으로 나가서는 잽싸게 택시를 잡아타고 요가센터에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란 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내게서 고기랑 술냄새가 날텐데, 요가는 호흡이 중요한데, 아아 민폐를 엄청 끼치겠구나 싶어서, 일단 가자마자 양치를 다다다닥 하고, 클린징하고 세수를 하고 발을 닦고, 그리고 딱 스튜디오에 들어갔는데, 오오, 향초를 켜두고 있었던 거다. 아마 전타임에서부터 켜둔 것 같았는데, 그 향이 자체로 좋기도 하고, 덕분에 내게서 나는 냄새를 지울 수도 있어!! 좋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이다 진짜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수업을 들으려는데 어? 왜 p 쌤과 s 쌤이 다 있지? 연속 다 p 쌤 수업이라 s 쌤이 보이지 않는게 맞는 것 같은데? 하고는 리셉션에 있는 시간표를 다시 확인해봤는데, p 쌤의 연속수업이라 생각했던 건 나의 착각, 내가 잘못본 것이었어. 내가 지금 들으려는 건 s 쌤이었던 거다. 윽... 괜히 열심히 왔네. 오지말걸... s 쌤 너무 좋지만, 이 쌤 수업 너무 수강생 많아서... 가급적 듣지 말자 생각했었는데, 으윽... 하고는 수업을 기다리는데, 이게 너무 늦은 마지막 타임이라 그런지 평소의 s 쌤 수업에 비해서 회원수가 확 줄은거다. 오예! 그리고 빈야사 수업인데, 지난 달에 빈야사 못들어서 좀이 쑤셨던 바, 으악, 너무 좋아! 하면서 몸 쫙쫙 펴지고 그러는 거 너무 씐나고. 힘들어서 신음소리 내는 바람에 선생님이 옆에 와서 "회원님, 괜찮으세요?" 묻기도 했지만, 나는 또 오랜만에 '아아 요가 너무 사랑해 요가 좋다' 하는 마음을 또 갖게 되었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빈야사 너무 좋고요, s 쌤 너무 좋고요. 이 수업을 들어봤기 땜시롱 나는, 이번 달엔 이걸 계속 들어야겠다고 결심에 또 결심을 함. 너무 늦지만, 그래서 자는 시간도 늦어지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이니까.... 

그렇게 씐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아, 빈야사 수업 너무 좋아.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듣길 잘했어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어쨌든 그래서 내가 어제 하고 싶었던 갈비와 요가 모두 잡았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닷!!



그나저나 술 취하면 너무 요가하고 싶어서 돌아버릴 것 같다. 어제도 안할려고 가방 두고간 거였는데 술 마시고 가방 찾아왔어. 아 어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몇 년전에도 술 마시고 스쿼트 하다가 며칠동안 허리를 못썼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음주 운동 나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지간에 이번주 목표는 월,화,수,토 이렇게 가는 거였는데, 월화를 지켜냈다. 오늘은...엄마가 가지 말라 그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 너무 압박감 느끼는 것 같다고 가지말고 쉬라고 그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쉴까 이 생각도 들지만, 목욜에 못가고 금욜엔 내가 싫어하는 밴드 수업이야..... 소도구 필라테스.. 싫어........ 오늘 안가도, 토요일 가면 일주일에 세 번은 가는거지만..... 지금 좀 흔들리긴 하는데... 아 모르겠다 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빅엿 그리고 외로움  (4) 2017.09.11
운동중독  (4) 2017.09.10
유입경로  (4) 2017.09.05
  (2) 2017.09.01
거절할 수 없는 제안  (2) 2017.08.28
Posted by ssabine
2017. 9. 5. 10:41

방금전에 일기 하나 써놓고나서 뭘 잘못 눌렀더니(요즘 티스토리 디자인이 바뀌었다 --;;) 블로그 관리로 들어갔고, 그래서 생각지도 못하게 블로그 유입경로를 보게됐는데, 얼라리여???



섹스중 욕... 으로 검색해서 여기에 들어왔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들 사는 거 다 비슷비슷한가..(응?) 그리고 섹스밝히는 여자....로 들어왔다니, 왜죠? 왜때문이죠? 제가 뭘 그렇게 밝혔나요? 소화안될 때 섹스는... 뭐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들 뭘 검색하고 사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블로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동중독  (4) 2017.09.10
갈비와 요가  (0) 2017.09.06
  (2) 2017.09.01
거절할 수 없는 제안  (2) 2017.08.28
푼수  (6) 2017.08.24
Posted by ssabine
2017. 9. 1. 09:14

-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8월달에 죄송하지만 인세를 줄 수 없다는 거였다. 좀 기다려 달라고... 아, 우리 출판사, 사정 너무 안좋은가 보다. 9월 초에 s 교수님 책 나올 예정이라 했는데, 그거 나오면 나아지려나. 지명도 있는 분의 글이니까... 흥해라, 출판사여, 나한테 인세를 줄 수 있도록. 흙 ㅠㅠ

사주봤을 때 8월달에 받는다고 했는데, 아아, 틀린 것이여? ㅜㅜ

그렇지만 보면, 시간적인 건 꼭 맞진 않았었어. 이를테면 B 랑 헤어지고 힘들어서 갔을 때, 2월달에 헤어지는 걸로 나왔고 바짓가랑이 붙들어도 헤어진다 그랬는데, 내가 그랑 헤어진 건 3월이었지... 

그래, 8월은 아니지만 받을 수 있을 거야. ㅠㅠ 

그거 생각하고 질러놓은 것들 때문에 내가 지금 재정적으로 너무 메롱된 상태인 것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 한 번 버텨보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온라인 상으로만 알고 지내긴 했지만, 어쨌든 알고 지내다가 개빻은 댓글을 비로그인으로 달길래 내가 비로그인 댓글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연락처를 서로 알고 있었고 가끔 문자를 주고 받았었던 사람이라, 그후로 연락처도 차단해버렸고. 그런데 보란듯이 또 비밀댓글이 달렸어... 

나는 한남들의 가장 큰 문제중에 하나가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라고 본다. 거절당했어. 거절당한 자신을 좀 인정하란 말이야. 헤어지자는 애인을 찾아가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다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해서이잖아? 좀 받아들여, 거절당한 자신을.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특별한 사람이 아니야. 나도 당신도 다른 사람들에겐 모두 인간1, 인간2가 되는 거라고. 나를 비롯해서 어떤 사람이라도, 누구에게나 거절 당할 수가 있어. 그러면 그냥 좀 받아들여. 차단 당했으면 연락하지마. 차단은 연락받기 싫다는 거잖아, 연락 하지도 않겠다는 거잖아? 



- 어제 만난 분은 나를 무척 애정해주시는데, 어제 내가 예약 잡아놓은 레스토랑에 와서는 한참을 기뻐하셨다. 아니, 이런 데를 오다니, 너무 좋다 이러면서 너무 좋아하셔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씐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대화중에 느낀건, 어떤 커플이든간에 오래 지속되려면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별 거 아닌 사소한 일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것. 이게 의외로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아는 여자1의 경우에도 결혼 후에 남편이 대화를 완전 끊어버렸다며(처음 연애하자고 할 때는 엄청 말 많이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혼하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던 적이 있다. 그 사람, 지금은 잘 살고 있나...  어쨌든 이야기를 잘 나눌 상대가 있다는 거 너무 소중한 것 같다. 사실 그거면 삶을 지속하는 데 별 무리가 없는 것 같다. 모두에게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나한테는 이게 좀 중요한 것 같고, 그게 되는 사람들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 나랑 계속 알고 지내고 친하고 다정하게 지내는 이들은, 이게 되는 사람들이라서 너무 좋다. 사람은 결국 자기에게 맞는 사람들만을 남겨두게 되는 것 같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가 좋아서 한 행위가, 나에게 소중한 인연들을 참 많이 가져다 주었다. 그러고보면 지금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알게된 사람들이네. 심지어 B 조차도 알라딘에서 만났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제 만난 분도 알라딘에서 만났고, 화요일에 만난 친구도 블로그로 알게 되었지. 샹그릴라도 온라인에서 만났고, 노가리 모임도 알라딘에서 만났어...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는게 이렇게나 중요하구나.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니까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만나게 돼. 좋군..


그렇지만 요즘 회사에서 너무 바쁘고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읽고 쓰기를 중단한 상태다. 얼른 다시 시작해야지.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비와 요가  (0) 2017.09.06
유입경로  (4) 2017.09.05
거절할 수 없는 제안  (2) 2017.08.28
푼수  (6) 2017.08.24
신사와 유리구두  (30) 2017.08.22
Posted by ssabine
2017. 8. 28. 09:25

- 토요일에 안산에 다녀왔다. 타미는 나를 보자마자 와락 안고서는 놔주려 하질 않았고 정말이지 껌딱지처럼 달라붙었다. 내 손을 잡고 왔다갔다하고 이모이모, 하고 이천번쯤 불러대는 이 조카가 나는 사랑스러웠다. 타미도 내가 이제 가겠다고 했을 때 나를 안고 놔주질 않았고, 화니는 내 앞길을 막아서고 가지말고 나랑 살자, 라고 했다. 나는 이 아이들의 이런 점이 진짜 너무 좋다. 아이란 무릇 이런것인지, 이 아이들이 유독 이런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바로바로 표현한다는 게 새삼 놀랍고 고마운 거다. 어른이 되면서는 점점 자신의 감정을 감출 일이 많아지는데, 그게 어떤 이유든, 그러니까 자존심이 상해서이든 뭐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게 되는 일이 점점 사라지게 되는데, 아직 나의 조카들은 느끼는 그대로를 바로바로 표현한다. 그 점이 나는 몹시도 좋고, 이 점을 아이들이 계속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한 타미는 입원해서 손에 링겔바늘을 꽂고 있는데도, 그런 채로 빨빨 대고 까불까불하는게 나는 또 너무나 좋다. 그런 점이 유독 나를 사로잡는건지, 아니면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아이가 뭘해도 좋은건지,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링켈꽂아 지탱하는 바(bar) -그걸 뭐라는지 모르겠다-를 밀면서 타고 다니다가 간호사 선생님께 들켜 혼났다고 했을 때는, 그건 또 그대로 너무 좋아서 자지러졌다. 자신이 입원한 층에서 간호사 쌤께 들켜 혼났기 때문에, 이제 1층에서만 타고 돌아다녀야 한다며, 1층에서 씽씽 밀고 다닐 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진짜 이 아이 너무 사랑해, 속으로 이천번쯤 외친 것 같다.



- 나무군은 나의 마니아가 되겠다고 선언하더니, 정말 그 뒤로 열심히 노력해서, 순위권에 바싹 들어와있다. 곧 1위할 기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여성학 마니아 2위인데, 1위가 ㄹㅈ님이라서 뭔가 앞설 수 없겠군, 하는 생각이 되면서 동시에, 그렇지만 내가 1위하겠다 불끈!! 이러면서 놀고 있는데, 나무군은 자신은 이유경의 마니아 1위가 욕심 난다고 해서 또 히죽히죽 웃었다. 이유경의 마니아는 내가 너무 굳히기 하고 있어서 곤란할 것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무군과는 올해가 가기 전에 책 두 권을 같이 읽기로 했는데, 이것도 너무 좋다. 둘다 '읽어야겠지만 엄두가 안난다'고 했던 책이라 읽기를 미뤄왔는데, 그렇다면 같이 읽어보자, 하게된 것. 이런 거 너무 좋음 ㅋㅋㅋㅋㅋ 아, 책 사야 되는데...



- 지난주였나 꿈을 꿨다. 친구와 내가 둘이 전시회에 갔는데, 전시회에서 마주친 한 남자가 내 친구를 통해 내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거였다. 그런데 꿈속에서 나는 '나한테 뻑갔나?' 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뭐지 그 새끼, 왜 늙은 나에게 그러지? 사기꾼인가?'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거다. 그래서 친구가 '니 연락처 알려줘도 돼?' 이러는데 알려주질 못하고 '사기꾼 새끼..' 이러고 있었다능.... 나는 아직도 내 안의 코르셋을 다 벗어내지 못했고, 그건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 노력하겠지만, 아직까지도 내 안에는 '이렇게 늙은 여자한테 반할 리가 없잖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지난주에 친구들 만나서도 그런 얘길 했다. 겨드랑이 털에 대한 얘기였는데, 친구1은 자신은 털없는 자신이 더 좋다는 거다, 그래서 그게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였는데, 나는 '털을 밀기 싫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털을 밀기 싫은데, 털 있는 겨드랑이를 자신있게 들춰보이고 다니질 못해서, 내가 코르셋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갈 길이 아직 멀다.



- 요가를 다니는 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었고 나의 의지, 나의 실천이었지만, B 가 너무 좋아한다. B 는 운동을 여러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운동하는 사람도 좋아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내가 요가를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 B 좋으라고 내가 요가를 다니는 건 아니지만,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건 좀 좋다. 뭔가 계속해야 할 동기부여도 되고...

이번에도 만났을 때 둘다 요가를 아는 몸이 되어 있어서, 말이나 동작을 서로 알아듣고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건 섹스를 할 때도 영향을 미쳤지만, 19금이므로 패쓰하겠다. 여러분, 요가는 섹스에 '큰' 도움이 됩니다.




- 어제 여섯시반부터 잤는데 꿈을 꿨다. 꿈에 B 랑 내가 외국에서 만났다. 그곳의 술집에 둘이 함께 들어갔는데, 이미 거기에서 우리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여러명의 여자사람들을 B 가 알고 있었다. 자연스레 그와 나는 그들과 합석하게 되었는데, 한 여자가 일어나서 나가버리는 거다. 나는 그녀와 B 의 관계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차마 묻지는 못하고, 저 분은 나가시네요, 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그 모임의 한 여성분이 얘기했다. 아마도 나와 B 의 관계를 몰랐던지, 아니면 알면서도 부러 그러고 싶었던건지, 어쨌든 B 를 평소에 싫어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나간 여자와 B 가 사귀는 사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B 가 너무 싫은게, 지금 나간 그녀가 '맥심'지의 모델이기도 했는데, 그 점에 대해 뿌듯해하며 자랑하고 다녔고, 그래서 그녀랑 섹스한 사실에 대해서도 막 얘기하고 다녔다는 거다. 그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하며 그녀는 B 가 싫다는 걸 아주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이에 화난 B 는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니, 저 남자가... 정말 그랬다고?? 하면서 내가 꿈에서 엄청 당황하고, '그런 B 라면 진짜 별로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꿈을 왜 꿨을까... 어쨌든 오늘 아침에 이 꿈얘기를 그에게 해줬는데, 내 꿈속의 그 자신이 그도 싫다고 했다. 너무 빻은 짓 하고 다녔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뭐냐고, 실제로 맥심지의 모델을 사귄 적도 없고, 누구랑 잤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 몸매평가 같은 거 안할라고 한다고, 무슨 그런 짓들을 했냐고 그러는데, 나는 내가 이 꿈을 왜 꿨나 곰곰 생각해봤다. 꿈이야 뭐 개꿈이려니, 특별한 의미 없겠지만, 어쩌면... 모든 나의 스트레스와 고민들이 다 뒤죽박죽 되어 나온 꿈이 아닐까. 게다가 내가 지금 그에게 번번이 프로포즈 하고 있는데 퇴짜맞고 있어.... 그래서가 아닐까....내가 쿠알라룸푸르에서 불법체류자가 되어 함께 살자고 했는데 거절 당했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렇다면 내가 쿠알라룸푸르에서 요가 선생님 하면서 근근이 먹고 살자고 했는데, 그도 퇴짜 당했다... 이 남자는 뭐가 이렇게 바라는 게 많아. 그는 근근이 살고 싶지 않다고 했어...왜 굳이 불법체류자 아니면 근근이 먹고 살아야 하냐며.....


하아. 다음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으로 찾아가겠어....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입경로  (4) 2017.09.05
  (2) 2017.09.01
푼수  (6) 2017.08.24
신사와 유리구두  (30) 2017.08.22
요가와 다이어트  (254) 2017.08.21
Posted by ssabine
2017. 8. 24. 17:16

어제의 나는 정말 푼수 같았다. 그러니까 20:00 요가를 가야했는데, 집에 갔다가 옷 갈아 입고 가려면, 일단 퇴근 후에도 집까지 종종걸음으로 미친듯이 가야하고, 가서도 후다다닥 옷을 입고 다다다닥 뛰어서 요가센터까지 가야 하는 거다. 그래서 에헤라디여, 그냥 아침에 옷을 싸들고 갔다. 바로 요가센터로 가서 옷을 갈아 입으면 바쁘게 뛰지 않아도 되고 여유로울 테니까. 앞으로 20:00 요가는 그렇게 가야겠다, 결심하면서, 아아, 내 인생에서 요가는 점점 더 중요해지는가...하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요가가 인생에 끼어들고 나니, 누군가와 대화할때든 요가에 대해 말하는 일이 많아진다. 최근에는 출판사 대표님이 요가 배우고 싶다 하셔서 요가 얘기 실컷 했는데, 사람은 역시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많이 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요가 센터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기 위해 탈의실로 가다가, 8월달에는 내가 시간상 듣지 못했던 p 쌤을 마주쳤다. 반갑게 인사하고는, '제가 이번 달엔 선생님 수업을 못듣네요, 시간이 안맞아서요' 라고 말했는데 쌤은 '시간 맞을 때 들으시면 되죠,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라고 하시는 거다. 이 쌤은 휴가를 내고 스페인에 요가하러 일주일간 다녀오셨었는데, 이 쌤 뭐랄까, 점점 더 좋다. 얌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분이신데, 나는 가급적 이 쌤 수업 듣고 싶은데.... 8월엔 시간이 메롱이여... 


그리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으려는데 전타임 끝난 시간과 겹쳐서 탈의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러다가 내 바로 옆에, 내가 요가센터에 등록하던 바로 그 날 바깥에서 마주쳤던, 그래서 내가 말을 걸었던 바로 그 여자분이 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까 내가 등록하고 나오는데 마침 요가를 마치고 나오던 여자1이 있었던 거다. 젊은 여자분이었는데, 그때 내가 '요가한 지 오래되셨어요?' 하고는 말을 건거다. 나는 뭐지 ㅋㅋㅋㅋㅋㅋㅋ 걷다 보니 집 방향이 같길래 조금 같이 걸었는데, 그 분은 3개월 됐다, 살은 3키로 빠졌다, 먹는 걸 좋아해서 살빼기 힘들다,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하니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등등의 얘기를, 처음 등록하고 두려움에 쪼그라들었던 내게 해주었던 거다. 그런데 내가 요가시작한지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 분을 탈의실에서 딱 만난 것. 그런데 인상이 초큼 달라져 있었다. 그땐 되게 밝게 혹은 해맑게 보였는데, 어제는 좀 어두워 보였달까. 어쨌든 내가 눈이 마주치고서는 "어? 저 등록할 때 그 분??" 이라고 했더니 그 분이 맞다고 하시는 거다. 그러면서 나보고 살 빠졌다고 얼굴 홀쭉해졌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예요 안빠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이러면서 서로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자기도 이제 반년 됐는데 5키로 빠졌다며 ㅋㅋㅋㅋㅋㅋ먹는 거 너무 좋아해서 안된단다. 그래서 나도 '저도 술하고 안주 너무 좋아해서 안돼요'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다가 나는 항상 이 시간대나 되어야 올 수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일찍 수업을 들을 수 있냐 물었더니, 퇴근이 2시 혹은 6시라서 내 전타임을 들을 수 있다는 거다. 그렇구먼... 그래서 '아, 그래서 한 번도 뵌 적이 없군요' 이랬더니, '지난번에 한 번 봤어요' 이러는거다. 네?? 본인이 8시 수업 온 적 있었는데 나 있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 봤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센터에서 쌤에게 가서 말걸고 다른 학생에게도 막 말걸고 그러면서 나 좀 푼수같나? 막 혼자 이런 생각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요가를 하다가 우울해졌어.



그러니까 어제는 처음 듣는 수업이었는데, 빡센것도 빡센거지만, 내가 동작이 잘 안되는 거다 ㅠㅠ 안되니까 짜증이 나고 우울하고 신경질이 나고 막 그랬어. 선생님이 머리 서기 시범 보이고 또 그거 되는 사람들 있어서 멍하니 보면서, 아아, 나는 뭔가, 나는 왜 안돼, 나는 저게 언젠가는 되긴 할것인가...우울해졌어. 보통 요가를 하는 도중에, 그리고 요가를 마친 뒤에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며 나오곤 하는데, 어제는 그게 안되더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역시 사람은 할 줄 아는 걸 하면서, 스스로 잘한다는 자각이 있을 때 기쁜 것이여. 해본 게 지난번보다 조금이라도 잘 되는 것 같으면 그렇게나 좋더니, 처음 해보면서 안되니까 짜증짜증 세상 짜증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에잇.



무리한 욕심과 짜증을 좀 버리는 걸로 8월의 테마를 정했다. 8월을 고작 일주일 정도 남겨둔 이 마당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가 8월엔 휴가 한 번 갔다왔더니 되게 급한 마음이 되어가지고, 계속 자꾸 '바빠바빠' 이렇게 되는 거다. 조금 릴렉스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8월의 남은 날들은 좀 여유롭게 마음을 다스리자, 라고 생각했지만, 내일은 리베카 솔닛 강연 가고 주말엔 타미 병문안 가고....



타미는 1인병실을 쓰고 있다. 여동생이 입원했을 때도 그랬고, 언젠가부터 그 가족은 1인 병실을 쓰게 됐는데, 1인 병실은 진짜 세상 편하다. 6인실 8인실 이런데보다 편한거야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 그런데 돈이 많이 든다. 타미나 화니가 입원했는데 다인실이면 아이가 편히 쉴 환경이 마련되질 않는다. 진짜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울기 때문에. 그래서 만약 입원하게 된다면 이제부터 1인병실로 하자, 라고 나름 여동생네 가족이 그렇게 생각했고 하고 있는데, 이게 돈이 만만찮으니 참 부담되겠다 싶더라. 아니나다를까, 본인이 입원하게 되면(안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자기는 다인실을 써야겠다고 울엄마한테 얘기를 했나보다. 지금 현재 여동생네 가족은 제부 혼자 돈을 벌고 있는데, 이래저래 돈나갈 일이 진짜 많을 거다. 게다가 제부는 가족들이 먹고 싶다는 거, 사고 싶다는 거, 가급적 다 사주고 싶어하는 사람이라..


주말에 병문안 갈거지만 뭐랄까, 약소하게나마 조금 보태주고 싶어서, 남동생하고 술을 마시다가 '제부한테 돈 좀 보내줘야겠다, 타미 간식이라도 사주라고, 병원비 너무 부담될 것 같아' 했더니, 남동생이 '내 것까지 같이 보내' 해서는 내가 한 번에 송금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테니까. 


타미는 입원한 후에 속상해서 자꾸 운단다. 아파서가 아니라, 아픈 게 속상해서. 태권도도 못가고 영어도 못하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울엄마가 타미네한테 가있어서, 타미 병실에는 울엄마,여동생,제부가 돌아가며 간호하고 있는데, 어제는 타미가 울엄마한테 그러더란다. 그래도 자기가 아픈 게 다행이라고. 울엄마가 그 말을 듣고, 타미야, 그게 왜 다행이야? 물었더니, 


"할머니는 허리 아프잖아. 허리도 아픈데 이렇게 또 아프면 어떡해. 내가 아픈 게 다행이지."


하더란다. 아니, 이 여덟살 꼬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거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참나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오늘은, 원래 있던 약속이 미뤄지고 다른 약속이 급 생기는 바람에 술을 마시러 갈건데, 오랜만에 만나는 여자1과 19금 얘기 잔뜩 해야겠다.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2017.09.01
거절할 수 없는 제안  (2) 2017.08.28
신사와 유리구두  (30) 2017.08.22
요가와 다이어트  (254) 2017.08.21
이야기 상대  (4) 2017.08.21
Posted by ssabine
2017. 8. 22. 08:59

-지금은 절판된 책 중에 '줄리아 퀸'의 《신사와 유리구두》란 작품이 있다. 줄리아 퀸은 하버드를 졸업한 작가인데, 톡톡튀는 대사가 일품이라, 주인공들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몇 번은 반드시 웃게 되어 내가 좋아하는데, 이 시리즈로 구성된 로맨스 소설에서 이 작품, 신사와 유리구두를 내가 제일 좋아한다. 주인공들의 대사가 가장 톡톡 튀는 작품. 그래서 이 책은 사서 몇 년간 소장했었는데 이제는 없는 걸 보면 아마도 팔아버렸는가 보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인용을 못하겠네. 어쨌든.


남자는 귀족 출신이고 여자는 서자 출신이라 귀족이 될 수 없어 남자네 집의 일을 돕는다. 그러다 남자와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당시의 시대적 배경으로는 남자에게 '첩'이 허용되었으므로, 남자는 이 '서자'이며 '하인' 출신의 여자를 첩으로 삼고 싶어한다. 여자랑 대화하는 게 너무 즐겁고 이 여자랑 너무 자고 싶고 다 너무 좋은데, 여자의 신분이 자기와 다르니까. 만약 이여자를 '아내'로 삼는다면 세상이 시끄럽게 떠들테니까. 


그러나 여자입장에서는 첩이 되고 싶지 않다. 자기도 이 남자가 너무 좋고, 이 남자랑 함께 있고 싶지만, 첩으로써 함께 있고 싶진 않다. 그녀는 매번 자신이 첩으로써 있고 싶은게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남자랑 섹스할 단계까지 갔어도 언제나 안된다고 한다. 여기서 이 남자랑 자버리면 자기는 그냥 이 남자가 원하는대로 첩이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이러저러한 시간들과 사건들이 흘러가고, 둘이 한 공간에 있게 되고, 그러다가 여차저차하여 격렬한 섹스를 하게 된다. 여자로서는 첫섹스였고, 자신이 섹스를 했다는 것과 거기에 따른 쾌감과 기타등등의 생각들로, 섹스 후에 뭔가 복잡해지는데, 남자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격렬한 섹스였으므로 진짜 꼼짝할 힘이 없다. 여자는 섹스 후에 남자 옆에 누워 있으면서 남자의 이름을 부른다. 남자는 자신이 섹스를 했던 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이 여자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음을 알리긴 알려야겠고 그런데 정말이지 꼼짝도 할 힘이 없어서 이걸 어떻게 표시할까, 내가 니 말 들었어 살아있어, 이걸 어떻게 알릴까 하다가, 새끼손가락을 까딱 하는 장면이 있다. 그게 그 당시의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내가 이 얘기를 왜 했냐하면, 그러니까 갑자기 이 소설의 새끼 손가락 까딱 하는 장면이 왜 생각났냐 하면,


어제 요가를 마친 내가 그랬다. 아놔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핫요가였는데, 진짜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막판에는 '아 빨리 끝나라' 하는 기분이 되었고 '나 이제 요가 안해' 이런 기분이 되었던 거다. 그러자 갑자기 줄리아 퀸의 소설이 똭- 생각나면서, 아아, 요가를 끝마치고 나오는 나는 진짜 손가락 하나만 간신히 까딱할 힘이 남아 있는 그런 상태였달까. 어제 너무 와인 마시고 싶었고, 혼자서 홀짝홀짝 나만의 감상에 젖어 와인 한 잔에 취하리라~ 같은 거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와인을 오픈할 수도, 마실 수도, 안주를 준비할 수도 없는 거다. 흙흙 그래서 줄리아 퀸 소설 속의 그 남자가 지금의 딱 이런 상태였겠구나, 싶었던 것. 흙흙


그래서 내가 오늘은 요가를 안갈 거야, 쉴 거고, 이번 주에는 그러니까 어제를 포함해서 수요일과 토요일, 이렇게 세 번 가는 게 목표다. 목요일엔 약속 있어서 안되고, 금요일엔 리베카 솔닛 강연 들으러 가야 해서 못가. 인생... 



이왕 써둔 거 저 책의 결말에 대해 얘기하자면, 여자는 어차피 섹스를 해서 이제 다른 남자를 사귀지도 못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의 첩이 되기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난 첩 싫어!' 의 태도를 유지하는데, 남자는 '아 진짜 이 여자 아니면 안되겠다' 하고 그 여자랑 결혼한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동네가 들썩일것 같아서, 그녀와 결혼해서는 시골로 내려간다. 결국 여자는 첩이 아닌 아내가 되었고,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나도 그렇다. 어릴 적에는 좋아하는 사람의 옆이라면 세컨드라도 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세컨드로 있느니 포기하겠어. 세컨드는 답이 아니다.



아무튼지 간에 오늘은 와인을 마시겠어. 불끈!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절할 수 없는 제안  (2) 2017.08.28
푼수  (6) 2017.08.24
요가와 다이어트  (254) 2017.08.21
이야기 상대  (4) 2017.08.21
독서공감  (0) 2017.08.18
Posted by ssabine
2017. 8. 21. 13:49

요가를 하다 보면 어떤 동작을 잘 하느냐에는 그 사람의 몸매가 크게 상관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살이 쪘어도 유연할 수 있고 날씬해도 뻣뻣할 수 있다. 요가 하기 전에 그런 말을 숱하게 들어왔지만 정말 그럴까 의심스러웠는데, 막상 센터에 가서 요가를 해보니, 정말로 어떤 동작이 되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덩치가 얼마나 큰가와는 별로 상관이 없더라. 유연성이며 균형감각 모두, 살과는 딱히 관계가 없다는 생각은 든다. 그렇지만 어떤 동작을 함에 있어서 내가 잘 하지 못할 때, 그 동작에 대해서만큼은 '아, 내가 살을 더 뺀다면 이 동작이 지금보다 더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좀 더 요가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다이어트를 좀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 목요일에 요가를 갔는데, 동작을 하나하나 따라하면서 힘이 드는데, 또 그 순간이 너무 좋은 거다! 아, 나는 요가 좋아! 진짜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는 내가 요가랑 잘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요가를 좋아한다. 막 좋아지고 있어. 목요일에는 휠(wheel) 수업이었는데, 휠 수업은 지난주 목요일이 두번째였는데, 아, 나는 휠이 별로지만 그래도 휠 수업을 받는 게 내게 필요해, 하고 두번째 수업에 임했는데, 첫번째보다 좀 더 잘 되는 거다. 물론 안되는 동작도 많았지만! 어쨌든 처음보다 수월하게 되니 또 기분이 좋아졌고, 아아, 휠 살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는데, 휠은 폼롤러와는 달리, '반드시' 요가 매트가 있어야 하는 거다. 그러면 매트까지 사야 하고.......






뭐 이렇게 사고 싶은 게 많아. 아직 휠 제대로 익히지도 못했으면서 나는 왜때문에 휠을 사고 싶은가...일단 패쓰.....




9월1일에 남동생의 상견례가 있는데, 아빠 엄마 모두 나도 같이 가자고 성화시다. 음..여동생 상견례 때는 안갔는데, 아빠 엄마 모두 그때랑 다르지 않냐며, 니가 소개해줬으니 그 쪽에서도 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하시겠냐며... 아아, 나는 상견례에 가야 하는 것인가. 



어쨌든 다이어트를 해야겠구나 또... 지겨워 이놈의 다이어트... 이래저래 다이어트 해야할 이유가 늘어나네. 


오늘 아침에는 왕좌의 게임?의 스틸컷을 트윗을 통해 보게되었는데, 아아, 그러니까 홀터넥 원피스에 꽂혀버린 것이다. 사진 속 여자배우가 홀터넥 원피스를 입었는데 너무 예쁜 거야... 물론 그 사람은 배우, 나는 다락방.... 그렇지만, 뭔가 그 원피스 내가 입으면 더 예쁠 것 같았어..(응? 뭐라고?) 지금 그 사진을 찾을라고 들어가봤는데 못찾겠다..그래서 네이버로 이미지 검색할랬더니, 딱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어. 






아아, 진짜 내가 입으면 짱예쁠 것 같아. 그런데 지금 입는 것보다 초큼 다이어트 해서 입는 게 훨씬 예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다이어트 할거니까, 원피스는 미리 사도 되지 않을까? 


지난번에 원피스 샀는데, 끈 소매였고...나는 그냥 단순히 가슴 약간 파진 정도인줄 알았는데, 아아, 이게 넘나 파진 거다. 정말이지 젖꼭지 위로만 간신히 올라오는 정도였달까. 이걸 내가 아무래도 활용할 자신이 없어서 반품해야지, 하고 다시 포장하려다가, 아니지, 내가 가을에 영국도 가니까... 외국 가서 입지 뭐, 하고는 다시 넣어두었었는데, 그 원피스는 말레이시아 가서 실내 나이트용으로 입었다. 목욕 가운 입을까 했는데, 아니 이게 그냥, 무슨 발밑까지...끌릴 정도로 긴거야, 가운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빌어먹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이 원피스 입었는데 진짜 가슴 절반 드러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한국 와서는 또 입을 일이 없는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 가면 입어야겠다. 아무튼 홀터넥 원피스 쇼핑해야겠어. 헤헷.



그런데 오늘은 짜장면이 먹고싶네?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푼수  (6) 2017.08.24
신사와 유리구두  (30) 2017.08.22
이야기 상대  (4) 2017.08.21
독서공감  (0) 2017.08.18
기억과 기록  (4) 2017.08.17
Posted by ssabine
2017. 8. 21. 08:22

처음 샹그릴라가 만들어지게 된 건, 한 로맨스소설 사이트 덕분이었다. 우리 모두 그곳의 '손님'이었고, 다들 그 곳에 들어가 사이트 주인의 글을 즐겨 읽었더랬다. 그러다 여차저차하여 네 명이 모이게 되었는데, 그래서 우리는 만날 때 책 얘기를 곧잘 했었다. 서로 책을 한 권씩 선물하기도 했었고. 책 얘기를 많이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모임의 정체성을 '독서'라고 주장했더랬다. 실상 만나면 음주가 더 주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이것은 독서모임.. 이라고 우리는 생각했어. 

만나면 늘상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술을 마셨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멤버중에 고기를 먹지 않는 멤버가 생겼고, 책 얘기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으며, 한 멤버는 탈퇴를 선언하였다. 그렇게 세 명이서 유지해오다가 다른 한 명이 새로 들어왔다.

만나서 전시회를 보러 가기도 했었고 영화를 본 적도 있었다. 수목원에 간 적도 있었고 바다를 본 적도 있었다. 만나서 뭔가 하거나 보거나 한 적도 있었지만 우리의 주목적은 오랜만의 만남과 수다였다. 실상 단톡방으로 거의 매일 얘기를 나누는 친구들이지만, 만나서 하는 얘기는 또 그것과 다르니까.


그러다 이번에는 우리가 다함께 여섯시간짜리 강의를 듣게 되었다. 페미니즘 철학 강의였는데, 기존에 나는 이 강의를 하실 교수님으로부터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었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처음이었다. 나는 혹여라도 이 긴시간, 토요일 하루를 거의 내어주는 이 강의가 혹여라도 지루하거나 어려워서 친구들이 불편해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친구들은 그걸 듣기로 한 건 자신의 선택이었다며 나를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다 함께 강의를 듣는데! 아, 페미니즘 철학은 어려웠다. 아니, '철학'이 어려웠다. 처음 플라톤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는 정신도 또렷하고 다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점심을 먹고난 뒤의 들뢰즈 강의는, 식후의 나른함과 섞여서 집중과 이해가 어려웠다. 흙 ..  그래도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었고, 그렇게 무사히 강의를 마쳤다.


친구들과 저마다 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와 친구1은 현대 페미니즘에 대한 것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좀 아쉬워했다. 친구2는 너무 어려워서 못알아들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설명해줘서 좋았다 했다. 친구3은 강의 자체가 좋았다고 했다. 덕분에 철학에 대한 흥미도 생긴 모양이다. 우리가 다함께 뭔가를 했다는 것, 그것이 공부라는 것, 우리의 공통된 관심사라는 것이 나는 너무 짜릿했다. 만나면 좋으니까 이렇게 십 년이상 이 만남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이번엔 특히나 나는 더 좋았다. 다같이 강의를 듣고 후기를 이야기하는 게 좋았고, 후기에 대한 거야 짧긴 했지만 결국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져 각자 다다다닥 얘기하는 게 너무 좋았던 거다. 우리는 제일 처음 '독서'로 만나긴 했지만,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페미니즘'이 있다. 내가 강의 듣지 않을래? 물었는데, 한 번 들어보자, 라고 친구들이 응답해주었고, 너무 씐났다! 다음에는 좀 더 쉬운 강의를 같이 듣고 싶어...


우리가 함께 공부하고 함께 이야기나눈 이 날의 만남이 참 마음에 남는다. 


공부하려고 함께 모인 걸 찍겠다고 덤볐는데, 나는 진짜 수전증인지, 버튼 누를 때마다 화면이 흔들려서 눈이 죄다 흔들려 나왔다. 참나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롱된 사진인 것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친구들의 만남과 더불어 나는 나에게 이야기할 상대가 있다는 것,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크게 감사했다. 사람이 저마다 타고난 운이 있다면, 내게는 대화상대에 대한 운인 것 같다. 나에겐 항상 이야기나눌 사람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친구들하고도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나는 여동생 남동생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엄마랑도 그렇다. 마주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나눌 수 있는 상대가 내게는 여럿 있다. 블로그를 하기 때문인지 책을 읽기 때문인지 글을 쓰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 모든 걸 하는 '이런 성향'을 가진 나여서인지, 블로그를 하면서도 친구들을 여럿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들 중 일부는 세이 굿바이 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최근에는 나무군과 책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눈다. 이 친구와는 독서와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를 주로 나누는데, 내가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는한 내게는 늘상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겠구나 싶다.



내가 허구헌날 모순을 앞에 두고 갈등하는데, 그걸 알기 땜시롱 나무군은 내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누군가 나를 사랑스럽고 멋있게 봐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인 것이여. 내가 이렇게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지만, 이렇게 좋게 봐주고 이야기 나눠주는 사람들을 그래서 신은 내게 대신 주었는가봐...


작년 몇 월달이었지, 여름 무렵, 그때 역삼동에서 사주를 봤을 때 그때 선생님이 내게 그러셨다. 남자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항상 누군가 있다'고. '수다 떨고 술마실 남자는 항상 있어요'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 그들 중에 가끔 사귀자고 하는 남자들이 있는데 그럴때는 락방 씨가 '그건 니 자리 아니야' 라고 거부해요' 라고 하셨더랬다. 아아,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침 그때 봄씨로부터 고백을 듣고 거절한 며칠 뒤였던 터라 더 크게 '억!!' 했더랬다. 진짜 그렇구먼, 하고. 내가 봄씨와의 관계에서 후회하는 건, 거절했으면 그냥 이야기상대로만 머물면 됐었는데, 너무 데이트를 해버려가지고...죽도밥도 아니게 만들었어. 괜히 사람 희망고문해서 나락으로 떨어뜨려 버렸어..그래서 나는 좋은 술친구, 수다 친구를 잃었다. 그때 그냥 '아니야' 하고는 좀 멀찍이 거리를 유지했어야 되는데, 하아, 내가 너무 제멋대로 해버렸어... 내가 잘못했다... 


아 이 의식의 흐름... 이런 이야길 쓰려고한 게 아닌데..




그런 한편,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상대를 여럿 줘놓고서는, 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일상일 수 있는 것을 내게는 특별한 어떤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것은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쇼핑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술을 마시고 하는 것들, 대부분의 연인들에게 너무나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을, 내게는 주지 않으셨어..신이여.. 그래서 나는 그 평범한 것, 아무것도 아닌 것, 누구나 그냥 아무때나 늘상 하는 것을, 굳이 말레이시아 까지 가서 해야 했어... 하아- 왜 내게는 그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너무나 특별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인가. 이 생각을 요즘에 하면서, 어쩌면 내가 이런 것들을 잘 해내지 못할 사람이라서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것이 일상이 되면 지쳐버릴 사람이라서, 지겨워할 사람이라서, 그래서 신은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알고 있으므로, 이것을 이벤트로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게 된 것이다. 왜 남들에게 일상이 내게는 이벤트여??? 


게다가 이것은 이벤트라는 특성상, 내게 또 언제 다시 올지 알 수가 없다. 오늘 퇴근후에 만나자, 같은 게 결코 될 수가 없어. 만약 내가 B 랑 지금같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 그렇다면 내년이나 후년언제쯤,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랜 후의 언제쯤, 또 어딘가에서 만나서 남들의 일상같은 특별함을 살겠지. 만약 B 랑 이제 헤어지게 된다면, 우리의 말레이시아 만남은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될것이다. 그는 그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싶어하고, 그렇다면 나와는 헤어지는 것이 우리 앞에 내려진 결론인데, 그러면 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며칠이 그냥 평생에 걸친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되는 것이 아닌가. 정녕 이것이 나의 팔자인가? 

팔자여...

운명이여.....

우리의 마지막 이벤트 음식은 바쿠테이며 스테이크인가......

신은 나를 사랑하므로, 아마도 내게 이것을 일상으로 주지 않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토요일, 친구와 함께 있는 호텔에서 타미의 전화를 받았다. 이모 어디야, 묻는 전화. 아, 나는 진짜 이 아이가 너무 좋아. 며칠전에 여동생이 타미랑 둘이 데이트 중이라며 파스타를 먹을 거라 하길래, 야, 타미 먹는 거 사진 찍어 보내줘, 했다. 나는 이 아이가 뭘 먹는 게 너무 예뻐 ㅠㅠ 보면 막 미치겠어 ㅠㅠㅠ 먹을 거 잔뜩 사주고 싶어. 그게 아이스크림이든 빵이든, 밥이든 뭐든... ㅠㅠ 이것이 사랑인가봐. 나의 사랑은 너에게 뿜뿜한다..




사주와 팔자 얘기를 하다보니 또 생각나는데, 그때 역삼동 사주 쌤은 내게 계속 공부한다 하셨다. 계속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려는 사람이라서, 철학을 가까이 하게 된다고.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은 내게 무척 이로운 일이라 하셨다. 내 글은 점점 더 나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그 고민과 공부가 계속 글에 드러나게 될거라서. 내 팔자는 이런 것인가 보다. 공부하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거. 물론, 나쁘지 않다.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이게 내 팔자가 된 것 같다.


사는 동안 즐겁게 살자.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사와 유리구두  (30) 2017.08.22
요가와 다이어트  (254) 2017.08.21
독서공감  (0) 2017.08.18
기억과 기록  (4) 2017.08.17
노섹스  (4) 2017.08.16
Posted by ssabine
2017. 8. 18. 08:40

독서공감 이든 잘지내나요 든 리뷰 찾기 힘든 이즈음에, 반가운 리뷰가 올라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까지 깨알귀여움 ㅋㅋㅋㅋㅋㅋㅋ 일전에 맛있는 닭볶음탕 먹으러 가자고 해서 만났던 y 가 나를 만나기 전에 새벽까지 내 책을 다 읽고는 자신의 아이폰에 리뷰를 써왔었는데, 뻘쭘하게도 ㅋㅋㅋㅋㅋㅋ 닭볶음탕이 끓어가는 와중에 그 앞에서 내게 자신이 쓴 리뷰를 읽어줬더랬다. 아 졸 부끄러워 ㅋㅋㅋㅋㅋㅋ 아니 안읽어줘도 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요지는, '이 여자랑 사귀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라' 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링크할 리뷰도 거의 그런 식임.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


http://blog.aladin.co.kr/syo8kirins/9533769



앗 이거 페이퍼 쓰러 가야겠다. 룰루~ (오늘 하루종일 보쓰 없을거라서 씐남)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가와 다이어트  (254) 2017.08.21
이야기 상대  (4) 2017.08.21
기억과 기록  (4) 2017.08.17
노섹스  (4) 2017.08.16
2017년 8월 14일  (2) 2017.08.14
Posted by ssabine
2017. 8. 17. 11:41

왜 그렇게 다 좋았을까를 생각한다. 함께한 사흘째의 아침이었나, 마주 앉아 조식을 먹는데, 그는 내 얼굴을 보고는 너 피곤한가봐 다크서클 내려왔네, 라고 했다. 안그래도 진짜 피곤했었다. 아 힘들어.. 막 이런 기분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룸에 돌아가 거울을 보니 아닌게 아니라, 다크가 진짜 엄청 진하게 내려앉은 거다. 아 힘들어. 조식을 먹으러 내려갈 때면 나는 세수도 안했었는데, 일어나자마자 그냥 원피스 훌렁 입고 내려갔는데, 하루는 머리가 너무 엉망인거라, 어쩌지, 했더니 자기 모자를 쓰라고 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한테 컸지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그러니까 나는 민낯을, 다크가 내려앉은 얼굴을, 집에서 입은 막잠옷을 입은 내 모습을 그에게 보여줬는데(매일밤 그런건 아니고 어떤날 밤엔 가슴 절반 드러나는 잠옷도 입었더랬다), 이 모든 것들이 당시에 자연스러웠고 또 지금 생각하니 좋은 거다. 

이게 특별한 일이 아닌데, 그러니까 그전의 연애에서도 당연히, 민낯을 보여주고 피곤한 얼굴을 보여주는 일이 있었는데, 왜 이번에는 이것들이 특별히 좋다고 느껴질까, 를 혼자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물론 내가 그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늘상 만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게 아닌 것 같은 거다.


외국에 있는 그와 내가 연인이 되었다고 했을 때 많은 친구들이 내게 그걸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는데, 내게는 그게 어렵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멀리 있는데 별 수 있나, 그렇다면 이렇게 해야지, 이것은 내게 너무나 당연한 답이었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게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이 멀리 있다면, 별 수 있어? 그렇게 연애하는거지, 라고.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이건, 나니까, 나라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나이기 때문에 이게 가능했었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주어진 환경에서 장점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라서, 하나에만 의존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분명 B 는 내게 큰 행복을 주는 사람이고, 그만이 줄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이 있지만, 나라는 인간은 그 기쁨과 그 행복에만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서. 나는 요가를 시작했는데 거기에서도 기쁨을 찾고, 내 가족들에게서도 사랑을 느끼고, 내 주변의 친구들로부터도 항상 애정과 다정함을 느낀다. 이 모든 것들이 다양하게 나를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 내게는 정말이지 좋은 사람들이 많고, 그들을 아끼며 잘 지내고 있다. 물론 폭탄도 맞아서 내가 지금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고 있지만, 멀게 또 가깝게 좋은 친구들이 언제나 소소한 행복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이 기쁘고 여행을 다니는 일이 기쁘다. 이 다양한 관계과 다양한 행위에서 오는 기쁨들 역시 나를 구성하고 있고, 그러므로 나는 그 먼거리에 있는 남자와 즐거이 연애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다른 기쁨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그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너는 왜 멀리있냐, 왜 내곁에 없냐, 나는 지금 니가 필요하다 등등 엄청 징징대지 않았을까. 그러나 나는 그가 거기에 있음을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으며, 그에게 많은 시간을 사랑한다고 속삭이면서도, 책을 읽고 술을 마시고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을 다니며 즐거워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먼 거리에서 오랜시간 보지 않고도 즐겁고 다정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건 만날 때에도 똑같이 작용했다. 함께 있는 시간동안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므로, 아 이제 다음날이면 우린 헤어진다, 같은 생각하면서 우울해하는 일이 별로 없는 거다. 물론 그가 돌아가기 싫다고 할 때는 '가지마' 하고 귀에 속삭이긴 했지만, 헤어지는 순간에 울며불며 우리 이제 언제봐, 같은 걸 하지 않을 수 있는 거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아마도 우리는 이렇게 긴 시간을 다정하게 알며 지내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역시 이런 성향의 사람이어서 가능했을테고. 



만약 우리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면, 그렇다면 길게 유지되기 보다는 빨리 헤어지게 됐을까?를 생각해보니, 그렇다고 해서 또 그럴 것 같진 않다. 워낙에 내가 인내심과 다정함 인자함 등등을 가지고 있으니, 게다가 무엇보다 거리감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니, 애정과 이 모든 성향이 뒷받침되어, 또 그건 그런대로 잘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나의 성숙한 인격은 관계 유지에 아주 큰 역할을 했을 것 같은 거다. 



생각해보면 매순간이 다 좋았다. 다크 내려온 눈으로 마주보던 것도, 내가 조식 먹을 거 별로 없었지만 있는 재료로 샌드위치를 잘라 반쪽씩 나누어 먹던 것도(이건 진짜 신의 한 수야, 혼자 다 먹지 않다니, 잘했어!!), 쇼핑했던 것도, 상을 차리고 밥을 함께 먹던 것도, 아무말 없이 함께 음악을 듣던 것도 다 좋았는데, 아마도 오래오래 내가 떠올리겠지만, 굳이 기록을 하자 싶었다. 이렇게 기록을 해두면, 나중에 오랜 후에 들여다봤을 때 또 생각나서 가슴 속이 꽉 찰 것 같아서. 


나는 내가 이런것들로 가슴이 꽉 차는 사람인 게 좋고, 이런 걸 기록하는 사람이라서 좋다.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야기 상대  (4) 2017.08.21
독서공감  (0) 2017.08.18
노섹스  (4) 2017.08.16
2017년 8월 14일  (2) 2017.08.14
휠, 회원권  (0) 2017.08.11
Posted by ssabine